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품을 배경으로 서있는 이주영 관장
[대전=일요신문] 육심무 기자 =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는 대중에게 많이 다가갔지만 아직 친근함 보다는 격식을 요구하는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근엄한 전시장이 아닌 생활의 터전으로 나의 집이 갤러리가 되고, 가구 소품들이 그림과 조화를 이루는 힐링 공간의 전시를 구현하려는 ‘갤러리 C’가 청년작가 초대전으로 미로의 화가 박민효 작품을 대전시민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대전 정부청사 정문 앞에 위치한 19층 오피스텔 건물의 최고층에 56평의 실내 전시 공간과 보다 넓은 베란다 공간을 가진 이 갤러리는 인근에 있는 대전시립미술관과 묘한 대비를 하게 한다. 미술작품과 일상의 공간이 공존할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을 하고자 한다는 이주영 관장에게 넓고 새하얀 갤러리가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사뭇 낯선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 먼저 갤러리 C의 의미와 현황부터 설명해주시면,
갤러리 C의 뜻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하나는 갤러리 공간의 소유주이자 미술에 대한 열정이 있는 CEO의 회사 ㈜ CHC Lab의 첫 글자 C를 딴 것입니다. 두 번째는 한글로 ‘씨’인데, 국어사전에 씨라는 단어는 ‘앞으로 커질 수 있는 근원’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갤러리 씨는 작은 규모로 시작하지만 앞으로 커져갈 근원이 될 것이라는 의미와 이곳에서 전시를 하는 모든 작가들이 앞으로 점점 더 크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 갤러리C가 지향하는 바는?
갤러리C가 한국의 수많은 갤러리들 중 ‘또 하나’가 아닌 대중과 호흡하는 갤러리의 새로운 트랜드가 되고자 합니다. 미술 작품들이 생활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입니다. 휑한 느낌을 받을 만큼 넓고 , 새하얀 갤러리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갤러리 C의 전시공간은 사뭇 낯선 공간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전시의 개념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는다면 갤러리 C의 전시기획을 공감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미술작품은 집이나 사무실, 나의 공간 속에 일부분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미술을 공유하고 느끼고 그것에서 힐링을 얻습니다. 그러나 한국적 정서와 문화에서는 아직 미술 작품이 일상에 공존하는 것이 부자연스럽습니다.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이 미술도 대중을 떠나서는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갤러리 C는 작가 개인의 만족이나 전시를 위한 전시가 아닌 대중과 소통하고 나눌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고 실행할 것입니다. 아울러 일상에서 미술작품이 어떻게 전시되어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나갈 것입니다.
- 개관한지 100일도 안됐는데 전시 계획은?
10월이면 애창되는 대중가요의 가사를 연상시키는 지난해 10월의 마지막 날 개관했습니다. 갤러리C 개관의 취지대로 숨은 곳에서 묵묵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작가에게 전시의 기회와 도약의 기반을 만들어주고자 현재 청년작가 발굴 초대전을 진행 중입니다. 청년작가 발굴展은 전시공모를 통해 당선된 1위에서 5위까지의 작가에게 전시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현재 전시중인 ‘박민효 초대전’은 오는 2월 5일까지 26일간 전시할 예정입니다. 이어 2등 수상자인 ‘강병섭 초대전’이 2월 7일에서 3월 5일까지 26일간 전시되며, 3,4,5위를 수상한 작가 이정인, 임은정, 박홍미는 하반기 첫 전시에 초대하여 3인전으로 전시할 계획입니다.
박민표 작 ‘기다림’
- 현재 전시 중인 작가 박민효와 그의 작품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다면.
박민효는 1975년생으로 부산대 미술학과 졸업하고 서울(2015 에이원 갤러리)과 대전(2016 팔사갤러리), 부산(2016 브라운핸즈백제), 광명(2016 청림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진 작가입니다. 단체전은 2014년부터 평화화랑 청년작가전 서울시청 근로자미술제 수상전, 아트 캔버스 프로젝트 쿤스트 디렉트 갤러리(독일), 겸재진경미술대전, 대한민국 미술대전 등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 만큼 우수한 작가입니다, 특히 대전과 인접한 향수의 고장 옥천에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지용제에 참가하고 있고, 2012년부터 ~ 2015 년까지 옥천에서 군집개인전을 진행할 만큼 각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4 제 35회 근로자 문화예술제에서 대통령상, 2015 제 3회 bnk금융그룹 청년작가 평면미술전 동상을 수상했고 2015 제 34회 대한민국 미술대전에 입선하기도 했습니다. 유일무이한 작품의 독특한 개성을 지닌 자신의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을 했습니다.
“한사람의 일생, 현재는 과거의 무수한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미로또한 무수한 선택을 요구한다. 제 작업물은 미로의 형태입니다,종이에 직접중성펜이나 방수펜으로 작업했고 한작품에는 한가지 굵기의 펜으로만 작업했고 그림속 윤곽은 길폭의 변화만으로 조절했다. 미로이다보니 여러갈래의 길이 있지만 오직 한가지 길로만 마침점까지 도달하도록 설계했다.”
- 작가의 성장 배경은 작품 이해를 돕는 요소인데.
작가 노트를 보면 작품을 깊이 이해하는데 많은 도음이 될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토로했습니다.
“부산 감천동 달동네는 여느 달동네가 그러하듯 동네 자체가 미로인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자라던 집은 그곳에 있었고, 그곳에서 자라던 시절 난 멀리 바닷가에 있는 학교까지 수십 가지의 미로로 된 통학 길을 헤맴 없이 잘도 헤집고 다녔다. 나또한 자라던 시절에는 몰랐던 동네의 특징을 밖에 나와 살면서 알게 되었다. 내 차엔 아직도 네비게이션이 없다. 앞으로도 살 계획은 없다. 길을 헤맨다는 것은 새로운 곳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길 잃는 것이 두렵지 않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도 명승지보다, 아무 목적지도 없이 아무렇게나 돌아 다니던 그 때였다. 인생이 수많은 선택을 하고 선택을 강요받듯이, 미로는 새로운 갈래길이 나올때 마다 선택을 요구한다. 인생은 선택에 따른 정답이 없지만 미로는 잘못된 길을 확실히 알 수 있어 명쾌할 뿐더러 결국엔 정답(끝점)에 다다를 수 있어 개운한 맛이 있어 좋다.”
이주영 관장
- 앞으로의 운영 계획은?
청년작가 발굴전에 이어 대전에서는 처음으로 법관 스님의 단색화 초대전을, 이어 김언광, 장진경 작가. 서양화가 임형선, 가국현 작가들의 초대전을 합니다. 3월부터 10월까지 야외조각전이 열리는데 첫 전시로는 충남대 박찬걸 교수 등이 참여하며 임정규 조각가의 정크아트전도 열립니다. 하반기에는 재미있게 풀어내는 서양미술사 강의 및 미술 체험 프로그램들을 준비해 대중과 더욱 가깝게 호흡하는 갤러리C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일상을 공유하는 갤러리C’ 라는 콘셉트를 실현하기 위해 상업적이기만 한 갤러리가 아닌 작품성 있는 전시를 기획하는 갤러리가 되고자 합니다. 좋은 작가와 좋은 작품을 대중과 연결하는 브릿지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경영해 나갈 것입니다.
대전의 대표적인 청년작가인 서양화가 이주영 관장은 충남대 92학번으로 서양화를 전공하고 미술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아트커뮤니티 아트디렉터(Art Director), 국가공인 컬러리스트(K.Colorist), 대전시초대작가로 모교인 충남대학교 회화과 강사로도 출강하고 있다.
smyouk@ilyods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