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권영수 ICT소재부품연구소 프로세서연구실장 인터뷰
‘알데바란’의 성공은 비단 무인자율차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 프로세서는 무인장갑차, 휴대전화, 가전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이미 알데바란을 기반으로 한 로봇용 프로세서가 개발돼 제작단계에 들어갔다. 대부분 외산에 의지하고 있는 CPU를 우리 기술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해외기업에 잠식됐던 프로세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ETRI 프로세서연구실은 알데바란을 탄생시키기까지 9년간 수많은 실패와 난관을 헤쳐왔다. 연구팀은 “되겠냐”는 부정적인 외부의 시선, ‘할 수 있을까’라는 자기검열과 끊임없이 싸워야만 했다.
권영수 ETRI 프로세서연구실장은 “작은 성과들이 모여 얻을 수 있던 결과”라며 “작은 부분도 소홀히 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알데바란 개발의 의의는?
“현재 프로세서 기술은 해외수입이 많은데 ‘알데바란’은 설계, 제작 모두 순수 우리기술이다.
알데바란은 우리기술임에도 코어를 4개 가졌으며 각 코어는 1초당 10억 연산(1GHz)을 수행할 수 있다.
알데바란의 장점 중 하나는 ‘저전력’이다. 고전력 일 경우 고장이 많을 수 있으며 배터리 사항에 따라 움직임이 제한적이다. 해외의 자율주행 프로세서는 300W에서 1000W 전력을 소모하는데 지금의 차량 내부 배터리로는 작동시킬 수 없다. 작동을 위해선 배터리를 더 실어야만 하는 문제가 있다.
알데바란은 1~3W 수준의 전력을 소모한다. 동급 프로세서 대비 100배의 에너지 효율을 갖는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기능안정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알데바란’은 차량의 전자장치 고장 시 99%의 확률로 차량을 제동할 수 있다. 그동안은 기능안전성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 해외의 자율주행 프로세서는 안전기준이 없다. 세계최초로 ISO의 자동차 기능안정성(ISO 26262) 표준을 획득했다.
지난 3년 동안 자동차 기능안정성 국제표준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알데바란에 국제 표준규격을 훨씬 쉽게 적용할 수 있었다. 반도체 시장에 나서려는 국내 기업은 국제표준을 잘 이해하고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ETRI는 미리 국제표준을 적용하기 위한 작업을 해왔다. 기술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단계까지가 목표였는데 알데바란의 성공으로 1차 목표는 달성하게 됐다.
알데바란의 두 번째 칩을 제작 중인데 내년 중순쯤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알데바란의 궁극적 목표는 인공지능 탑재”
-알데바란 두 번째 칩에는 어떤 기능이 추가되는지?
“1GHz의 코어가 9개 들어간다. 자율주행차를 위해선 더 높은 성능이 필요하다. 사람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제어돼야 한다. 영상처리 블로그, 인식 알고리즘을 개선한 IP, 차 고장인식을 100%에 가까워지도록 하는 기능안정성 강화, 자동차용 인터페이스 강화 등이 필요하다
세번째 칩의 목표는 인공지능 탑재다. 알데바란 프로세서를 인공지능 반도체에 넣어서 인식률을 높이는 것이다. ‘성능기능안전성’인데 성능은 인식이 잘돼야하고 사람보다 더 확실히 인식돼야 한다. 사람은 두 눈으로만 하는데 자율주행차는 여러 눈을 가지고 사람처럼 한다. 인식률 높아지니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이미 알데바란이 안전성을 가졌기 때문에 인공지능 탑재가 가능하다”
-‘알데바란’이 무인자율차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도 적용 가능하다는데.
“알데바란은 프로세서, 일반적 알고리즘으로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이크로 컨트롤러, 인공지능 등에 사용할 수 있다. 프로세서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가 만나는 지점이다. 거의 모든 반도체에 프로세서가 들어간다”
-자율주행차 전용 프로세서 개발로 눈을 돌리게 된 이유는?
