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를 탄생시킨 핵심 주역을 말할 때 그 맨 앞자리에는 원로그룹 ‘4인방’이 서야 한다. 먼저 이상득 국회 부의장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 빛을 발했다. 그는 이 당선자의 친형이라는 ‘죄’로 아직까지 한번도 대외적 인터뷰에도 나서지 않고 철저하게 몸을 낮추고 있다. 이 당선자가 ‘여의도 정치’에 익숙하지 않아 ‘소신’을 고집처럼 부리면 참모들이 아무도 직언을 하지 못하고 어물쩍거릴 때가 있었다고 한다. 그럴 때면 이 부의장이 ‘형’으로서 어김없이 나타나 과감하게 이 당선자를 ‘컨트롤’했다. 경선기간 이 당선자에게 급박한 상황이 생기면 측근들이 즉각 국회의사당 본관 3층 부의장실에 모여 대책을 숙의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이 당선자가 대선 전 막판 이른바 ‘이명박 특검법’을 전격 수용한 것도 이 부의장이 결단을 도왔다는 후문이다.
최시중 고문도 이 당선자와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핵심 중 핵심 인사다. 최 고문은 또한 한국갤럽의 지분을 정리해 마련한 돈으로 선거자금을 썼을 정도로 열성적인 선거 운동가이자 이 당선자의 전략 참모였다. 그는 여론 흐름을 치밀하게 살펴 대선 판세를 분석하는 것은 물론 현안이 생길 때마다 ‘맞춤 전략’ 조언을 해 이 당선자에게 그의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이런 그의 활약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가 이명박 정부 초대 국정원장으로 중용될 것이라는 섣부른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밖에 경선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박희태 고문은 BBK 공방 등과 관련한 법률 조언과 이 당선자의 영남세력 확대에 주력해 인정을 받았다. 최근에는 당정일체 등의 민감한 당내 권력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해 친박 세력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논리적 언변을 바탕으로 이명박 당선자의 당 장악에 선봉장 역할까지 하고 있다. 김덕룡 고문은 수도권과 호남지역 파고들기에 공을 세웠다. 이 당선자와 오랜 친구 사이로 차기 정권에서도 그의 숨은 조언자로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된다.
당내로 눈을 돌려보면 우선 이재오 의원이 눈에 띈다. 네 살 차이인 이 당선자(41년생)와 이 의원(45년생)의 인연은 지난 1964년 한일회담 반대시위 때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깊다. 이 당선자는 고려대 상과대 학생회장(당시 4학년) 자격으로, 이 의원(당시 1학년)은 중앙대 한일회담반대구국투쟁위 위원장 자격으로 각각 시위를 주도했으며 시청 및 광화문 앞 합동시위 때 공동전선을 펴면서 운동권 동지로 첫 인연을 맺었다. 그 뒤 두 사람이 정치적 동지로까지 발전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02년 서울시장 선거를 치르면서부터다. 이 최고위원은 선대위원장을 맡아 이 후보를 서울시장에 당선시켰고, 이후 서울시장직무인수위원장까지 지냈다.
정두언 의원은 현재 자타가 공인하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 중 핵심이다. 지난 2002년 서울시 정무부시장 시절부터 이 당선자를 측근에서 보좌했던 그는 이 당선자의 심기를 가장 잘 읽는 소장파 ‘실세’로 꼽힌다. 그는 캠프 내에서 ‘리베로’로 맹활약을 펼쳤다. 전략 기획을 총괄하면서 BBK 사건과 관련한 네거티브 공세를 막는 ‘비밀팀’까지도 운영하는 등 그의 활약은 매우 광범위했다. 특히 그는 박재성 상임특별보좌역과 김상훈 보좌관(이성권 의원실) 등이 BBK 관련 동영상 협박범을 체포하기 전 그들을 만난 자리에서 “협박범들이 흉기를 휘두를지도 모른다. 정말 몸조심하기 바란다”라며 걱정을 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렇듯 정 의원은 네거티브 공방의 최일선에서 비밀팀들의 물밑 활약을 지켜보며 후방 지원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이 당선자가 이재오 의원의 2선 후퇴 후 “이방호 중심으로”라며 대선 조직의 지휘권을 맡겼다. 목표가 정해지면 앞만 보고 달리는 추진력을 이 당선자도 인정한다는 평이다. 특히 각종 선거를 여러 번 경험한 그의 ‘현장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내년 총선 공천에서 핵심 임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이 당선자 측은 말한다.
이 당선자의 ‘입’ 역할을 충실히 해낸 박형준 의원도 주목받고 있다. 복잡한 BBK 사건을 간단 명료하게 설명하면서 논리적 대변인으로 거듭났다는 평가. 한때 운동권 이론가로 이름을 날렸고 기자와 대학 교수 출신이라는 다양한 배경 때문에 향후 이명박 정부에서 다양한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 당선자의 ‘불도저’ 이미지를 희석시켜 주는 차분한 인상으로 기자들의 신망도 두터운 편이었다.
임태희 비서실장은 공무원 출신으로서 차분하고 꼼꼼하게 이 당선자의 곁을 지켰다는 평이다. 지난 8월 비서실장으로 처음 뽑혔을 때 친박 의원이라는 점 때문에 ‘친이그룹’으로부터 집중적 견제를 받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 뒤 특유의 친화력으로 캠프에 안착했다는 후문이다. 비서실 부실장을 맡았던 주호영 의원도 특유의 친화력과 불교계 인맥을 바탕으로 이 당선자의 ‘취약지대’를 잘 메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 정책라인으로는 곽승준 고려대 교수와 유우익 서울대 교수의 역할이 빛났다는 평가다. 곽 교수는 젊은 나이에 이명박 캠프 내 정책 개발의 실무 책임자로 활약했다. 유 교수는 이 당선자의 주요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의 ‘물길이 통하면 인심이 통한다’는 슬로건을 만들어 어려운 공약을 쉽게 인식시켰다는 평가를 받아 이 당선자의 신임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