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이사에게 선제포를 날린 것은 동아제약 노동조합. 지난 16일 노조는 “강 이사가 횡령·배임 등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있음에도‘언론에 사실 무근이다’고 주장한 것은 왜곡”이라며 강 이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18일 동아제약 김원배 대표가 강 이사를 향해 쐐기포를 날렸다. 보도자료를 통해 ‘강 이사가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직후인 지난 9월에 K 씨로부터 20억 원을 무이자로 빌리면서 그 대가로 동아제약 등기이사로 선임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하며 ‘약정서’를 공개했다. 김 대표는 이 사실을 근거로 강 이사를 수사기관에 배임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 이사 측은 동아제약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지만 상당한 타격을 입을 듯하다.
이 때문일까. 이날 강 이사가 갑자기 쓰러지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동아제약 본사를 찾아간 강 이사는 자신의 혐의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직원들과 맞닥뜨렸다. 이 자리에서 강 이사는 직원들에게 “모든 것은 오해이며 시간이 다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해명이 성의 없다”며 강 이사의 앞을 막아섰다. 순간 갑작스런 상황이 발생했다.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던 강 이사가 뒤로 쓰러진 것.
강 이사는 현관 로비에 누워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 휴대폰으로 119에 전화를 했다. 이어 그는 구급차를 타고 인근의 병원으로 실려 갔다. 강 이사 측은 “갑작스럽게 직원들이 몰려들자 당황해 잠깐 정신을 잃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동아제약 측은 이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일부 언론에 배포했다. 이 영상이 공개되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할리우드 액션 같다’며 강 이사를 비난하는 이들과 ‘오죽하면 그랬겠느냐’라며 동정론을 펼치는 이들 사이에 공방이 오갔다. 일부에서는 동아제약 측이 동영상을 공개한 것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냐며 회사 측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결전의 날’은 다가오고 있고 부자, 이복형제 간에 양보 없는 대립은 예상치 못한 사건들까지 양산하고 있다. 이쯤 되면 어느 누가 승자가 된다고 해도 동아제약이 입은 상처는 영구히 치유되기 힘들 듯하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