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한 식당에 등장한 신메뉴. 사진출처=인터넷 블로그 캡처
[일요신문] 한 달이 넘도록 이어지는 ‘최순실 게이트’ 정국 속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 등을 풍자하는 마케팅이 눈길을 끌고 있다. ‘박 대통령 하야 당일 전 객실 무료 이벤트’를 내건 숙박업소가 있을 정도다. 또한 매주말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화문이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머리에 색안경을 올리는 ‘최순실 코스프레’까지 등장했다. 이 가운데 광주광역시의 한 식당에서는 ‘순실이 콩밥 먹을 때까지 쭈욱!’이라는 문구와 함께 ‘순실이 콩밥정식’을 4900원에 제공한다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현수막이 찍힌 사진은 큰 화제가 됐다. 식당이 알려지며 실제 다녀왔다는 후기도 이어졌다.
이 식당은 국정 농단의 주역으로 지목된 최순실 씨가 징역형을 선고 받을 때까지 콩밥 메뉴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로 이 같은 문구를 사용했다. 그런데 문구 그대로라면 업주는 콩밥 메뉴를 영원히 없애지 못할지도 모른다. 더 이상 구치소나 교도소 등 교정시설에서 수용자들에게 콩밥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 “너 콩밥 좀 먹어 볼래” 이젠 틀린 말
교도소 콩밥의 유래는 일제 강점기인 193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형무소 식단 자료에 따르면 재소자에게 콩 40%, 쌀 10%, 좁쌀 50%로 지은 밥이 제공됐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1957년 최초로 ‘재소자 식량 급여 규칙’이 제정됐다. 이때 곡식 혼합 비율이 쌀 30%, 콩 20%, 보리 50%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1986년 법안 개정으로 아예 콩이 재소자의 밥에서 사라지게 됐다. 쌀과 보리의 비율이 50대 50으로 이뤄진 보리밥이 제공되기 시작한 것.
이후 꾸준히 쌀의 비율이 높아졌다. 1989년 쌀 60%에 보리 40%로 시작해 1994년 7대4, 1995년 8대2, 2008년 9대1로 점차 쌀의 비중이 올라간 밥이 제공됐다.
2014년 6월 17일 형의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며 혼식이 아닌 100% 쌀로 지은 밥을 수용자가 먹게 됐다. 엄밀히 따지면 “너 콩밥 좀 먹어 볼래”라는 말은 이제 틀린 말이 된 것이다.
사복을 입고 구치소와 검찰청 등을 오가는 최순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최순실의 검찰 출두 첫날, 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관심이 집중됐다. 뜨거운 취재열기에 최 씨의 신발이 벗겨져 명품 신발이 화제가 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뜻하지 않은 명품 신발 광고(?) 이후 최 씨가 입은 옷에도 많은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구속수사를 받은 최 씨는 서울구치소와 검찰청을 오가며 수의를 입은 안종범, 차은택과 달리 사복을 착용한 모습이 포착된 것.
안종범과 차은택은 꾸준히 황토색 수의를 착용하고 조사에 임했다. 반면 최순실과 장시호는 평상복을 입고 검찰에 출두했다. 최순실은 최초 출두 당시와 같은 것으로 보이는 남색 코트를 지속적으로 입었고 장시호는 두꺼운 패딩점퍼를 착용했다.
최순실은 ‘맞는 수의가 없다’는 이유로 수의 착용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수용자의 경우 85부터 105까지 사이즈의 수의가 제공된다. 최순실은 가장 작은 사이즈의 바지도 밑단이 끌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형집행법 제82조에 따르면 미결수용자는 조사에 참석할 때 사복 착용이 가능하다. 도주 우려가 크다면 교정시설에서 지급하는 의류를 입게 할 수 있다.
