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희망연대 측은 “정치 결사체가 아니라 정치 소비자운동을 위한 모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고 전 총리 측이 이렇게 조심스런 언급을 하는 배경에는 희망연대의 앞날을 쉽게 자신할 수 없기 때문에 나온 고육지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 동안 희망연대를 준정당 형태의 본격적인 대권 준비기지로 만들려고 했지만 영입을 타진했던 거물급 인사들 대부분이 “아직 때가 아닌 것 같고 무엇보다 고 전 총리의 확실한 대권 의지가 보이지 않아 참여를 망설였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고 전 총리 측도 일단 시민운동 결사체 성격으로 희망연대를 출발시킨 뒤 나중에 정치적 상황에 따라 정당 조직으로 바꿀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래서 이번에 발표된 106명 발기인 명단에서 정치인은 보이지 않는다. 희망연대 관계자는 “중도실용주의 개혁세력의 연대와 통합이라는 출범 취지에 맞춰 각계각층의 전문가들로 발기인을 선정했다. 그리고 신당 창당을 위한 조직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주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학계에서 이화여대 석좌교수인 정세현 전 장관, 고장곤 전 제주대총장, 권동일 서울대 교수 등 35명이 참여했다. 경제계에선 박병엽 팬택 부회장, 정희자 전 여성벤처협회 회장 등 23명이 참여했고, 문화계에선 소설가 박범신, 연극인 박정자 씨, 탤런트 강석우, 김성환 씨 등 15명이 동참했다.
고 전 총리가 대권으로 가는 닻을 올렸지만 순탄하게 항해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먼저 발표된 106명 발기인들이 참신하긴 하지만 중량감을 느끼기에 조금 부족한 면이 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또한 고 전 총리가 대권에 대한 확고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해 희망연대의 추동력도 떨어진다는 말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고 전 총리가 강력한 차기 주자로서 ‘뭔가’를 보여주어야 희망연대의 ‘비정치적’ 한계도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과연 고 전 총리의 106인 전사들이 그를 대권의 항구에 안착시킬 수 있을까.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