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참기 힘든 가려움증, 아침에 일어나면 밤새 긁다가 피가 맺힌 손톱이며 피부를 확인할 때의 절망감. 그래서 가족 중에 한 명이라도 아토피 환자가 있으면 주변에서 ‘아토피에 좋다’고 하는 방법에 자신도 모르게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입증된 치료 방법이 아니라면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방법으로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방법이라고 해도 모두에게 똑같이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양·한방 협진으로 아토피를 치료하고 있는 이정주 이네이처클리닉 원장은 “남들이 좋다고 하는 방법이 자신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며 “반드시 테스트를 한 후에 시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때문에 아토피 개선을 위해 식품이나 입욕제 등을 바꿀 때는 한 가지씩 바꾸는 것이 좋다. 여러 가지 방법을 동시에 시도하면 어느 것 때문에 나빠지거나 좋아지는지 알기 어렵다.
최근 꾸지뽕잎에서 아토피 피부염 억제 물질을 찾아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한국식품연구원 홍석산 박사 연구팀이 2년간 꾸지뽕나무 잎과 열매의 건강기능성을 활용한 가공식품 개발 연구를 한 결과, 꾸지뽕잎에서 추출한 물질의 아토피 피부염 억제력이 탁월해 특허를 출원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꾸지뽕잎과 함께 동과를 적정 비율로 배합해 피부염을 지닌 생쥐와 아토피 피부염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동과는 박과의 한해살이 덩굴성 식물로 해독, 노화 억제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랬더니 피부상해, 피부염 증상이 50% 이상 크게 감소했다고 한다.
꾸지뽕은 원래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만 자라는데, 자궁근종이나 자궁암 등의 부인병 치료를 비롯해 당뇨병, 암 치료에도 쓰는 약재다.
한방에서 아토피 치료에 많이 쓰는 약재로는 어성초도 빼놓을 수 없다. <동의보감>이나 <본초강목>에 보면 어성초가 열독을 없애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때문에 아토피나 종기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해외 논문에서도 그런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쿠에르치트린’이라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가려움증을 덜어주고 염증 부위의 세균 침입을 막는 항균작용, 해독작용 등도 기대된다.
한약재를 파는 곳에서 말린 어성초를 구해 입욕제로 쓰거나 달여서 차처럼 마셔도 좋다. 또는 달인 물을 가려운 부위에 바른다. 입욕제로 쓸 때는 물 1ℓ에 어성초 15g 정도를 넣어 푹 달인 다음 목욕물에 넣어 사용한다. 또는 건강식품으로 청국장환처럼 섭취하기 편하도록 어성초환 제품도 나와 있고, 어성초엑기스도 있다.
고삼도 아토피 치료에 자주 쓰인다. 너삼의 뿌리인 고삼은 매우 쓰고 성질이 찬 약재로 각종 염증을 다스린다. 또한 열을 내려 피부의 가려움증을 줄여주고 살균작용을 하기 때문에 감초, 황백 등의 약재와 함께 아토피에 쓰는 경우가 많다. 고삼만 달여서 가려운 부위에 발라도 좋다. 다만 피부가 예민해서 자극이 될 때는 바로 중단한다.
요즘처럼 추위가 기승을 부릴 때는 따끈한 차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면서 아토피를 개선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토피 같은 알레르기를 억제하는 데 좋은 여러 가지 건강차가 있다. 우선 녹차의 경우 카테킨 성분이 알레르기 억제 효과를 발휘하고 몸속에 중금속이 쌓이는 것을 막는다. 실제로 하루에 녹차를 10잔 정도 마시면 알레르기가 50%가량 줄어들고, 이는 현재 알레르기 치료에 쓰이는 트라니라스트라는 약과 거의 같은 정도의 효과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염증이나 발진이 생긴 아토피 피부염에는 진하게 우린 녹차를 가려운 부위에 바르거나 목욕물에 희석해 사용한다. 흔히 차로 마시는 녹차 티백을 몇 개 넣고 목욕을 해도 좋다.
하지만 비염이라면 차로 마시는 것이 낫다. 하지만 녹차가 찬 성질이므로 체질이나 증상이 냉한 사람은 조금만 마시는 것이 좋다.
▲ 국화차(위)와 어성초. | ||
여러 종류의 국화 중에서 감국을 주로 사용하는데, 주로 달여서 차로 마신다. 찻잔에 꽃을 1~3송이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색과 향이 우러나면 마신다. 또는 아픈 부위에 바르기도 한다. 하지만 국화에 항원성을 갖는 경우도 있어 증상이 좋아지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면 바로 그만둬야 한다.
약용버섯으로 인기가 높은 영지버섯도 차로 마시면 좋다. 항알레르기 효과가 뛰어나서 아토피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1ℓ의 물에 손가락 크기의 영지버섯 1∼2개를 넣고 30분간 푹 달인 다음 수시로 마신다. 따뜻한 것이 싫을 때는 차게 마셔도 좋다. 다만 아이들의 경우 잘 맞지 않을 수 있으므로 소화 상태나 변을 확인한다. 달이고 남은 영지버섯은 그냥 버리지 말고 목욕물에 넣어 다시 한 번 사용한다.
말린 칡뿌리로 만든 갈근차는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깊은 잠을 못 자고 갈증이 날 때 마시면 좋다. 하루에 3번 정도 마시면 피부도 한결 좋아지고 감기 예방 효과도 있다. 물 1ℓ에 갈근 40g 정도를 넣어 30분 정도 푹 달여 마신다. 생칡즙도 비슷한 효과가 기대된다.
