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 씨에 의하면 박지성은 에이전트사와의 소송에 대해선 일절 신경을 쓰지 않고 모든 걸 담당 변호사에게 일임한 채 재활에만 몰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 문제가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어 박지성으로선 불필요한 노출이나 관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도 박지성에겐 도움이 됐다. 즉 팬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에이전트와의 법정 분쟁으로 박지성이 심리적인 압박을 받거나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이 전혀 없다는 것.
그러면서 박 씨는 박지성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동 중인 박찬호와 절친한 관계임을 처음으로 밝혔다. 두 사람이 친해지게 된 계기는 지난 3월 숙환으로 별세한 박지성의 할아버지 박동래 씨의 장례식 때문이다.
할아버지의 부음 소식을 듣고 영국에서 급거 귀국한 박지성은 장례식장 입구한 즐비하게 늘어선 조화를 보다가 어느 한 조화 앞에서 머리를 갸우뚱거렸다. 그 조화에는 ‘샌디에이고 박찬호’란 문구의 리본이 매달려 있었던 것. 순간 박지성은 아버지에게 화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단다. “아버지, 아니 남의 장례식장에 웬 나이트클럽에서 웨이터가 조화를 보낸대요?”
박성종 씨도 일면식도 없는 메이저리그의 박찬호가 조화를 보냈을 리 만무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두 부자는 그 조화를 다른 곳으로 치워버릴까 하다가 ‘웨이터’의 성의를 생각해서 발인할 때까지 손을 대지 않고 놔두었다.
그런데 모든 장례를 마치고 박지성이 출국하기 직전에 그 조화를 보낸 사람이 진짜 박찬호였음을 알게 됐다. 박찬호와 박지성은 우리은행 자산관리팀 고객인데다가 두 사람 모두 우리은행 CF 모델로도 활동했었다. 우리은행 측에서 박찬호에게 박지성 할아버지의 별세 소식을 전했고 박찬호가 한국의 매니지먼트사인 팀 61을 통해 박지성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 ‘샌디에이고 박찬호’란 이름을 넣어 조화를 보내게 된 것이다.
박지성은 영국으로 돌아간 뒤 박찬호에게 감사의 메일을 보낸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은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메일을 주고받으며 안부를 챙겼다고 한다.
박지성의 남다른 친분을 공개한 박성종 씨는 “여기에 골프의 박세리 프로만 가세하면 ‘스리 박(朴)’ 클럽을 만들어도 되겠다”며 의미있는 멘트를 남기곤 지난 20일 영국으로 출국했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