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그룹 빅뱅 멤버 지드래곤은 비공개 SNS계정이 해킹당하면서 열애설에 휩싸였다. 이후 그는 자신의 공식 SNS에 사진을 올리고 심경을 전했다. 사진출처 = 지드래곤 공식 인스타그램.
#진짜 한류의 중심, 청담동 ‘대형기획사 사옥 거리’
지난 21일 평일 오후 2시께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K스타 로드(한류스타 거리)는 한산했다. 한류 팬들이 즐겨 찾는다던 관광 명소치고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10분 가량 주변을 서성이다 외국인 관광객 두 팀을 만날 수 있었다. 한 팀은 중국인이었고, 한 팀은 영어권 백인이었다. 그들은 저마다 휴대폰을 꺼내 들고 한류스타를 캐릭터화한 조형물과 기념촬영을 했다. 그들을 따라가니 유명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의 과거 본사 건물이 나왔다. 현재 건물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SM 소속 연예인들의 사진을 랩핑해둬 눈에 띄었다. 관광객 세 팀은 이 건물 앞에서도 사진을 찍었다.
이후 기자는 강남구 청담동주민센터 맞은편을 찾았다. ‘사생팬들의 기본코스’라 불리는 이곳은 SM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JYP, FNC 등 대형기획사들이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FNC엔터테인먼트 본사 주변에 도착하니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연예인들이 활동 시 사용하는 스타크래프트 벤이 여러 대 줄지어 있었고, 건물 맞은편에는 여성 세 명과 남성 한 명이 망부석처럼 서 있었다. 여성들은 카메라와 큰 가방을 메고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이들은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렸으나 시선은 줄곧 건물 입구를 향해 있었다. 스타가 등장하면 언제든 달려갈 준비를 하는 듯 보였다.
한 연예기획사 앞에 모인 팬들의 모습.
기자는 30분 가량 이들을 지켜보다 주변의 한 카페로 들어섰다. 카페에는 세 팀이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음료를 주문한 뒤 “근처 기획사가 많은 것 같다”고 운을 떼자 카페 종업원은 “연예인들을 보러 근처에 많이들 온다. 소속 가수가 오는 경우에는 미리 알고 와서 진을 치고 있더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 들어서는 소속 가수의 활동이 드물어 장사에 방해되는 일이 없었다. 우리 가게의 경우 제법 가격대가 있는 편이라 젊은 친구들이 가게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종업원의 말대로 카페의 음료는 8000원부터 9000원대로 비교적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팬들이 얼마나 많이 오느냐는 질문에 그는 계산대 바로 앞에 위치한 테이블을 눈짓으로 넌지시 가르키며 “지금 이 앞 테이블만 보더라도 ‘그런 분들’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종업원이 알려준 테이블에는 여성 세 명이 앉아 있었는데, 이들 역시 카메라와 큰 가방을 소지하고 있었다. 얼마간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더니 그들 중 한 명이 카페 밖으로 뛰어나가 건물 맞은편에 섰다. 그러자 건물 앞을 지키고 서 있던 한 여성이 가게로 들어와 테이블에 앉더니 일행에게 파악해 온 동태를 전해줬다. 그들 나름의 교대근무인 셈이었다.
이후 살펴본 다른 기획사 사옥 주변도 상황은 비슷했다. JYP 건물 앞에는 20명 남짓한 팬들이 건물 맞은편에 서서 입구를 바라본 채 서 있었다. 팬들은 국가도 연령도 다양한 듯했다. 5명을 제외하고 모두 외국인으로 추정됐으며 서양인과 중국인, 일본 아주머니 팬들까지 보였다. SM 기획사 앞에서는 인터내셔널 택시도 목격할 수 있었다. 한 일본인 가족은 택시에서 내려 사옥 앞에서 조용히 기념촬영을 하고 떠났다. 택시기사는 “가족이 관광을 목적으로 이곳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사진 = JTBC ‘마녀사냥’ 캡쳐
#‘탑시드’에 ‘시녀짓’해 정보 얻어…사생팬들 사이 번지는 신계급 제도
“내 지인이 사생인데 유명 ‘탑시드’한테 시녀짓 해가면서 정보 얻는 것 같던데”
팬들 사이에서 정보가 권력이 된 지는 이미 오래다. 더 오래, 더 깊게 팬 활동을 할수록 아는 정보가 늘어나고 정보력에 비례해 권력이 생긴다. 특히 홈마(홈페이지 마스터)는 팬덤 내에서 많은 팔로워와 회원을 갖게 되며 자연스럽게 위치가 생기는데, 개중 상위로 꼽히는 ‘탑시드’의 경우 많은 정보를 쥐고 있다.
