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회장은 1954년 12월 이승만 대통령이 절대권력을 휘두르던 시절 자유당의 재정부장을 맡았다. 한국전쟁 전 장학사업으로 운영한 대원장(大元莊)에서 수학한 김장성이 정치에 발을 담그면서 그의 소개로 자유당 간부와 알고 지낸 것이 인연이 되었다.
당시 설 회장은 대일 수출품목 중 한국산 쌀이 가장 유망한 품목이라고 판단하고 1954년 12월27일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시게미츠(重光)외상을 만나는 등 쌀 수출길을 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일은 급속도로 진전되어 1956년 1월19일 설 회장의 대한상사에서 우선 11만톤의 쌀을 수출하게 되었다.
그러자 야당에서 자유당 재정부장이 소유한 회사에 쌀 수출을 전담시킨 것을 두고 강력히 반발해 결국 이승만 대통령은 설 회장은 교섭대표에 그칠 것을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설 회장은 스스로 기획하고 추진했던 일에 비용만 들인 셈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정치가들이 정치자금을 부탁하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설 회장을 찾아오자 이에 염증을 느낀 설 회장은 결국 정치에서 손을 떼게 되었다고 한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