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의 감춰진 현실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건이 드러났다. 지난 5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탤런트 이형준을 사기혐의로 체포했다. 이형준은 MBC 주말연속극 <배반의 장미> SBS 일일 드라마 <겨울새> 등에 출연했던 중견 탤런트다.
이형준은 단역 배우들에게 방송에 출연시켜 주겠다고 속이고 지난 3년 여간 무려 1억4500만 원을 갈취했다고 한다. 피해를 당한 단역 탤런트 김 아무개 씨(여·35세)는 지난 2003년 11월 초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이형준으로부터 “SBS 대하드라마 <토지>에 중요 배역으로 출연시켜 줄 수 있는데 제작진에게 지급할 교제비 1000만 원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김 씨는 이 말을 믿고 이후 세 차례에 걸쳐 2500만 원을 이형준의 통장에 입금했다.
이듬해인 지난 2004년 3월 초에는 또 다른 단역 탤런트 김 아무개 씨(42)에게 “유명 감독 A의 작품에 출연하려면 적어도 사례비가 1500만 원 정도가 필요한데 1000만 원만 달라”고 말한 뒤 무려 1700만 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형준은 단역 탤런트의 부모에게도 접근해 비슷한 수법으로 돈을 뜯어냈다. 2004년 7월 초, 염 아무개 씨는 “아들을 베트남에서 촬영 예정인 드라마에 고정 배역으로 출연시켜주겠다”는 이형준의 말을 믿고 두 차례에 걸쳐 1200만 원을 건네주기도 했다.
이형준은 지난해 2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캐나다로 출국했다가 9월 몰래 입국해 그동안 숨어 지냈다고 한다. 경찰은 “이 씨가 30년 가까이 연기 생활을 해왔고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경영하고 있어 피해자들이 그를 더 믿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성아 기자 zzang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