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예산을 선거자금으로 불법 사용했다는 소위 ‘안풍(安風) 사건’. 강 전 의원은 이 사건에 연루됐다가 지난 10월28일 대법원이 무죄 확정판결을 내리면서 어느 정도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 대법원은 “96년 총선 당시 여당에 전달된 1천1백억원대 자금은 안기부 예산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정치자금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강 전 의원의 “YS에게 직접 돈을 받았다”는 지난해 법정 진술을 수용한 셈.
무죄 판결을 받은 그날 저녁, 강 전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였던 경남 마산으로 내려가는 승용차에서 기자와 전화통화를 했다. 그는 “누구를 원망하기보다는 내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일로 인생의 깊은 맛도 봤다”고 무죄 판결에 대한 소감을 피력했다.
‘YS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법정에서 진술한 이후 상도동에서 연락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YS 주변 사람들로부터 연락을 받았지만 나를 나무라는 사람은 없었다”며 “(난) YS를 미워하는 마음은 전혀 없다. YS도 내가 그동안 많이 고생했던 것을 알기 때문에 (그렇게 법정 진술을 했어도) 충분히 헤아려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상도동을 방문해 인사드릴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정치 복귀 여부’에 대해선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지금부터 고민할 것”이라면서도 “20년 동안 정치를 하면서 불명예스럽게 정계 은퇴를 선언했으나 이젠 스스로 명예회복에 나서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밝혀 정계 복귀 의사를 강하게 시사했다.
그는 “오늘 마산에 가서 팔순 노모에게 인사하고, 그동안 충격 받았던 지지자들을 만나 술도 한잔 할 것”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