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에 있는 밀레니엄힐튼의 소유주인 싱가포르계 투자회사인 (주)씨디엘호텔코리아(씨디엘)가 김 전 회장을 상대로 건물명도 청구소송을 냈다고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대우개발이 호텔을 소유하고 있던 1999년 23층 전체를 2024년까지 25년간 장기임대 계약을 체결했었다. 23층은 전체가 펜트하우스로 꾸며졌는데 면적이 900㎡(272평)가 넘고 호텔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방이다.
대우그룹의 전성기 시절 이 펜트하우스는 김 전 회장이 외부 손님을 만나는 용도로 활용하는 등 대우의 안가 개념으로 활용됐다. 그의 부인 정희자 씨는 이런 까닭에 힐튼호텔을 매각할 때 이 공간을 장기임대계약 형식으로 보존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씨디엘 측은 ‘하루 임대료가 턱없이 낮은 328원으로 불공정거래에 해당,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배임행위여서 임대차계약은 무효다. 또 사용하지 않고 방치한 지 7년이 넘어 영업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종무식을 앞둔 12월 28일 서울역 맞은편의 옛 대우빌딩은 금호아시아나빌딩으로 간판이 바뀌었다. 소유주인 대우건설을 금호그룹이 인수했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이 사용하던 25층 집무실은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의 차지가 되었다. 이 집무실은 대우가 부도간 난 뒤에도 김 전 회장의 공간이었던 점을 감안, 그동안 비워 두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책 제목처럼 전 세계를 무대로 경영활동을 펼치던 김 전 회장은 이제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입원실 방 하나만이 남은 상태다. 그나마 병원비를 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 알려져 형평성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병원 측은 동문으로서의 예우 차원에서 강제퇴원 시키지는 않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횡령과 배임 혐의로 지난해 항소심에서 징역 8년 6월 및 벌금 1000만 원, 추징금 17조 9253억 원을 선고받고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된 상태다. 지난해 12월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은 뒤 병실과 부인 명의의 집을 오가며 머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