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실태조사 ‘언어폭력’ 가장 심각해
으레 학창시절에는 친구들끼리 별명을 부르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인터넷과 SNS, 통신시설 등이 발달한 요즘에는 이러한 작은 일들이 크게 번지기도 한다.
얼마전 A군은 친구들과의 카톡창에서 자신의 뒤통수를 찍은 사진이 올라온 것을 보고 화가 나 친구들과 말다툼을 하게 됐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짓궂은 한 친구가 A군의 뒤통수 사진을 SNS를 통해 유포한 것이다.
심한 충격을 받은 A군은 이 사실을 부모에게 알렸고, 화가 난 부모는 SNS에 사진을 유포한 학생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여부까지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아이들의 싸움이 어른들의 싸움으로 번지는 흔한 사례 중 하나다.
이같이 학교폭력의 피해 유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교실에서 동급생들이 행사하는 ‘언어폭력’이다.
지난 5일 교육부는 17개 시·도교육감이 공동으로 전국 초·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조사대상 학생의 94.7%인 374만명이 참여, 한국교육학술정보원과 한국교육개발원 위탁으로 올해 4월부터 현재까지의 학교폭력 관련 경험과 인식에 관한 조사를 실시했다.
피해유형별 비율은 언어폭력(34.8%), 집단따돌림(16.9%), 신체폭행(12.2%), 스토킹(10.9%) 등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피해장소는 학생들이 주로 생활하는 학교 안(67.2%)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폭력피해 시간은 쉬는 시간(42.0%), 하교 이후(14.7%), 점심시간(9.7%), 정규수업시간(7.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피해학생이 응답한 가해자 유형은 같은 학교 같은 학년(75.3%)이 대다수이며, 같은 학교 다른 학년의 학생의 비율은 8.8%, 다른 학교 학생의 비율은 3.3%로 나타났다.
1차 조사와 마찬가지로 2012년 이후 학교폭력 피해응답이 5년째 감소, 학교현장의 학교폭력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한 학생의 응답률은 0.8%로, 전년 동차 대비 0.1% 감소했다.
특히 대구의 경우 학교폭력 피해응답이 0.2%로 매우 낮은 수치를 보였다.
대구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는 대구 지역의 초등학생 4학년부터 고등학생 2학년 19만 8241명 중 95.6%인 18만 9537명이 실태조사에 참여, 피해응답률은 전국 평균 0.8%보다 현저히 낮은 0.2%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해 같은 시기 학교폭력 피해응답률 0.3%보다 0.1% 감소한 결과이며, 2012년 1차 9.1%의 피해응답률과 비교하면 5년간 약 45배 감소한 결과이다.
특히 이번 실태조사에서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이 0%인 학교는 초등학교 145곳, 중학교 58곳, 고등학교 42곳, 특수학교 6곳으로 총 251곳으로 1차조사보다 46곳이 증가했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이같은 피해응답률 수치가 신뢰할 만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익명으로 처리되는 인터넷 설문의 특성상 학생들이 솔직하게 기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각 학교마다 학생들에게 인증번호를 배정해 중복 설문도 불가능하며 학교정보공시 피해학생비율과 실태조사 피해응답률이 유사하게 나타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터넷 설문만으로는 실제 교실에서 일어나는 학생들의 폭력 수위와 정도 등을 파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학교 폭력은 예방과 대처는 어느정도 가능하지만, 감춰진 학교폭력의 경우는 학생들의 자살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그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다.
대구의 경우도 피해 장소는 학생들이 주로 생활하는 학교 내(70.3%)에서 많이 발생했다. 학교폭력 발생 시 가족(29.2%), 학교(27.8%), 친구나 선배(18.1%), 117센터·경찰서 등의 기관(6.8%)에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응답, 피해학생 10명당 8명(81.9%) 이상이 신고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 이유로 ‘장난으로’가 28.7%로 가장 높았고, ‘특별한 이유가 없다’가 16.3%, ‘상대방이 먼저 나를 괴롭혀서’가 13.9%, ‘상대방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들어서’가 13.4%로 나타났다.
대구교육청은 언어폭력, 집단따돌림 등의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학교별로 다양한 언어문화개선 운동에 나설 방침이다. 이러한 문화개선은 교내 학생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판단, 각 학교마다 ‘바른말누리단’을 운영하고 있다.
각 학교 내 결성된 ‘바른말 누리단’ 동아리는 지도교사와 학생들이 스스로 언어 채집 활동과 더불어 등굣길 바른말 피켓을 제작해 캠페인을 여는 등 자체적으로 언어문화개선에 주력한다.
교육청은 학교폭력 발생 시 신고방법과 자치위원회의 심의 등 절차과 관련 법령 등을 담은 상황처리 가이드북과 학생들을 대하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교수언어 개선 자료 등을 배포할 방침이다.
이와 연계해 경찰청에서도 교내 언어순환을 위해 ‘사이버폴’을 운영한다. 학급 당 1~2명씩 사이버폴로 임명받은 학생들은 사이버 상의 욕설들을 발견 시 스스로 자정 정화 작업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앞으로 교육청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외부전문가 위촉 비율을 확대해 나가고, 각급 학교에서 관련 법령에 따른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세부 조치 기준을 엄정하게 적용해 나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우리 학생들이 더욱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생활해 나갈 수 있도록 폭력 진공 학교문화 정책에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며, 가정과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대구= 남경원 기자 skaruds@ilyo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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