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혁씨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 여섯째 동생인 고 정신영씨 아들이다. 정신영씨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독일에서 박사과정을 밟다가 31세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는데 왕회장이 가장 자랑스러워했던 동생이기도 했다.
정몽구 회장 사촌 동생이자 고 정주영 명예회장 조카인 정몽혁씨는 지난 93년 32세의 젊은 나이로 현대정유(현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직에 올라 주변을 놀라게 했던 인물이다. 아무리 오너 일가라 해도 그의 당시 나이를 감안할 때 파격인사였다. 정몽혁씨는 한때 인천정유를 인수하고 ‘오일뱅크’ 브랜드를 발표했으며 현대석유화학과 현대정유의 대표이사직을 동시에 맡아 탄탄대로는 걷는 듯했다.
그러나 무리한 차입 경영으로 인해 결국 경영이 악화되자 정씨는 현대석유화학과 현대정유 대표이사직에서 차례로 물러났다. 한때 ‘불도저’로 불린 그의 명성도 쇠락하는 듯했다.
그러나 정씨는 와신상담 끝에 지난 2002년 7월 서울 종로구 장인 소유의 건물에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를 설립해 새로운 경영인의 길을 걷게 된다. 에이치애비뉴는 조명 타일 등 건축자재를 대형 건설회사에 납품하는 업체다.
지난 2002년 4월 부실경영 책임을 지고 현대정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지 3년 3개월 만인 올 7월, 정씨는 사촌 형인 정몽구 회장의 부름을 받고 현대차 납품업체인 아주금속공업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한때 젊은 황태자로 주목받다가 부실경영인으로 추락했던 정씨가 다시금 현대가의 품에 안긴 것이다.
정씨의 대표이사 선임을 두고 정몽구 회장이 현대가 장자 역할 차원에서 선친이 가장 사랑했던 작은아버지의 아들을 현대차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에 앉혔다는 시각이 나올 법하다. 정 회장의 ‘유족 챙기기’의 성격이 짙어 보이는 것이다.
정몽혁 신임 대표이사의 현대 계열사 합류가 소리 없이 진행된 점도 이채롭다. 부실 경영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례가 있는 오너 일가의 대표이사직 선임에 대한 부담을 느껴 이번 대표이사 선임이 조용히(?) 이뤄졌다는 시각도 나올 법하다.
이번 정몽혁씨의 대표이사직 선임 이전에도 정몽구 회장은 정씨 일가 유족에 대한 관심을 계속해서 보여왔다. 45세 나이에 세상을 떠난 고 정몽우씨(정몽구 회장 동생) 아들 정일선씨가 현대차 계열 BNG스틸 사장을 맡은 사례가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