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아더 존 패터슨(38)에 대해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사건 발생 20년 만이다. 사진=YTN 캡처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5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패터슨의 상고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패터슨이 피해자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음이 의심할 여지 없이 충분히 증명됐다. 징역 20년을 선고한 것은 무겁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1, 2심은 패터슨에게 “생면부지의 피해자를 끔찍한 수법으로 살해하고도 19년이 지난 지금까지 공범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당시 미성년자인 패터슨에게 내릴 수 있는 법정 최고형인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패터슨은 1997년 4월 3일 밤 10시 서울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고 조중필(당시 22세)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지난 2011년 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패터슨과 함께 범죄 현장에 있던 친구 에드워드 리를 범인으로 지목해 기소했으나, 리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패터슨은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버린 혐의(증거인멸) 등으로 유죄가 인정돼 복역했으나, 1998년 사면된 뒤 검찰이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미국으로 도주했다.
이후 검찰은 2011년 재수사를 통해 패터슨이 진범이라고 결론 내렸고, 패터슨은 지난 2015년 9월 도주 16년 만에 국내로 송환돼 재판을 받았다.
함께 범인으로 지목됐던 리는 1, 2심이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판단했으나, 검찰이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따라 리를 기소하지 않아 유죄를 선고하지 않았다.
한편, ‘이태원 살인사건’은 피해자는 있으나 가해자는 없는 사건으로 공분을 사며 세간의 관심이 집중돼, 이를 모티브로 한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고 조중필 씨의 어머니 이복수 씨는 “아들은 죽었는데 살인범이 없어 진범을 밝혔으면 했다. 언론이 힘써주고 감독이 영화를 만들어 진범을 데려와 밝혔다. 20년 전 무죄판결을 받았을 때는 앞이 캄캄했는데 진범이 밝혀져 감사하다. 조금 마음이 편하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