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여성인권단체 소속 30여 명이 지적장애 여아를 성매수한 가해자에게 불법성이 없다는 법원의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여아를 ‘자발적 성매매 아동’으로 규정하고 가해 남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 법원의 판결이 뒤집혔다.
지난 28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부는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성매수 남성 양 아무개 씨에게 1천 2백여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양 아무개 씨가 김 아무개 양의 성적 가치관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오히려 상황을 이용해 성적 만족을 었었다”며 김 양의 행동에 자발성이 없음을 밝혔다.
이어 “아동·청소년은 성인들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입장에 있어 양 씨의 범죄행위는 민법상 불법행위”라며 양 씨의 책임을 인정했다.
하은이 사건은 지적장애를 앓아 7살 아동 수준의 지능을 가진 당시 13살 소녀가 가출 뒤 다수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음에도 불구, 성폭행·성매매 남성들이 숙박과 떡볶이 등을 제공한 것을 이유로 ‘성매매’로 판단된 사건이다.
1심 판결 이후 십대여성인권센터를 비롯해 여성아동·청소년계 단체들은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사건을 공론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