한 보이그룹의 팬은 사생대포에 대해 “스케줄 상에 없던 행사들을 대체 어떻게 알아내 찾아가는지 모르겠다. 졸업식이나 여행지까지 따라가 사진을 찍으면 멤버들이 반갑게 생각할 것 같으냐”고 비판했다.
사생대포는 스타의 사생활까지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어 팬들 사이에서 많은 비난을 받지만 동시에 팬페이지를 운영해 사진을 공유하고 포토북까지 만들어 팔기 때문에 팬덤 내 권력이 높은 편에 속한다.
JYJ의 시아준수가 식사를 하는 식당 밖 창문 너머에서 사생팬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 온라인커뮤니티
온라인커뮤니티에 수소문한 결과, 사생팬들 사이에 은연중 형성된 신계급 제도의 실체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실제로 팬페이지를 만들어 수익까지 얻는 탑시드 홈마 중 멤버 사생활 정보를 알고 있는 이들이 있으며, 이들이 가진 정보력 때문에 옆에서 시녀처럼 심부름하거나 시중을 들며 친목을 쌓으려는 사생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20대 여성 A 씨는 “지인이 한 보이그룹 사생인데 유명한 탑시드 옆에서 시녀 짓을 해가며 정보를 얻곤 하더라”며 “사생들 간의 정보를 알고 싶으면 유명 홈마들에게 연락해 친해져보라”고 귀뜸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사생에 분노한 팬들 ‘사생법’ 제안한 까닭은? 2013년 10월 9일 법제처 홈페이지의 국민제안 게시판에는 ‘사생활 침해하는 사생팬 관련 법제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사생팬으로 인해 연예인들이 피해를 입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자 팬들이 직접 나서 관련법을 만들어 달라고 제안한 것이다. 해당 제안은 일부 사생이 저지르는 무단침입 등 범법행위와 교통법을 위반하고 사고유발의 위험이 있는 사생택시(사생팬들의 발이 되어 연예인의 사생활을 뒤쫓는 택시)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사생을 의무교육과 벌금형 등을 통해 교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생팬이 이용하는 사생택시는 연예인 차량을 따라잡기 위해 과도하게 속력을 내며 일부러 접촉사고를 내기도 한다고 밝혔다. 팬들은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특권의식으로 여기는 잘못된 태도는 심리 상담 등을 통해 올바른 가치를 갖게끔 교화시켜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사생팬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스타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기억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라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는 제안을 검토한 뒤 “향후 관련 정책 추진 시 참고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현재까지 반영되고 있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현재 팬덤과 관련해 논의되고 있는 사안은 없다”며 “사생팬 관리 부분은 법무부나 경찰쪽에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2013년 법무처 홈페이지의 국민제안 게시판에는 ‘사생활 침해하는 사생팬 관련 법제화’라는 제목의 제안이 올라왔다. 한편, 팬들은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자정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팬페이지 마스터 가운데 사생으로 밝혀진 이들에 대한 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며 해당 페이지의 접근과 포토북 구입 등을 자제하고, 사진 공유를 금지해 그들이 찍은 사진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붙수니나 대포사생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기획사에는 “아티스트를 보호하라”는 글귀가 담긴 로고를 만들어 강력하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