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회장은 올해 시동생 정몽준 의원의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 지분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은행 빚 100억 원을 끌어온 것으로 알려진다. 그룹 경영의 근간인 대북사업 정체 위기 속에 빚만 늘어가는 셈이다. 사활을 걸고 뛰어든 현대건설 인수전 또한 채권단의 ‘범 현대가 인수 불가’ 입장에 막혀 앞날이 불투명한 상태다.
일부 재계 인사들은 “잔인한 겨울을 맞이하고 있는 현 회장이 마지막으로 찾아갈 곳은 결국 현대가 장자인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될 것”이라 진단한다. 재계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소문이 무성하게 퍼져있다. 현 회장의 친정식구들이 현대그룹 계열사 지분을 다량 확보하고 있는 것을 두고 ‘정 씨 기업이 현 씨 기업이 되는 걸 못마땅하게 여긴 정 회장이 동생인 정몽준 의원의 현대상선 지분 인수를 통한 경영권 공격을 묵인했다’는 설이 나돌았던 바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세상을 떠난 형제들의 유족들을 꾸준히 돌봐온 정 회장이 현 회장 또한 안타깝게 여겨 측면 지원해주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현 회장이 정 회장으로부터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에 대한 허락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정 회장은 현재 현대차 비자금 사건에 대한 1심 재판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 대외행보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계 인사들 사이에 ‘후광이었던 친아버지를 잃은 현 회장이 기댈 언덕은 이제 시아주버니밖에 없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정 회장 못지않게 현 회장 또한 정 회장 재판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을 정도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