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 경북도지사가 14일 자신의 지지모임인 ‘용포럼’ 창립대회 축사에 앞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일요신문DB
[경북=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선(先) 반성 후(後) TK역할론 생기면 출마 시기 밝히겠다.” 대선 출마 시기를 저울질 해 온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자신의 지지 모임인 ‘용포럼’ 창립대회서 “상머슴이 되겠다”며, 대권의지를 본격 드러냈다. 이 날 김 지사는 공식 출마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더는 참지 않겠다”며, 대선출마를 에둘러 표현했다.
14일 대구 엑스코에서 개최된 ‘용포럼’ 창립대회에서 중앙회장으로 선출된 신동우(56) 나노 대표이사는 “김관용 지사를 우리 후보로 모시자”며, 회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창립대회에는 김 지사를 비롯, 조원진·김상훈·백승주·정종섭·이완영·강석호·김광림·박명재·이만희·장석춘·최교일 의원 등 자유한국당 소속 TK지역 국회의원 11명, 경북도 내 23개 시·군 기초자치단체장 중 18개 단체장이 참석했다.
이 날 창립대회에 참석한 용포럼 회원은 주최측 추산 3000여명, 용포럼은 김 지사의 오랜 지지 모임인 ‘느티나무회’가 확대된 것으로 현재 10만 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김 지사가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본격 행보를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지지모임인 ‘용포럼’에는 자유한국당 소속 TK지역 국회의원 11명과 경북도 내 23개 시·군 기초자치단체장 중 18개 단체장이 참석했다. 사진=일요신문DB
김 지사는 이 날 축사에서 보수재건을 기치로 대권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고장 난 보수를 수리하고 보수진영이 결집하는 데 큰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분의 도움으로 6선 지자체 단체장이 됐고, ‘상머슴’으로 여러분을 모실 기회를 받았다”며, “가난이 운명이고, 팔자가 그런가 보다 생각해 쳐다도 못보는 자리였지만, 선거가 있어 시장도 하고 도지사도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더는 참지 않겠다”며, 대권 도전을 에둘러 표현했다. 김 지사는 “정치는 모른체 일에 만 중독돼 휴일 없이 현장을 뛰어다녔던 건 단 하나의 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면서, “조그마한 구멍가게 하나 차려도 대접받는 나라, 그런 나라와 세상을 우리는 왜 만들지 못하나? 고민이었다”고 했다.
이어 “경제와 안보가 엉망이다.중앙에 권력이 집중돼 지방으로 내려오지 않는다. 나무는 뿌리가 든든해야 하고 사람도 하체가 든든해야 건강하듯, 이제는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고, “역사의 중심에서 헌신했던 모습이 TK의 역사였다. 옛날에는 참을 수 있었지만, 이젠 참을 수 없다”며, 대권 의지를 드러냈다.
개헌을 위한 3년 임기의 대통령 단임제도 주장했다. 김 지사는 “모두 (개헌할) 시간이 없다고 하지만, 지난 1987년 개헌 때는 40여일 만에 했다”면서, “대통령 후보 하겠다는 사람들은 새로운 나라를 위해 3년 임기와 6개월 안 개헌공약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지사의 이 날 본격적인 대권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반성도 제대로 안됐는데, TK 역할론이 벌써 생긴 것이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근 당명을 바꾼 자유한국당을 두고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되냐?”며, 선(先) 반성 부족을 지적하는 TK 민심도 만만치 않다는 시각이다. 김 지사는 최근 대구경북 기자간담회에서 대권도전 의지를 묻는 질문에 “새누리당이 국민들에게 먼저 반성하고, 개혁과 혁신을 통해 국민들이 ‘이제 그만하면 됐다’란 말이 들리고, TK에서 자신의 역할이 생기면 그 때 (대선출마를)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성과 개혁·혁신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젠 보수의 ‘우리가 남이가?’식 세 결집은 현재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세를 깨기에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세를 잠재울 만한 시대적 화두 제시 없이는 TK 뿐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으로 몰린 갈 곳 잃은 친박 표심에 대해 ‘반기문식 불출마 반사효과’를 은근히 기대하는 여권 잠룡들의 ‘흑심(?)’ 정도론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실론이다. 황 권한대행은 대선출마 여부에 묵묵부답이다. “여권 대선후보 지지율을 다 합쳐도 대세론에 턱없이 부족한데, 대권후보 수만 대세론에 앞선다”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도 높다. 15일,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자유한국당의 대선후보는 10여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용포럼은 창립대회에서 “무너져가는 보수이념을 바로 세우고 분열한 보수진영 대통합으로 대한민국 새로운 희망을 밝히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조우동 포럼 사무국장은 “용포럼은 2개월여 만에 회원 7만명이 모일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며, “대구·경북 뿐 아니라 전국 조직으로 키워 나가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포럼은 이날 정관을 확정하고, 앞으로 보수결집과 보수정권 재창출을 위한 세미나, 학술대회 등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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