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자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초 청와대에 워싱턴으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고 한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과의 통화를 위해 급히 찾았던 것. 그 해 2월은 북핵 보유 선언 등 북한의 핵문제가 긴박하게 돌아가던 시기였다. 그 급박했던 시기에 부시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을 급히 찾았지만 노 대통령을 바꿔줄 수 없는 상황이어서 외교안보 라인이 적잖이 당혹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왜냐하면 하필이면 그때 노 대통령은 모처에서 쌍꺼풀 수술을 받고 있었기 때문(노 대통령의 쌍꺼풀 수술일이 2월 4일로 알려져 있다).
노 대통령의 쌍꺼풀 수술은 대통령의 개인적인 동정, 그것도 몸에 칼을 대는 사안이라 극비리에 진행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미국측에 “쌍꺼풀 수술중이라 (전화를) 못 받는다”고 전할 수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참모들은 궁리 끝에 “지방 출장 중”이라 둘러댔다는 것.
이 기자에 따르면 미국은 이 해프닝이 있은 며칠 뒤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대사를 통해 유감의 뜻을 전해왔다고 한다. 한미동맹과 관련한 정상 간의 주요한 논의를 ‘지방출장’이란 이유로 미룬 데 대한 불쾌감이었다는 것.
그런데 당시 NSC 사무차장으로 ‘상황’을 처리했던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이런 사연을 그 해 2월 말 한 사석에서 측근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물론 이 차장의 언급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쌍꺼풀 수술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이미 알려진 데다 수술을 둘러싼 이런 저런 루머가 나돌자 전말을 제대로 알리자는 취지에서 이뤄진 것이었다고 한다.
이 장관의 한 측근은 “당시 노 대통령이 수술 다음날 바로 한미 정상 간 통화를 하는 등 별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또 힐 대사의 항의 등도 사실과 다르게 좀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한다.
한편 이 기자의 블로그 글에 대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적극 해명을 했다. 이 관계자는 “원래 정상들 간에는 비서진들이 그 전에 사전 조율을 해서 통화 약속을 잡는 게 외교 관례다. 이 기자 블로그 내용 중 ‘부시 대통령이 노 대통령에게 바로 전화를 연결해달라’고 했던 부분은 이러한 외교적 관례를 무시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미국에서 2월 4일(쌍꺼풀 수술한 날)인지 아니면 다른 날에 전화가 온지는 모르겠고 확실한 것은 전날 사전 조율을 한 뒤 2월 5일 두 정상이 통화를 했다는 것이다. 이종석 당시 차장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잘 모르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블로그 글을 쓴 당사자인 이영종 기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통일부 출입 간사이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들이 조심스럽다”고 밝히면서도 2월 4일 해프닝에 대해 소상하게 밝혔다.
그는 “지난해 2월 말 외교부 기자단과 이종석 NSC 사무차장 등이 함께 워크숍을 가졌던 것으로 안다. 그 뒤 기자 몇 명과 이 차장이 노래방에 가서 술을 마시는 과정에서 이 차장이 ‘그날’의 일에 대해 얘기를 했다고 한다. 이는 그 자리에 참석했던 기자를 통해 확실하게 들었던 부분이다”며 청와대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이 기자는 이어 “미국 부시 대통령이 사전 조율도 없이 바로 전화해서 노 대통령을 바꿔달라고 한 것은 물론 아니다. 사실은 미국과 청와대가 수술 전날인 2월 3일에 조율을 해서 다음 날인 2월 4일 통화 약속을 했다. 그런데 그날이 마침 노 대통령 수술 날이어서 통화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비서진에서 미국측에 ‘지방 출장’이란 변명을 했던 것으로 안다. 정부측에서는 ‘대통령이 몸이 불편한 가운데에서도 2월 5일에 통화를 했다’고 확인해주었다. 이런 사실에 대해 미국측이 우리 정부에 항의했다는 것도 확인한 부분인데 정부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 기자는 ‘쌍꺼풀 해프닝’에 대해 “블로거를 쓴 전체적인 취지는 갑작스런 상황 변화 때문에 때로는 국가 간에 외교적인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