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잦은 표시기준 변경에 수십억 손해” 강력 반발
전국에 분포 중인 막걸리업계의 경우, 정부의 일관성 없는 고시의 남발로 대부분의 제조장들이 불필요한 비용을 중복으로 지출하고 있다며, 정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8월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과음경고문구 등 표시내용’ 개정고시에 따라 일부 사업자들은 이미 변경 고시된 내용을 적용해 경고 문구를 바꿨고 라벨재고가 많은 사업자들을 6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3월부터는 모든 사업자가 새로운 표시기준으로 라벨을 바꾸어야 한다.
그런데 이 고시가 전면적으로 시행되기도 전에 지난 2월 9일 또다시 과음경고문구 중 일부를 재개정해 고시함으로써 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막걸리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과음경고인데도 거의 동일한 내용을 문구만 바꾸어 수정 고시함으로써 쓸데없이 자원을 낭비하고 비용을 유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외에도 농림축산부 시행령에 따라 오는 7월 1일부터 원산지 표시방법이 ‘수입산→외국산’으로 변경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에 따라 2018년 1월 1일부터 ‘식품등의 표시기준 전부개정’ 등의 시행이 줄줄이 예고돼 각 부처의 개정고시를 지키기 위해서 기존 라벨을 몇 번씩 바꾸고 폐기해야 할 상황이다.
현재 막걸리제품 라벨의 표기시준과 관련된 정부부처는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국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농식품부 산하 농산물품질관리원, 여성가족부, 환경부 등 7군데에 이른다. 각 부처마다 제각각으로 표시기준을 개정 고시하고 관련업체들은 고시가 발표될 때마다 기존의 라벨을 모두 소진하기도 전에 기존 재고를 폐기하고 새로운 라벨을 디자인하고 제작해야 하는 비효율을 감수하고 있는 현실이다.
영세사업자들은 라벨을 한 번 인쇄하면 2~3년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러한 무분별한 고시와 규제들이 지속적으로 반복 시행되면서 막걸리업계 전체적으로 상당한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막걸리 업계 관계자는 “막걸리 제조업체 중 물동량 움직임이 많은 규모가 큰 업체는 그나마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소규모 제조업체나 다품목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라벨 교체비용으로 인한 피해액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른다. 전국 600여 개 막걸리업체들의 피해액을 합산하면 수십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정부 각 부처의 무분별하고 일관성 없는 법 개정과 고시가 전국의 소규모 막걸리 제조업체들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표시기준과 관련한 법 개정 고시를 시행함에 있어 일정기간 기존 재고라벨을 사용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두기는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재고를 소진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미 병에 부착되어 있는 경우에는 공병까지 폐기해야 하는 적지 않은 부담을 업체가 전적으로 감수할 수밖에 없다.
소주·맥주에 밀려 막걸리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해 있던 중 2010년경 막걸리 열풍으로 인해 정점을 찍은 뒤 대내외 적인 악재로 인해 수출물량이 급격히 하락했으며 업계가 막걸리의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막걸리 출고량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막걸리 업계가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시의 유예기간을 좀 더 탄력적으로 주고 그 기간 동안에도 소진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면 폐기 및 신규제작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분에 대한 예산 지원이라도 마련한 다음에 시행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3월 보건복지부의 과음경고문구 수정안 시행을 농림축산부의 ‘원산지표시방법변경’(17.12.31까지 단속을 유예한다고 공고했음),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식품등의 표시기준 전부개정’과 함께 2018년 1월 1일부터 실시토록 유예해 사업자들이 3개 부처의 표시기준 변경내용이 일괄 처리될 수 있도록 선처해 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정승호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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