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왼쪽),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 | ||
먼저 롯데그룹의 식음료 계열사인 롯데후레쉬델리카 지분구조에 나타난 신격호 회장 딸들의 약진. 지난 10월 7일자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이 6.65%를, 신 부사장보다 마흔 살 가까이 어린 20대 초반의 신유미 씨가 9.31%를 취득했다. 지난 4월에도 2.66%를 획득한 바 있는 신 부사장은 신유미 씨와 마찬가지로 9.31%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삼성그룹에선 이건희 회장 맏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가 삼성석유화학 지분 33.18% 취득을 통해 최대주주 등극을 앞두고 있다.
롯데의 신영자 부사장은 한동안 롯데쇼핑의 실력자로 여겨지다가 신 회장 차남 신동빈 부회장 중심의 그룹 후계체제가 굳어지면서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신 회장이 환갑을 넘겨서 낳은 막내 딸 신유미 씨가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다가 이번 공시를 통해 재계 지분구조에 첫 신고를 했다는 점 또한 이채롭다.
삼성가의 이부진 상무가 이번에 처음으로 삼성 계열사 최대주주가 됐다는 점 역시 주목을 받는다. 삼성그룹 경영권이 고 이병철 선대회장에서 이건희 회장에게 이양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의 맏형인 이맹희 씨 가족이 CJ를 통해 분가하고 신세계는 이 회장 여동생 이명희 회장 몫이 된 전례를 되짚는 시선들이 많아진 것이다.
그러나 딸들의 분가설을 시기상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신 부사장은 동생 신유미 씨와 더불어 이번 지분 취득으로 롯데후레쉬델리카의 개인 최대주주가 됐지만 각각 27.13%씩을 보유해 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호텔롯데와 호남석유화학 앞에선 여전히 작아 보인다.
이 상무는 경영참여 중인 호텔신라 대주주 명부에 아직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으며 호텔신라와 삼성석유화학의 업무 연관성이 없다는 점에서도 당장의 계열분리 가능성은 이르다는 평이다.
적지 않은 양의 지분이 딸들 몫이 되는데 결정권을 쥐고 있었을 신격호 이건희 두 재벌총수의 진정한 속내는 무엇일까. 아들들의 안정적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분가작업의 일환인지, 아니면 그저 애틋한 딸 사랑이 지분율 증가에 반영된 것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