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학계에서 우리나라 연구진은 NK세포(Natural Killer Cell)에 관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NK세포는 암세포를 제거하는 자연 살해 세포로, 혈액 속 면역세포 중 10%를 차지한다. 세계 의료계는 NK세포에서 난치성 암 치료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연구를 수행해 왔다. 그러나 세포 증식이 까다로워 임상연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최인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면역치료제융합연구단장. 그는 “장기프로젝트에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 기초연구 없이는 좋은 열매를 딸 수가 없다”고 말했다.일요신문 대전본부 박하늘 기자
이같이 두드러진 성과에는 생명연 최인표 면역치료제연구센터장의 끈질긴 연구가 있었다. 지난 1991년 생명연 면역학 실에 처음 발을 내디딘 그는 26년간 끊임없이 면역학 연구에 매진했다. 올해 61세인 최인표 박사는 “좋은 결과를 낸 것은 오랜 기초연구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기초연구 없이는 좋은 열매를 딸 수가 없다”고 후학들에게 조언한다.
“장기프로젝트에 대한 지원, 더 많아져야”
- 조혈줄기세포를 이용한 NK세포 분화 조절기술과 활성기술의 의의는?
“암 환자에 투여하려면 NK세포가 적어도 암 환자 혈액 속 면역세포의 10% 정도의 양이 있어야 한다. 이는 상당히 어려운 숫자다. NK세포의 증식이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팀은 혈액 속 모든 세포가 만들어지는 조혈줄기세포에 주목했다. 기본적인 맥락은 조혈줄기세포에서 NK세포를 분화시키고 이를 활성화시켜 암 치료에 사용하는 것이다.
첫 과제는 조혈줄기세포에서 NK세포를 분화시켜 NK세포를 증식시키는 것이었다. 이 기술로 일반적인 정상인들이 가진 것보다 더 많은 NK세포를 만들 수 있었다. 기존 성과들보다 훨씬 뛰어난 성과였다. 이어 분화된 NK세포가 활성화되려면 새로운 microRNA가 이를 조절한다는 사실도 규명했다. 다른 연구팀의 유사한 기술은 많지만, 줄기세포를 이용한 기술은 가장 많이 앞서간다.
이제는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기존보다 더 많은 NK세포를 이용할 수 있어서 기존 성과들보다 결과가 잘 나오고 있다”
- NK세포 연구를 시작한 이유는?
“지난 1991년에 귀국해서 생명연 면역학 실에 들어왔다. 그때 실험실에서 연구한 것이 사이토카인(Cytokine, 세포를 분화시키는 단백질) 프로젝트였다. 사이토카인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이 NK세포였다. 사이토카인과 NK세포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주목한 것이 암이었다. 그때부터 암세포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 난치성 암 치료 임상연구 결과는 어떤지?
“급성 백혈병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사실 말기 환자의 경우 생존율이 10%도 안 된다. 하지만 연구팀이 증식한 NK세포를 투여 했을 때 생존율이 40%까지 증가했다. 논문에도 보고됐다.
상용화까지는 적어도 3~4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상용화는 백혈병과 폐암, 두가지 트랙으로 진행하려 한다. 상용화 임상을 거치면 완전히 상용화가 될 것이다.
또한, 암이 아닌 유사한 면역질환들에 활용할 수 있다. 아직 연구단계에 있으며 실제로 적용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가능성과 이를 다룬 연구논문이 많이 나왔다”
줄기세포분화를 이용한 항암 NK세포치료법.한국생명과학연구원 제공
- 오랜 기간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던 동력은?
“한 가지 주제를 20년 동안 지속해 연구할 수 있던 것은 행운이다. 주변에서 하나만 연구하냐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 그동안 과제에서 탈락한 적도 많았다. 기관에서는 주제를 바꾸기를 원했다. 한 우물을 파는 것인데 보는 시각에 따라 매번 똑같은 것만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설득하는 과정이 특별히 어려웠다.
특별한 신념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한 우물을 파야지 업적을 쌓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연구의 유행을 따라가다 보면 정부과제는 따낼 수 있다. 하지만 연구는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기반이 쌓이고 쌓여야 되는 것이다. 다른 것을 할 수도 있었지만, 단기적인 성과를 바라보면 수박 겉핥기가 된다. 깊이가 없다”
- 최근 의료계가 면역세포에 주목하고 관련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면역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존에는 우리 몸속의 것이 아닌 외부에서 얻은 물질로 치료했다. 치료의 근본은 면역이다. 질환을 방어하고 치료하는 면역체계가 있으므로 사람이 살 수 있다.
이에 따라 의료가 더 개인화되고 맞춤형으로 가고 있다. 사람마다 면역체계가 다르다. 면역은 개인 맞춤형 치료에 적합하다. 암을 예로 들면 정형화된 프로토콜에 따라 수술을 시도하고 수술이 안 되면 약물치료로 넘어간다. 미래에는 똑같은 질환의 환자가 오더라도 면역학적 또는 유전학적 분석을 통해 개인에게 가장 알맞은 방법으로 치료에 들어간다. 옷에 비유한다면 기성복과 맞춤복의 차이다”
- 과학정책에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정부나 기관장이 변해도 흔들림 없이 한 주제를 오랫동안 연구할 수 있는 장기프로젝트가 더 많이 지원됐으면 좋겠다.
장기연구는 기초연구를 할 기회들이다. 기초연구를 많이 해야 창의적인 것이 나올 수 있다. 연구를 단기적으로 끊어서 하면 다른 사람의 연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면 실용화하더라도 뒤쫓아 갈 수밖에 없다. 기초연구 없이는 좋은 열매를 딸 수가 없다. 좋은 밭에서 키워야 좋은 열매를 딸 수 있다. 투자 없이는 좋은 과실을 얻을 수 없다.
NK세포로 이런 좋은 결과를 낸 것도 오랜 기초연구가 있기 때문이다”
“백혈병 환자 치료에 큰 보람 느껴”
-연구팀에서 현재 집중하고 있는 과제는?
“연구단을 지난해부터 NK세포에 유전자, 항체, 항암제 등을 도입해 다양한 적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융합연구를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 팀에 항체, 항암제, 동물모델, 의사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들어와 연구하고 있다”
-연구자로서 목표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 가장 의미있다.
임상시험 참가자 중 미국 유학을 갔다가 백혈병에 걸린 환자가 있었다. 미국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치료방법이 없었다. 우연히 우리 팀의 임상연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연락을 했다. 이 환자가 NK세포 치료를 받고 완쾌돼 미국으로 돌아가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에서 교수가 됐다.
그런 사람들을 살릴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생명을 살리는 연구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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