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종현 기자 | ||
현대가는 아니지만 현대가와 깊은 관계를 맺었던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도 이날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김 전 부회장이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현대건설에 입사한 1969년은 고 정인영 회장이 현대건설 사장으로 승진한 해다.
김 전 부회장도 1998년 현대건설 사장으로 승진해 이후 이사회 의장을 지내는 등 고인이 닦아놓은 현대건설에서 젊은 날을 바친 것이다. 두 사람의 남다른 인연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김 전 부회장은 지난해 8월 분식회계와 횡령 등의 혐의로 불명예스럽게 현대그룹에서 퇴진한 터라 출관에 앞선 헌화에 참여하지 못한 채 영결식장 맨 뒤에 서서 이를 지켜보기만 했다. 출관 후 김 전 부회장은 장지까지 따라가지 못한 채 영구차가 떠나는 모습을 쓸쓸히 지켜보고 서 있어야만 했다.
김 전 부회장은 분식회계와 정치권에 비자금을 전달한 혐의로 지난 2월 불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편 이 날 고인의 두 아들인 정몽국 전 배달학원 이사장과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영구차 안에 동석해 껄끄러운 자리를 함께 해야 했다. 두 사람은 2003년 이후 한라시멘트 주식 소유권을 두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현대상선을 두고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정몽준 현대중공업 회장도 자리를 함께 했지만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현 회장은 이날만큼은 자리를 의식해서인지 기자들이 인사를 건넸으나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채 급히 차에 오르며 자리를 피했다. 할 말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모였지만 모두 말을 하지 않고 시선만 엇갈린 하루였던 셈이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