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씨가 복귀를 한다 안 한다 말이 많던데 이참에 확실하게 선언을 했으면 좋겠다. DJ도 세 번 만에 대통령이 됐는데 이회창씨가 못할 게 어디 있느냐.”
이 전 총재는 또한 이날 방문에서 한 주민이 “건강이 좋아 보인다. 연세도 많이 들어 보이지 않고…”라는 인사말을 듣고난 뒤 “원래 얼마 안 먹었습니다”라고 응수해 주변 사람들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당시 유세에 참석했던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총재가 본심을 얘기한 것 아니겠느냐. 자신의 나이가 정치를 재개하기에 결코 많은 게 아니라는 평소의 생각을 은연중 드러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런 그가 7·11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대해 작심하고 말문을 열어 그 배경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13일 열린 헌법포럼 주최 특강에서 7·11 한나라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대선 주자 대리전 논란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도매급으로 묶어 크게 꾸짖었다. 그는 이 전 시장에 대해서는 “처음에 개혁적 인물 운운하면서 특정인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 이 단초가 됐고, 신중치 못한 행동이었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도 “측근들이 (이 전 시장측에) 대응하고 무엇보다 전당대회장에서 이재오 후보가 연설하는 도중 자리를 옮겨 연설을 방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날 그는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상황을 손바닥 보듯이 훤하게 꿰뚫은 상태에서 매우 정확하게 그 후유증을 진단했다는 평가다. 주변 참모들의 보고도 있었겠지만 박-이 두 진영의 의원들로부터 나름대로 보고 채널을 가동했을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이는 아직도 그가 한나라당 정치의 한 축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 전 총재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여의도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 측근은 “이 전 총재가 지금은 잠복기 상태이지만 내년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어떤 형태로 모습을 드러낼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며 ‘정치적 복선’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그의 측근이던 이흥주 전 특보의 공천 탈락으로 인해 ‘충격’을 받은 이 전 총재가 ‘반격’을 노렸다는 얘기도 있다. 당시 이 전 총재는 이 후보 탈락 경위 설명차 온 당의 한 의원을 두 번이나 돌려보내는 등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 전 총재의 측근인 백승홍 전 의원은 최근 “오는 10월께 대선 후보가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당이 혼란에 빠지면 이 전 총재가 십자가를 메고 당을 구하기 위해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해 정치권에는 그의 ‘10월 정계 복귀설’도 떠돌아다니고 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