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찬휘가 사랑의 전령사가 된 까닭은 공연 도중 즉석으로 받는 정신과 상담 때문이다. 소찬휘는 뮤지컬 중간마다 “여러분도 스스로 미쳤음을 인정합니까?”라고 물어보며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 낸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관객들이 이를 활용, 사랑을 고백하기 시작한 것.
예를 들어 소찬휘의 질문에 누군가 손을 들고 “저는 정신병에 걸린 것 같습니다”라고 얘기한 뒤 “사랑의 열병에 빠진 것 같다”며 함께 온 여성에게 깜짝 이벤트를 벌이는 것. 매번 관객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지고 소찬휘는 CD나 팸플릿을 선물하며 이들의 이벤트를 축하해준다.
그런데 최근 소찬휘도 울어버릴 뻔한 눈물의 이벤트가 있었다. 역시 공연 도중 소찬휘의 질문에 한 관객이 손을 들고 자신의 사연을 얘기했다. 그는 “옆에 있는 여자친구와 얼마 전에 헤어졌다”면서 “뮤지컬 배우가 꿈인 여자친구에게 뮤지컬을 보여주기로 한 마지막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함께 왔다”고 얘기했다. 이어 “내가 너무 큰 잘못을 했기 때문에 헤어지자는 얘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부디 행복하기 바란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는 말로 다른 관객들과 소찬휘를 당황케했다.
공연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어떻게든 돌발상황을 정리해야 하는 소찬휘는 “여자친구분이 뮤지컬 배우가 꿈이라니 그 꿈을 이뤄 언젠가 같은 무대에 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그 때 반드시 저 남자친구가 애인이 됐건 아니면 그냥 친구이건 함께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이렇게 다양한 사랑의 사연을 이어주는 소찬휘는 “용감하게 사랑을 고백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감동을 받고 있다”면서 “때로는 가슴 아픈 사연도 있지만 모두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얘기한다.
신민섭 기자 ksim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