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명예회장은 얼마 전 신세계 전 계열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T자형 성장전략’을 강조했다. 문어발식 사업확대 대신 핵심 분야의 경쟁력을 키운 뒤 다른 분야에도 손을 뻗는 이른바 ‘가로형 성장전략’을 주문한 것이다. 이 특강 이후 ‘T자형 성장전략’은 어느새 신세계를 대변하는 키워드가 돼 버렸다. 직원들 사이에 ‘민심이 기울었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라고 한다. 최근 정 명예회장은 67세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최초 우주인 선발 공고’에 도전장을 내밀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신세계의 주요 경영 사안을 아내인 이 회장에게 맡긴 채 정중동 행보를 취해오던 정 명예회장의 달라진 모습에 재계 인사들은 의아해 하면서도 여러 의견을 내놓는다. ‘1년에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는 이명희 회장 대신 내부 민심 어루만지기에 나섰다’는 평이 있는가 하면 ‘삼성전자 재직 시절 최고의 CEO로 주목받았던 영광을 되찾으려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일각에선 ‘외아들인 정용진 부사장의 재혼 문제를 둘러싸고 정 명예회장과 이 회장 간의 의견충돌이 빚어졌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그동안 소리 소문 없이 지내던 정 명예회장이 아들 문제를 빌미로 아내인 이 회장과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차원에서 대외행보를 넓히고 있다는 시각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