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도시철도 스크린도어 설치공사 공개 안전성 검증 결과 미승인 볼트가 빠지는 중대 결함이 확인됐다. 사진은 공개 테스트 장면. 사진=대구안실련 제공
[대구=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하 대구안실련)이 줄곧 안정성 문제를 제기해 왔던 대구도시철도 2호선 스크린도어 구조물(H빔) 고정 앙카볼트가 ‘공개 안전성 검증’에서 볼트가 빠져버리는 중대 결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물 고정 볼트를 불량제품을 사용한 것이다.
스크린도어(PSD) 안전에 있어 구조물은 가장 중요한 부문이며, 이를 지탱하는 것이 앙카볼트(anchor bolt)다.
전동차 운행 시 터널 내 기류와 진동, 소음 등으로 고정력이 떨어지면 구조물 전체가 흔들리고, 제어 시스템과 센서 오작동 등으로 인한 고장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공개 안전성 검증은 대구도시철도공사가 대구안실련이 자체 조사한 스크린도어 앙카볼트와 도막 두께 불량 등 부실시공 결과를 받아들여 약속한 ‘공개 검증’이란 점에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공사는 대구안실련이 지난 8월 30일 이후 두차례나 제기했던 이 같은 부실시공에 대해 재발 방지와 후속 조치를 약속한 바 있다.
시공사인 현대로템이 대시민 사과문을 발표했고, 이번 안전성 검증 은 공사가 안실련, 언론사, 시공사와 공동으로 ‘스크린도어 안전검증위원회’를 구성해 공개 검증을 하기로 약속한데 따른 것이다.
앞서 올해 초에도 대구안실련은 스크린도어 공사 입찰과 관련해 공무원 비위와 하도급 업체 비리 의혹 등을 제기해 대구시 감사관실이 특감을 통해 해당 공무원을 해임시켰고, 추가 비리와 관련 경찰 수사까지 의뢰한 바 있었다.
대구 안실련 관계자는 “이번 앙카볼트 불량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총체적 부실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그동안 사태를 지켜본 결과, 이번 사태는 대구시와 감사관실, 대구도시철도공사와 시공사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안전불감증과 비위, 비리가 낳은 결과물이라며, 대구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대구 안실련은 먼저, 계속되는 부실시공 사태의 중대성을 감안, 대구시 차원에서 공개 사과 할 것을 요구하고 부실시공 관련자에 대해서는 엄중 문책할 것을 요구했다.
또 대구시와 시의회 차원에서 진상 조사위원회를 구성, 그동안 스크린도어 도입부터 특별감사, 설치·제작 모든 과정들에 대한 문제점들을 명백히 밝혀 ‘도시철도 품질 및 시공 안전 백서’를 발간해 줄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
대구시의 임명직 감사시스템에 대해서도 전면 개편을 요구했다.
대구 안실련은 “계속되는 도시철도 스크린도어 부실 사태와 최근 Exco 회계부정 사건에서 확인된 유명무실한 현재 대구시 내부 임명직 감사관 제도를 독립된 제3자 임명직을 통해 투명한 감사시스템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향후 공사에서도 부실시공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과 감시 방안을 마련해 공식 발표해 줄 것”을 함께 요구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현재 스크린도어 1단계 24개역 시공에 이어 2단계로 25개 역사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할 예정이다.
대구안실련은 이번 안전검증 결과에 따른 부실 시공에 대해서는 구조보강 등 재시공을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안전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은 ‘물품 구매방식’에 대해서도 재검토와 함께 개선을 요구했다.
대구안실련 관계자는 “1200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들이는 공사를 ‘물품 구매방식’ 발주로 감리 지정도 없이 공사를 진행해 안전 관리 감독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번 공개 안전성 검증은 지난 13일 2호선 이곡역과 죽전역 , 23일 1호선 칠성시장역과 2호선 수성구청역에서 각각 두차례 실시했다. 안전성 검증에는 대구안실련과 대구도시철도공사 인발테스트 시험기관인 한국품질연구원, 시공사 관계자가 참여했다.
대구안실련은 2호선 12개 역사 스크린도어 구조물을 지지·고정하는 미승인 D사 케미컬 앵커볼트가 설곗값을 견디지 못하고 빠지는 중대 결함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지난 26일 성명을 통해 밝혔다.
한국품질연구원 측정 결과 미승인 앵커볼트인 D사 제품을 설치한 이곡역에서는 5곳 중 2곳이 합격 기준인 40KN에 미달하는 결괏값 27.4KN과 18.5KN이 나와 ‘볼트 빠짐’과 ‘구조물 파손’ 등의 판정을 받았다.
미승인 D사 앙카볼트(좌)와 정품 H사 앙카볼트(우) 사진=대구안실련 제공
반면, 정품인 H사 제품을 설치한 죽전역 4곳은 모두 합격 기준을 웃돌았다. 또 정품을 설치한 칠성시장역과 정품으로 재시공 중인 수성구청역 8곳도 모두 합격 기준을 넘었다.
김중진 대구안실련 사무총장은 “미승인 이번 조사 결과 미승인 앙카볼트 제품이 무려 84.1%인 4천229개나 된다는 것은 현장 감독과 대구도시철도공사 감독이 서로 눈감아 주지 않고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수치다”며, 공사 감독 비위·비리에 대한 철저한 감사도 요구했다.
이어 그는 “그 간 대구시 감사관실의 행태나 대구시의 솜방망이 처벌, 대구도시철도공사의 눈가림식 감독이 계속되는 한 대구시의 안전도시 구현이란 구호는 헛구호에 불과하며, 이번 사태로 볼트도 대구시의 안전의식도 모두 빠져버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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