박완주 의원
이 여객선 안전관리책임자인 운항관리자가 없어 선장이 허위보고하는 등 안전관리에 허점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인천운항관리센터로부터 제출받은 ‘코리아스타호 접촉 사고 보고’ 자료에 따르면, 코리아스타호는 1일 이작도를 정상출항하여 인천으로 향하던 중 오후 2시 20분경 중간 기항지 승봉도에서 돌풍으로 안벽 부두에 부딪혀 좌현 1번 탱크에 약 10cm×5cm 크기의 찢어진 구멍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인천운항관리센터는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여만인 오후 3시 30분경 코리아스타 이용객으로부터 승봉도에서 부두접촉으로 인한 선박 이상 여부에 대한 문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접수했고, 33분경 코리아스타 선장에게 유선으로 접촉사고 여부를 확인했다.
선장은 승봉도에서 출항할 당시 약간의 충격이 있어 육안으로 확인했으나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아 운항했다고 보고했고, 이후 10여분 뒤 코리아스타호는 인천항으로 입항했다.
출항 전 점검할 운항관리자 부재…인력부족 등 현실적 제약 탓?
박완주 의원은 “코리아스타호가 구멍난 채로 승봉도를 출항했음에도 한 시간이 지나도록 당국이 사고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해당 기항지에 운항관리자가 배치되어 있었더라면 충분히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문제제기했다.
실제로 코리아스타호가 사고발생지점인 승봉도를 출항할 당시 승봉도에는 출항 전 안전점검을 실시할 운항관리자가 없었던 상황이었다.해양수산부가 제출한 <운항관리자 배치 현황(16.06. 기준)> 자료에 따르면 코리아스타호가 출항해 경유한 모든 항구(이작도, 승봉도, 자월도)에는 운항관리자가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인력부족 때문에 현실적으로 모든 기항지에 운항관리자를 배치할 수는 없는 실정이라며 난색을 보였다.현재 근무 중인 운항관리자는 본부 근무직원 포함 총 100명(정원 106명)으로, 55개 기점항 가운데 21개소에는 운항관리자가 배치되지 않았다.
그러나 박 의원은 “운항관리자 인원부족으로 모든 기항지에 배치할 수 없다는 해양수산부의 입장은 군색한 변명”이라고 지적했다.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혁신방안 후속조치 연구’를 실시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이상적인 운항관리자 수(명목소요인원)를 135.5명으로 산출했으면서도 탄력적 인력 운용 등을 고려한 ‘합리적 모델’로 정원 106명을 제안했고, 정부는 결국 이 합리적 모델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세월호 참사 이후 92명이던 운항관리자는 106명으로 14명 증원에 그쳤다. 명목소요인원 135.5명보다 훨씬 적은 합리적 모델 정원 106명을 채택하고서 인력부족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운항관리자 미배치지역 출항 땐 통신으로 보고,-법과 시행규칙에도 없는 ‘안전관리지침’ 예외규정
이어 박 의원은 “「여객선 안전관리지침」의 별표에서 운항관리자가 배치되지 않은 지역에서 출항할 경우 통신망을 통해 점검보고서를 보고하도록 돼 있다”며 “이는 「해운법」과 시행규칙에도 없는 예외규정”이라고 지적했다.
「해운법」 제22조에 따라 내항여객운송사업자는 운항관리자의 지도·감독을 받도록 되어 있고, 운항관리자는 여객선의 안전운항을 위해 운항관리규정의 준수 및 이행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또 「해운법」 시행규칙 제15조의11에는 운항관리자의 직무 중 하나로 ‘선장 등이 수행한 출항 전 점검의 확인’이 규정돼 있다.
이에 근거한 「여객선 안전관리지침」 제3조에 따라 여객선의 선장·기관장이 운항관리자와 여객선 출항 전 합동으로 [별표 1]에 따른 안전점검을 시행하고 안전점검보고서를 작성해 운항관리자에게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동 지침 <[별표 1] 여객선 등 점검 및 감독>에서 ‘운항관리자가 배치되지 않은 지역에서 출항할 경우’운항관리자는 선장·기관장으로부터 통신망을 이용해 점검보고서를 보고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운법」과 동법 시행규칙에 ‘운항관리자 미배치 상황’ 관련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여객선 안전관리지침」의 별표로 예외규정을 설치한 셈이다.이 예외규정에 따라 운항관리자가 배치되지 않은 지역에서 출항할 경우 선장이 통신으로 허위보고를 하거나 보고를 누락해도 사실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지난 93년 10월 10일, 과적과 정원초과로 292명의 사망자를 낸 서해훼리호 침몰사고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것으로,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93년 당시 운항관리자 48명은 19개 주요 항구에만 배치돼 있었고, 서해훼리호가 운항하던 격포항 등 소규모 항구에는 운항관리자가 없었다. 당시 서해훼리호의 안전점검보고서는 선장이 멋대로 기재한 뒤 보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박완주 의원은 “여객선 안전운항의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가 운항관리자 인력부족을 핑계삼아, 운항관리자 부재로 허위보고 여부조차 판단할 수 없는 통신보고체계를 합리화하고 있다”며 “제2의 서해훼리호, 코리아스타호가 발생하 지 않도록 운항관리자 증원, 「여객선 안전관리지침」 개정 등 조속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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