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노 대통령의 측근들이 중수부 폐지를 거론한 이유는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 때문이었다는 게 송 전 총장의 얘기다. 송 전 총장은 “당시 노 대통령은 ‘내가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의 10분의 1을 더 썼다면 그만두겠다’고 말했지만 검찰에서는 10분의 2, 10분의 3을 찾아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통령 측근들로부터 ‘검찰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른다. 손을 봐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는 것. 송 전 총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는 축소됐으며 그 배경에는 청와대의 압력이 자리했다는 의미가 된다.
송 전 총장의 이날 발언은 당시 대검 중수부 폐지 논란을 놓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은 것에 대해 뒤늦게나마 배경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당시 송 전 총장은 대검 중수부 폐지와 관련해 ‘정치적 저의가 있는 것 같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국가기강문란행위’라고 질타한 바 있다.
한편 ‘10분의 2, 10분의 3을 찾았다’는 송 전 검찰총장의 발언은 대선당시 나라종금이 대통령의 왼팔로 통하던 안희정 씨에게 3억 9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송 전 총장은 ‘나라종금사건’과 관련해서도 청와대 측의 압력이 있었다고 언급, 눈길을 끌었다. 당시 검찰은 안희정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증거부족을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 검찰이 안 씨에 대해 영장을 계속 청구한 것과 관련, 송 전 총장은 “청와대 측에서 ‘왜 세 번씩이나 (청구)하냐’며 대단히 섭섭해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치부를 덮기 위해 국가기관 폐지론까지 거론한 것은 국기를 뒤흔든 중대한 사건으로 절대로 묵과할 수 없다”며 정부와 청와대의 적극적인 해명을 촉구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중수부 폐지 압력’이나 ‘대선자금 10분의 2, 10분의 3 발견’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4월 20일 윤승용 홍보수석은 “중수부를 폐지하는 대신 독립된 특별수사처를 설치하거나 고검의 수사기능을 활성화하는 방안 등은 이미 참여정부 인수위 때부터 논의된 일”이라고 밝혔다.
또한 윤 수석은 “안희정 씨의 영장은 (송 전 총장의 주장처럼) 세 차례가 아니라 두 차례 청구됐었다”고 사실관계를 지적한 뒤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하늘 높은 줄 모른다. 손봐야 한다’고 했다는 측근이 누구인지 오히려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향후 송 전 총장의 대응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