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제학과 87학번인 이 사장은 1990년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1991년 전대협 임시의장으로 4년간 수배생활을 겪는 등 386세대의 전형이다. 20대를 학생운동과 재야단체 활동으로 보낸 이 사장은 31세 때인 1997년 가족의 도움을 받아 마련한 1억 원을 밑천으로 휴대전화 배터리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서울공대 출신 선후배 등 폭넓은 운동권 출신들의 도움을 받아 설립된 ‘바이어블 코리아’는 한때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등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2001년 휴대폰 사업에 뛰어든 이 회사는 2000년 코스닥에도 등록했고, 2002년에는 부도난 중국 휴대폰 업체를 인수하고 사명을 VK로 바꿨다. 2004년에는 매출 3800억 원에 영업이익 230억 원을 내기도 했다. 지난해 무역의 날에는 ‘3억불 수출탑’을 받기도 했지만 2005년 실적은 8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실적 부진으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해 지난해 말부터 증권가에서는 부도설이 나돌기도 했고, 올해 두 차례 1차 부도를 낸 뒤 7일 최종 부도처리됐다. 이 사장은 6일 채권단협의회에서 “보유 주식에 대한 의결권과 처분권을 위임하고 회사를 조기 정상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선처를 바랐다. 그러나 채권단이 선결 조건으로 제시한 18억 원의 어음결제를 하지 못해 워크아웃이 무산되고 정리절차를 밟게 됐다. VK는 12일부터 21일까지 정리매매를 거쳐 22일 상장폐지될 예정이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