‘콩밥’과 같이 ‘푸른 수의’라는 대명사로 불리던 수용자의 의복에도 변화가 있었다. 지난 2007년 법안 개정으로 기존 회색이나 푸른색에서 밝은 색상으로 변화했다. 2007년부터 도입된 수용자 의류는 형선고 유무, 계절, 용도 등에 따라 20여 가지에 이른다. 안 씨와 차 씨가 입은 수의는 미결수용자용 동복으로 상의에 지퍼가 있고 방한을 위해 안감에 솜이 들어있다.
영화 ‘7번방의 기적’에 나오는 주황색 수의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색상이다. 사진 = 영화 <7번방의 기적> 스틸컷.
# 최순실 수감된 서울구치소 독방
최순실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되며 독방에 배정받아 구치소 독방에 대한 관심도 집중시켰다. 서울구치소는 그간 이상득 전 의원, 최태원 SK 회장, 이재현 CJ 회장, 진경준 전 검사장 등이 수감됐거나 현재 수감 중인 이른바 ‘범털 집합소’라고 불리기도 한다.
서울구치소에는 약 300개의 독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실 포함 6.56㎡(약 1.9평) 넓이의 독방에는 TV, 밥상, 관물대와 매트리스가 놓여있다. 하루 30분 내외의 운동 시간을 제외하면 주로 독방 내부에서 지내야하는 미결수는 8시간 정도의 TV 시청시간이 주어진다. TV는 정해진 시간에 자동으로 켜지고 꺼진다.
최순실이 처음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11월 1일은 서울지역이 올가을 처음으로 영하권 기온을 기록한 날이었다. 하지만 최순실이 독방에서 추위에 떨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바닥에 열선이 있는 난방패널이 설치돼 있고 동절기엔 솜이불까지 수용자들에게 제공되기 때문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범털 집합소’ 서울구치소에선… 최순실이 수감된 서울구치소는 정치인이나 기업인 등 거물급 인사들이 수감돼 소위 ‘범털 집합소’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지난 MB정권에서 실세로 지목되며 ‘상왕’이라고도 불리던 이상득 전 의원도 서울구치소에서 1년 2개월을 지냈다. 당시 서울구치소에서 근무한 교정직 공무원 김 아무개 씨는 “이 전 의원이 수감되자 선배들이 ‘의원님, 의원님’하며 그를 챙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며 “선배들의 모습을 보니 나도 이 전 의원을 대하기가 조금 불편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의원님이란 호칭을 쓰며 한 번 더 들여다보고 신경을 쓰는 정도였지 별다른 특혜가 주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이 전 의원은 수감 첫 두 달간 1일 평균 1.3회 접견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교정시설 수용자들은 시설 내에서 과거 이름 대신 수감번호로 불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수용자의 이름을 부르도록 권고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수감번호와 이름을 함께 부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 |
“쌀밥이 제일 쌌어요” 곡물 가격 등락 따라 수용자 식사도 변화 교정시설에서 제공되는 밥은 1936년 쌀 10%에서 2014년 쌀 100%가 되기까지 지난 80년간 점차 쌀의 비율이 증가해왔다. 이처럼 재소자들에게 쌀밥을 제공하는 것은 금전적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쌀에 비해 다른 곡물들의 가격이 비싸 급식 단가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12월 2일 현재 농협중앙회가 운영하는 농산물 전문 인터넷 쇼핑몰 농협a마켓에서 최저가 곡물을 살펴보면 쌀이 보리나 콩 등 다른 곡물에 비해 저렴한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곡성농협에서 나온 쌀은 10kg에 2만 2000원에 팔리고 있었지만 함양농협의 보리는 10kg 2만 3100원으로 쌀에 비해 다소 가격이 높았다. 콩은 훨씬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서리태보다 저렴한 백태도 단 4kg에 보리 10kg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 2만 8500원이 매겨졌다.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마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2일 서울역 롯데마트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쌀의 경우 100g 당 가격이 156원으로 보리 263원과 비교해 많은 차이가 났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