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식증 환자 사이트에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는 굶기비법 등이 소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 ||
“오늘 벌써 사과 반쪽을 먹었다. 정말 창피하다!”
이런 심상치 않은 대화 내용이 오가고 있는 곳은 다름아닌 거식증 환자들이 모여 있는 한 인터넷 사이트. ‘Pro-Ana’라는 이름의 이 사이트는 먹는 것을 혐오하고 또 굶음으로써 더욱 섹시해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비밀 클럽’이다.
물론 사이트의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뼈밖에 안 남은 끔찍한 몰골의 여성들의 사진이 즐비한가 하면 클럽 회원들은 서로 ‘먹지 않는 비법’을 교환하며 희열을 느끼고 있다.
이 사이트에는 입문자들을 위한 ‘제대로 굶기 위한 지침’이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다. 가령 “조금이라도 칼로리를 소모할 수 있도록 매일 운동을 해라”
“음식을 씹은 다음 삼키지 말고 물을 마시는 흉내를 내면서 뱉어 버린다”
“정 먹고 싶으면 일단 씹은 다음에 삼키지 말고 다시 접시에 뱉어 버린다. 이렇게 하면 맛은 느끼되 칼로리 섭취는 하지 않게 된다” 등등.
이밖에도 회원들을 위해 마련되어 있는 ‘신체 측정표’를 이용하면 그날 먹은 양에 따라 정확히 얼마만큼의 칼로리를 소모해야 하는지도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부모님에게 들키지 않고 굶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도 소개되어 있다. 화장실에서 들어가 억지로 먹은 것을 전부 토해내거나 씹자마자 몰래 휴지에 뱉어 버리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 10년 전 화제가 됐던 영국 쌍둥이 자매. | ||
“거식증은 병이 아니라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이다”라는 것이 이들의 생각. 또한 대부분은 “마를수록 섹시해 보인다”며 나름대로의 미의 기준을 세워 놓고 만족해 하고 있다.
‘말랐다’는 말조차 무색할 정도로 피골이 상접한데도 이들은 “아직도 난 뚱뚱해”라며 계속해서 먹을 것을 거부한다.
식욕을 참지 못하고 먹는다는 것은 이들에겐 ‘약자’를 의미하는 부끄러운 행동이며, 반대로 며칠을 굶으면서 오래 버틸수록 ‘강자’를 의미한다.
현재 이 사이트에서 익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회원들은 어림잡아 1천여 명. 보통 신장 160cm 이상에 몸무게가 30kg을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니 실로 ‘병자’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