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간판을 뗀 친박계 의원들이 총선에서 어떤 성적을 올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 21일 손범규 한나라당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표. | ||
주로 영남권에 포진한 이들 친박계 인사들은 ‘권토중래’와 ‘명예회복’을 자신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는 얼마 되지 않다는 게 여의도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또 이들이 당선되더라도 지난해 경선 때와 같은 결집력을 보일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이번 총선을 계기로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이 급격히 약화될 것이라는 관측과, 박 전 대표는 여전히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존재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박 전 대표의 위상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친박계의 좌장 김무성 의원이 한나라당 탈당시 폭로한 당 여론조사 자료에 따르면 여론조사에서 앞서면서도 공천을 받지 못한 친박 의원이 적지 않다. 즉 여론을 감안하면 무소속 또는 친박 연대로 출마해도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의원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 자료에 따르면 경기 용인 수지에서 탈락한 한선교 의원은 공천을 받은 친이(친 이명박 대통령)계 윤건영 의원에 비해 여론조사 지지도에서 27.7%포인트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박 연대를 이끌고 있는 경기 이천·여주의 이규택 의원 역시 이범관 공천자에 비해 30.2%포인트 우세를 보였다. 부산 서구의 유기준 의원은 조양환 공천자에 비해 20.5%포인트 앞섰으며, 대구 달서 을의 이해봉 의원은 권용범 공천자에 비해 29.4%포인트 우세를 보였다. 김무성 의원 본인도 정태윤 공천자에 비해 무려 42.7%포인트나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여론조사의 우위는 친박계 의원들이 한나라당 탈당을 결행하게 만든 주요 동력이 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측에서는 이들 친박계 의원들이 일부 여론조사에서 앞선다고 탈당을 결행한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며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이들이 여론조사상 높은 지지도를 얻은 것은 어디까지나 ‘한나라당’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뿐 당의 울타리를 떠나는 순간 지지도는 순식간에 곤두박질칠 것이라는 게 당 측 인사들의 주장이다. 당 안팎에서는 결국 무소속 또는 친박 연대로 출마한 인사들 중 ‘생환’에 성공할 수 있는 의원은 많아봤자 5~6명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대구·경북(TK) 지역의 경우 경북 고령·성주·칠곡의 이인기 의원, 대구 달서 갑의 박종근 의원, 경북 구미 을의 김태환 의원 정도를 당선 가능권으로 꼽고 있다. 부산·경남(PK) 지역의 경우 김무성 의원의 당선 가능성이 비교적 높을 것이라는 게 중평이다. 그러나 김 의원 등 일부 의원을 빼고는 상당수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L 의원과 K 의원 등에 대해서 “지역 발전에 기여한 바가 별로 없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고 전하고 있고, Y 의원과 A 의원에 대해서는 ‘지역 여론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역시 공천자보다 지지율에서 훨씬 앞섰던 것으로 알려진 수도권의 또 다른 L 의원과 H 의원을 놓고도 ‘실전’에선 사뭇 다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의 관점에서 보면 최대 관심사는 개별 의원들의 당선 여부가 아니라 이들이 원내 진입에 성공하더라도 과거처럼 ‘고분고분하게’ 자기 휘하로 들어오겠느냐 하는 문제다.
▲ (왼쪽부터) 김무성 의원, 이규택 의원, 한선교 의원 | ||
한 발 더 나아가 박 전 대표가 이번 공천 파문을 사실상 묵인한 것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여의도 정가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자파 의원들에 대한 정리를 했다. 박 전 대표는 이들이 다시 금배지를 달고 돌아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정계에서 사라져도 크게 아쉬울 것은 없다. 꽃놀이패를 쥔 셈이다’는 말들이 회자되고 있다.
물론 박 전 대표 측에서는 “이 기회에 박 전 대표와 장외 친박 그룹을 갈라놓기 위한 음해”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상황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아 보인다. 무소속 또는 친박연대로 당선된 의원들이 이 같은 얘기를 접하지 않을 리 없고, 따라서 이러한 ‘설’이 이들의 향후 행보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또 다른 친박계 인사는 ‘친박계의 부활’에 대해 낙관하는 분위기다. 이 인사는 “박 전 대표의 ‘침묵’에 대해서는 친박 의원들이 이해하고 공유하는 정서가 있다”면서 “결국 금배지를 단 친박계 탈당 의원들이 돌아올 곳은 박 전 대표의 품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의 토대에는 총선 후 강재섭 대표, 이재오 전 최고위원, 정몽준 최고위원, 박 전 대표 등이 당권을 놓고 치열한 전쟁을 치르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결국 박 전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로서 살아남을 것이라는 분석이 깔려 있다.
이 관계자는 “차기 대권을 논하기에는 이르지만 결국 정 최고위원과 박 전 대표가 자웅을 겨루지 않겠느냐”며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친박계 의원들이 하나둘씩 재결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MB(이명박 대통령)가 없는 당 내에서 ‘박근혜’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따라잡을 인물이 아직은 없다는 게 그의 얘기였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설사 탈당파 친박 의원들이 이번 총선에서 살아남는다 해도 당으로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강재섭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지난 20일 공천자대회에서 “탈당 출마자들은 총선에서 당선돼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당의 한 인사는 이에 대해 “탈당 친박의원들 등 한나라당 출신 무소속 출마자들에게 표가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선언’적 발언”이라며 “결국 총선 결과에 따라 ‘탈당 당선자’들의 당 복귀 문제가 좌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