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57억 원으로 2위를 차지해 정 전 회장을 바싹 뒤쫓던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은 올해 1073억 원을 기록했다. 순위는 변함없이 2위였지만 정 전 회장과의 격차는 500억 원에서 1200억 원으로 늘어났다. 더 이상 정 전 회장의 1위 자리를 넘볼 상대는 없는 셈. 당분간 고액체납자 순위에서 정 전 회장의 독주를 예상할 수 있다.
고액체납자 명단에는 정 전 회장의 아들인 정보근 전 한보철강공업 대표의 이름도 눈에 띈다. 순위는 3위로 체납액은 645억 원. 부자가 체납한 금액만 모두 2870억 원에 이른다. 정 전 회장의 4남인 정한근 전 한보철강판매 대표의 체납액도 294억 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3부자의 체납액을 합치면 3000억 원이 훌쩍 넘는다.
국세청 관계자는 “그동안 은닉 재산이 있는지 샅샅이 뒤져봤는데 나온 것이 없었다”며 “앞으로도 정 전 회장 재산을 발견하는 즉시 압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이처럼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5월 ‘치료를 위해 일본에 가겠다’며 출국한 정 전 회장의 소재가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정 전 회장을 찾고 있는 것은 국세청뿐만이 아니다. 검찰도 지금 정 전 회장을 찾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0월 법원이 정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라’며 구속영장을 발부했기 때문.
정 전 회장은 지난 2003년 자신의 며느리가 이사장으로 있던 영동대학교의 교비 6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3년을 구형받았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 당시 법원은 정 전 회장이 고령이고 횡령금액을 갚을 의지가 있다며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 씨가 계속 재판을 미루며 출석하지 않자 구속을 시킨 것이다. 법원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인내를 넘어섰다”며 구속 배경을 밝혔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