남아프리카가 원산지인 루이보스차도 아토피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항산화효소가 매우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활성산소의 수치를 낮추는데, 활성산소가 줄어들면 아토피 증상이 가벼워진다.
그렇다면 평소 식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보통 아이들이 아토피로 고생하면 알레르기를 유발 위험이 있는 육류나 우유, 달걀 등의 섭취를 제한하고 채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성장을 해야 하는 시기에 단백질이 부족하면 성장발달이 느려져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아토피로 병원을 찾는 아이들의 경우 신장이나 체중이 떨어지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또 웰빙 식품으로 생각하는 등 푸른 생선이나 콩, 견과류 등으로 인해 아토피가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아토피가 있는 경우 특정 식품을 제한하기 전에 먼저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특정 식품에 알레르기가 있더라도 평생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에 그 식품에 대한 면역이 생기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물론 평소 하루 8컵 정도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매끼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잘 챙겨먹는 것이 좋다.
채소 중에서는 특히 들깻잎의 아토피 개선 효과가 밝혀져 있다. 일본 소아피부과학회의 연구에 의하면 80% 이상의 아토피 환자에게서 증상 완화 효과가 있었다.
당근도 반찬으로, 즙으로 자주 먹으면 좋다. 당근에 들어 있는 비타민 C, 카로틴이 혈관이나 조직을 산화시키는 활성산소의 활동을 막아준다. 매일 아침 당근주스를 1잔 마시면 좋고, 마시기 힘들 때는 당근 1개에 사과 반 개를 섞어서 갈아 마신다. 꿀을 조금 타서 마셔도 좋다.
아삭아삭한 맛이 좋은 파프리카 역시 비타민과 미네랄의 보고. 각종 샐러드는 물론 주스로도 가까이하면 좋다. 요즘 파프리카즙을 넣어 만든 천연비누가 아토피에 좋다고 해서 직접 만들어 쓰는 이들도 많다.
파프리카에는 면역력에 관여하는 비타민 A가 풍부하고 항산화 작용을 하는 비타민 C는 토마토의 5배, 오렌지의 4배나 되는 양이 들어 있다. 파프리카의 색에 따라 영양 성분이 조금씩 다른데, 특히 피부미용에 좋은 것은 주황, 노랑 파프리카. 아토피성 피부염뿐만 아니라 미백효과가 우수해 기미, 주근깨 등이 많은 피부에도 좋다. 빨강 파프리카는 리코펜이 풍부해 활성산소 제거에 좋고 초록 파프리카는 철분과 칼슘이 풍부해 빈혈 예방, 다이어트 효과가 더 크다.
선인장 열매인 백년초도 항염증 작용이 뛰어나다. 성질이 차서 몸속의 열을 식혀주고,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면역력을 높여준다.
미역이나 다시마 같은 해조류 반찬도 자주 밥상에 올리면 좋다. 특히 아토피가 없더라도 인스턴트식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게 모르게 많이 섭취하는 식품첨가물 등의 독소를 해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토피로 고생하는 경우에는 불린 미역을 목욕할 때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미역을 2시간 정도 물에 불려 소금기를 뺀 다음 목욕을 할 때 몸에 문지르면 보습 효과가 뛰어나다.
발효식품으로 아토피 넘기
김치 된장 막걸리 유산균 효과 '굿'
가장 대표적인 발효식품은 김치. 특별히 건강식품으로 나오는 유산균 제제를 사먹지 않더라도 김치 같은 발효식품을 잘 먹는다면 여러 가지 유산균이 풍부하게 섭취할 수 있다. 지금처럼 사계절 내내 푸른 채소를 먹지 못하던 예전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비타민 C 섭취가 부족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김치를 통해 비타민 C를 섭취하기 때문이다. 유산균이 발효되는 과정에서 하루 필요량의 비타민 C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콩을 발효시켜 만드는 된장이나 청국장, 고추장, 간장 등에도 유산균이 많다. 특히 웰빙 열풍으로 환, 가루 등의 건강식품으로도 많이 시판되는 청국장은 1g에 미생물이 10억 마리나 되는 유익균이 들어 있어 혈압, 혈당 저하를 비롯해 혈전 용해, 항암, 다이어트까지 다양한 효능을 자랑한다.
요즘 와인보다 인기가 많아진 막걸리에도 유산균이 많다. 다만 열처리를 하지 않은 생막걸리라야 한다.
서양의 발효식품으로는 치즈나 요구르트가 있다. 요구르트나 떠먹는 요구르트 등 유산균 발효유를 먹고 난 다음에는 입을 잘 헹구거나 양치질을 하는 것이 좋다. 설탕이 들어 있는 제품이 많고, 무설탕 제품이라도 산이 들어 있어서 치아가 손상될 수 있다.
참고로 치즈나 요구르트 같은 유제품은 괜찮지만 우유만 마셨다 하면 설사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경우를 ‘유당불내증’이라고 하는데, 우유를 빵이나 시리얼 등 다른 식품과 함께 섭취하면 유당이 서서히 소화돼 괜찮다. 찬 우유보다는 미지근하게 데워 마시고,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래도 불편하다면 유당을 분해시켜 내놓은 락타아제 프리, 락토 프리로 표시된 우유를 고르거나 유당이 없는 두유를 마신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이정주 이네이처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