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준 5단(18)의 기세가 최근 뜨겁다. 신민준은 신진서와 함께 2012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실시된 영재 입단을 통해 프로에 입문한 케이스. 당시 입단대회에서 신진서가 1등으로 통과하고 신민준이 이튿날 2등으로 입단에 성공했었다.
신민준 5단.
반면 신민준은 신진서에 비해 주목을 덜 받았다.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13년과 2014년 연속으로 하찬석국수배 영재바둑대회 결승에 올랐으나 모두 신진서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생김새도 신진서가 승부사 쪽에 가까워서 이세돌을 연상하게 하는 호리호리한 몸매에 날카로운 눈빛을 지녔다면, 최근 살이 많이 빠지긴 했지만 신민준은 둥글둥글한 얼굴에 다소 순진해 보이는 표정으로 인해 천재형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신민준이 급성장하며 그의 대기만성을 주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신민준은 최근 GS칼텍스배 프로기전에서 4강에 올랐다. 본선에서 3연승을 거뒀는데 랭킹10위 원성진, 랭킹7위 이동훈이 희생양이 됐다. 특히 16강전이 끝난 후 이동훈의 인터뷰가 의미심장했다. 이동훈은 신민준과의 대결을 예상해달라는 질문에 “자신 없다”고 답했다. 의례적인 겸양만은 아니었다. 평소 국가대표 리그전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동훈은 골인 직전까지 앞서 있었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신민준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이동훈은 전기 GS칼텍스배 우승자였다.
바둑계 관계자는 신민준 5단을 두고 “랭킹은 16위지만 현 시점에서 국내 프로기사 중 가장 블루칩이다. 기세가 좋고 상대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자신보다 센 상대를 만나도 주눅드는 법 없이 버티는 힘이 좋다. 이창호 9단처럼 표정이 없다는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신진서가 이세돌 9단 쪽이라면 신민준은 이창호 9단을 빼닮았다”고 평한다.
실제 신민준은 세계랭킹 1위 커제를 상대로도 상대 전적에서 2승 2패를 기록하는 등 국제전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어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런 의미에서 오는 30일 열리는 한국바둑리그 선수선발식에 관심이 모아진다. 올해 바둑리그는 지난해와 같이 8개 팀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신민준이 과연 주장으로 선발될 것이냐가 관전 포인트다. 신민준보다 랭킹이 앞선 기사가 15명이나 되지만 현재의 기세라면 신민준이 1지명에 뽑히지 말라는 법도 없다. 과연 한국바둑리그 선수선발식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