“프로세서 기술은 대부분 미국이나 일본, 유럽을 중심으로 커왔다. 국내에서는 노력은 했는데 실패가 많았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프로세서 개발사업이 많았는데 꽃을 피우지 못했다.
그 후 프로세서를 다른 관점으로 접근했다. 일반적인 프로세서 시장에서는 해외 유수 기업들과 경쟁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화된 분야를 공략하기로 했다. 그래서 자율주행용 저전력 마이크로컨트롤러 프로세서 개발에 착수한 것이다. 개발에 들어간 지 9년째인데 이제 결과를 보는 시점이다. 시장을 많이 확보한 것은 아니지만 매년 기업에 기술이전을 해오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게 되면 4차 지능정보·인공지능 혁명 시장이 도래할 때쯤 경쟁할만한 위치에 있을 것이다”
“거듭된 프로세서 개발 실패에, 외부 부정적 인식·내부 자기검열 어려움도”
-프로세서 개발 중 어려웠던 점은?
“외부인식이 큰 문제였다. 오랜 기간 동안 프로세서 개발이 거듭 실패를 겪다 보니 ‘개발할 수 있을까’란 의구심을 샀다. 연구팀 내부에서도 자기 검열에 젖어있었다.
연구를 계속하기 위한 대외 설득작업이 힘들었다. 설득작업은 그동안의 결과물이 있어서 가능했다.
우리 프로세서 연구팀은 5년 전부터 매년 기술이전을 해오고 있다. 우리 팀은 상용화를 중시한다. 그래서 기술이전을 받은 기업이 제품을 만들 수 있을 때까지 1~2년간 지원한다. 작은 기술이라도 상용화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기술이전 시 기술전수 기간이 지원기간의 전부다. 기술이 상용화될 때까지는 사실상 1~2년간의 지원이 필요하다. 기술이전이 전부가 아닌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 빛을 볼 때까지 노력했다.
우리 연구팀의 이러한 노력이 긍정적인 평가로 돌아왔다. ‘상용화에 대한 마인드가 다른 것 같다’, ‘숨은 보석을 찾았다’ 등 기업들로부터 좋은 피드백을 얻었다.
이러한 평가들로 많은 상을 받았으며 연구팀 내부도 ‘이렇게 하면 되는 구나’라는 긍정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 비록 작은 시장이지만 성공을 맛보게 되며 내부인식과 연구자로서의 자존심을 굳건히 한 것이다. 이를 토대로 많은 연구지원을 얻을 수 있었으며 삼성의 협력까지 끌어 냈다.
프로세서 연구실의 핵심멤버는 9년째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 팀워크가 좋다. 내년에는 연구그룹이 되지만 멤버는 계속 유지된다. 이 같은 결과가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 오랫동안 모여 있어야 한다”
“작은 부분도 소홀히 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결과”
-다음 목표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규모가 300억 불 정도가 되는데 이 중 10%가 우리나라가 잡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다. 나머지 90%는 해외기업이 잡고 있는 프로세서, 반도체 설계 시장 이다. 국내기업도 해외에서 반도체 설계를 사서 제작하고 있다.
반도체의 가치는 절반이 설계에 있다. 우리나라가 지식적인 역량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대결할 가장 좋은 시장이 반도체 설계시장 이다. 알데바란은 반도체 설계도 모두 우리 기술이다.
반도체 설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국내 기업이 3개 정도는 세워져야 한다. 이 기술적 바탕을 지원하고 싶다”
ilyodsc@ilyo.co.kr
-
충북도, 코로나19 심신치유 초중고 학생 승마체험 신청 받아
온라인 기사 ( 2021.03.04 08:43 )
-
청주 낭성면 주민 "초정~보은간 송전선로 건설 중단하라"
온라인 기사 ( 2021.03.02 18:06 )
-
청주시향 단원 포함 충북 코로나19 13명 확진…누적 491명
온라인 기사 ( 2020.12.10 1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