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신안 지역 민주당원 70여명은 22일 서울로 상경해 민주당 대표실을 점거하고 김 씨에 대한 전략공천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민주당은 죽었다’는 제하의 성명을 통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김홍업 씨를 범여권 통합 운운하면서 상전 모시듯 공천하는 것을 보니 끝장났다는 실망 뿐”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는가 하면 일부 당원들은 “민주당이 ‘김대중 사당화’가 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삭발식을 갖기도 했다.
전남 목포 경실련 무안군민회와 무안군 청년연합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민주당의 김홍업 씨 전략공천은 명분 없는 치졸한 행위”라며 “출마 명분도 부족하고 도덕성도 결여된 처지에서 공천을 받은 것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천 철회를 촉구했다.
‘미스터 쓴소리’로 통하는 조순형 의원과 민주당 대표 경선에 도전하고 있는 김영환 전 의원, 당 대변인이자 전남도당위원장인 이상열 의원 등 당내 인사들의 공천 철회 주장도 잇따르고 있어 김 씨 공천 파문이 당내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김 씨는 당 안팎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게 선거운동을 전개한다는 입장이다. 23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공천장을 받은 김 씨는 “대통령의 아들로서가 아니라 국민 여러분께 봉사하는 심부름꾼으로 거듭나겠다”며 “5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민주당이 하나의 중심이 돼 통합을 이룩하는 데 최선을 다해 협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어 공천 논란을 의식한 듯 “불민한 저로 인해 걱정을 하고 계시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앞으로 정치를 하는 동안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를 하늘같이 알고 항상 가슴깊이 새기겠다”며 한껏 몸을 낮추기도 했다.
공천 잡음으로 인한 당 안팎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도부는 김 씨의 선거를 적극 돕겠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장상 대표는 23일 김 씨에게 공천장을 수여하면서 “민주당은 심사숙고하는 자세로 4·25 재보선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고 신중식 의원은 “세습 운운하는데 미국을 봐라. 5선 10선 정치인들이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 식구들이 다 정치를 한다. 선택은 국민이 한다”며 김 씨를 옹호하기도 했다.
민주당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성립할 정도로 호남은 민주당과 DJ의 전통적인 텃밭이다. 민주당 공천장을 받고 정치 입문을 위한 첫 발을 내디딘 김 씨의 심사는 어떠할까.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의 속내가 자못 궁금하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