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는 두 사람이 11월 30일(현지 시간) 저녁 스탠포드대학 부근 호텔에서 회동을 갖고 정계개편 문제 등 국내 정치 현안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도했다.
회동을 마치고 현지 기자와 만난 정 고문은 “지금 상황을 보니까 아이는 젖을 떼려는데 어머니가 자꾸 젖을 더 먹으라고 하는 것 같다”며 “대통령이나 당 모두 젖을 떼는 데 따른 아픔과 마찰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자연스러운 정·반·합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노 대통령의 ‘신당 반대’ 발언과 관련해서는 “수석당원으로서 개인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오기 어린 측면이 강해 보인다”며 “특히 통합신당에 대해 지역정당의 굴레를 씌우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고문은 또 노 대통령이 탈당 문제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는 “‘탈당해라’ ‘말라’ 차원을 떠나 임기 말에 대통령은 정치에서 손을 떼고 중립내각을 구성해 안보와 경제문제에 전념하는 것이 옳다”며 “과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임기 말에 모두 당을 떠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모든 것이 당과 대통령 간에 대화와 의논 부족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12월 중순께 귀국해 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 원로 인사들과 만나 정국 문제와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회동에서 정 전 의장은 “경청하겠다”는 입장만 밝히고 정국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의견을 표명하지 않은 것으로 <연합뉴스>는 전했다.
두 사람의 회동 소식을 접한 정치권 관계자들은 누가 먼저 어떤 방식으로 회동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면서 비공개 회동인 만큼 공개하지 못할 비밀 얘기도 오갔을 개연성이 높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 전 의장 계보인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1일 저녁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두 사람이 회동했다는 소식은 아직 못 들었다”며 “먼 미국 땅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면 정계개편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흉금을 털어 놓고 얘기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일부 정치권 관계자들은 두 사람이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일등공신이면서 통합신당론을 지지하고 있는 만큼 정치권 새 판 짜기는 물론 차기 대선구도와 관련한 속 깊은 대화를 나눴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여권 내 유력한 차기주자인 정 전 의장과 통합신당을 줄기차게 주창하고 있는 정 고문이 머나먼 미국 땅에서 비공식 회동을 갖게 된 배경 및 두 사람이 나눈 대화 내용에 정가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