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원자력 소극적 태도 보인 유성구, 국감 파장 염두한 대응…너무 늦은 행보” 비판
[대전=일요신문] 박하늘 기자 = 올해 국정감사에서 대전 유성구의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에 사용후핵연료가 아무런 통보없이 반입된 사실이 드러나 주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가운데 허태정 유성구청장이 정부에 사용후핵연료 반입에 관한 정보공개 등 원자력안전 대책을 촉구했다.
이에 그동안 원자력안전에 다소 방관적인 모습을 보인 유성구의 태도에 대한 비판과 “직접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 허태정 “사용후핵연료 통보없이 반입…통행정의 전형”
허태정 구청장은 17일 대전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16년 국감에서 정부가 사용후핵연료인 폐연료봉(1,390개)과 손상핵연료(309개)가 1,699개(약 3.3톤)나 보관돼 있는데 30년간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으며 손상핵연료(309개)의 경우 한국수력원자력 내부규정인 ‘발전소운영절차서’ 상의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지난 1988년부터 2010년까지 7차례에 걸쳐 원자력발전소(고리, 영광, 울진)에서 대전 원자력연구원으로 옮긴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심각한 위험요소인 사용후핵연료와 손상핵연료의 원자력연 보관여부를 주민은 물론, 지자체에도 전혀 알린 바가 없다”면서 “이는 주민의 안전과 알권리를 무시한 불통행정의 전형”이라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대전 도심내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관측대책 ▲원자력역 내 보관중인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이전 대책 ▲원전·방폐장 수준의 안전대책 및 지원방안 ▲원자력안전 관련 사항 주민과 지자체에 정보 공개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그는 “정부는 그동안 주민에게 공개하지 않은 또 다른 위험물이 있진 않은지 명확히 밝히고 근본적인 제도 개선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대전시, 지역정치권, 시민사회 단체와 함께 지속적 투자를 벌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시민단체 “그동안 유성구 원자력안전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매우 늦은 행보”
그러나 오랜 기간 원자력안전을 위해 스스로 싸워온 시민단체는 이같은 허 구청장의 강경반응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사용후핵연료, 방사성폐기물 보관 등 원자력안전에 관한 문제들이 여러차례 지적됐음에도 유성구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다 이번 국감에서 전국적인 이슈로 비화되고 나서야 행동에 나섰다는 것이다. 또한 구 차원의 원자력 안전 대책수립은 여전히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유성핵안전시민대책본부(집행위원장 이경자)는 허 구청장의 기자회견 직후 성명서를 발표하고 “허 구청장이 직접 나서 중앙 정부에 항의와 안전대책 요구를 한 것은 매우 늦은 행보”라며 “한편으론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대책본부는 “지난 몇 년간 본 단체와 지역 주민들은 유성 핵시설에 대한 대비책 요구를 유성구와 구의회에 끊임없이 했으나, 묵묵부답이거나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며 “지난 6월, 사용후핵연료 1,699봉이 반입되었다는 것이 알려졌을 때에도 수수방관하던 유성구와 구의회가 이번 10월 국정감사에서 손상핵연료 반입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자 비로소 움직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주민들의 동의없는 고준위핵폐기물 대전 반입과 이를 이용한 실험의 전면적인 중단을 촉구 ▲핵사고에 대비한 방호방재대책을 세우고 모의 훈련을 실시
▲민간안전감시기구 설립하기 위한 민간안전감시위원회를 즉각 소집 ▲유성의 모든 핵 시설에 대한 전면적인 3자 검증을 할 수 있도록 노력 ▲시민단체, 주민,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기적인 공론의 장을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그동안 ‘국가 사무’란 핑계를 대며 핵 관련 사안에 대하여 책임과 노력을 회피해왔던 유성구와 구의회가 이번 기자회견과 성명 발표를 기점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핵 사고를 대비한 실질적인 주민안전대책을 세우고, 실행하는 모습을 보이기를 바란다”며 구의 적극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 유성구, 원자력 시설 밀집지역이지만 안전대책 소극적…정부에 지원요구 조차 안해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원자력 관련 시설 밀집지역 유성은 지속적으로 원자력 안적대책를 요구 받아왔다.
유성에는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 한전원자력연료,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 원자력 관련 연구시설이 밀집해있으며 지난해 6월 기준 방사성폐기물 보관량 전국 2위로,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시설운영이나 실험도중 방사능에 노출된 의복 등) 3만640드럼과 고준위핵폐기물(사용후핵폐기물 등) 3.3t을 보관중이다.
방폐물이 담긴 드럼이 지상 1층 조립식 건물에 보관돼 있으며 중준위 폐기물이 922드럼 담긴 저장고가 내진설계가 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시설 보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함께 원자력연이 지난해 12월 대전에서 파이로프로세싱 일관공정 시험시설 ‘PRIDE’을 준공해 내년부터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를 진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원전에서 사용한 핵연료를 건식재처리해 재사용하는 것으로 아직 실험단계에 있어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유성주민 3만5000여명이 원자력 연구시설 반경 1.8km 이내 살고있어 원자력 안전에 민감하다.
주민들이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직접행동에 나설 때까지 유성구는 뒷짐을 지고 있었다는게 시민단체를 비롯한 구민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 3년간 ‘대전유성민간원자력환경안전조례제정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는 안전대책 수립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해왔다. 지난해 4월에는 주민 1만 명의 자발적인 서명을 받아 구의회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민간원자력안전감시기구 설치 조례’를 부의했다. 그러나 구청과 구의회는 상위법 위반 등을 이유로 조례 제정을 미뤘다. 우여곡절 끝에 조례가 통과됐으나 감시기구 설립 위원회에 참여할 원자력안전기술원과 한전원자력연료가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는 이유로 여전히 답보상태에 처해있다.
구는 또한 주민의 우려가 큰 파이로프로세싱과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에 대한 구청 차원에서의 안전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구는 지난 7월말부터 파이로프로세싱에 대한 내부논의를 진행해 해왔으나 아직 주민 안전에 관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구에 연구용 원자로가 설치돼 있고 방폐장 수준의 방폐물을 보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관련 시설이 설치된 타 지자체가 받고 있는 지원은 커녕 아직까지 보상요구 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성구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내년 정기적으로 유성구 비상계획구역일대를 순회하며 환경방사능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환경방사선 이동탐사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허태정 구청장의 이날 기자회견의 강도에는 한참 모자란 대책”이라는게 중론이다.
기초자치단체로서의 한계는 있을 수 있으나 주민이 납득할 수준의 적극적인 안전대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ynwa21@ilyods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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