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면접시험에서 난데없이 이런 질문이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너무 엉뚱한 질문 같아 보이지만, 이 문제는 실제로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사 면접시험에 출제했던 문제다. 회사쪽에서 원한 답안은 바로 ‘구멍이 둥글기 때문’.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면접시험에서 이런 기묘하고 까다로운 문제들을 매년 출제한다고 한다. 원칙적으로 외부반출이 금지된 이 문제들은 마이크로소프트사에 응시했다 불합격한 사람들을 취재해 알아낸 것들. 이런 문제들을 모은 한 권의 책이 지난 7월 일본에서 발간돼 관심을 끌고 있다. 그 책의 제목은 다름아닌 <빌 게이츠의 면접시험>(靑土社).
차분하게 생각해서 대답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는 면접장에서 맨홀 뚜껑이 왜 둥근지를 묻는 질문에 능숙하고 재치있게 대답할 수 있는 인물은 분명 누구나 인정할 만한 ‘인재’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나 ‘면접시험’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더욱 머리를 써야하는 다른 질문도 한번 살펴보자. “후지산을 옮겨야 한다면 어떻게 옮기겠습니까?”
분명히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있다. 중요한 것은 당황하지 말고,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생각을 전개시켜 나가는 것. 우선 대략적으로 후지산의 크기를 생각해 본다. 후지산의 높이는 약 4,000m, 밑면적은 잘 모르지만 아래쪽으로 갈수록 점점 퍼지는 모습이므로 약 4억㎡ 정도로 가정한다. 후지산은 원주가 아닌 원추모양이므로 원추의 부피는 원주의 3분의 1. 이에 따라 후지산의 부피를 5천억㎥으로 추산할 수 있다.
그런 다음, 트럭 한 대로 운반할 수 있는 흙의 양을 계산해야 한다. 화물칸의 부피를 약 30㎥로 추정한다면 후지산은 트럭 1백50억대분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한 사람이 후지산의 흙을 파서 트럭으로 옮긴다고 가정하면 한 대분 옮기는 데 하루가 걸린다.
그렇다면 후지산을 하루 만에 옮기려면 1백50억 명의 사람이 필요하게 된다. 세계 전체 인구인 60억 명이 후지산으로 이동해 다함께 일을 했을 경우 2∼3일 안에 움직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1만 명의 대기업 사원을 동원했을 경우 1백50만 일, 약 4천 년이라는 계산이 나오며, 한 사람이 했을 경우에는 1백50억 일, 즉 약 4천만 년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식으로 머뭇거리지 않고 대답하지 않으면 안된다.
▲ 일본서 발간된 책의 표지. | ||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원하는 인재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 회사의 분위기는 특별 수학수업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어딘가에 반드시 정답이 있다고 믿고 그 정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들이 추구하고 있는 것은 그런 수학적인 사고력이다. 면접에서도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중요한 것은 정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바른 사고를 하는 것이다.”
앞서 제시한 후지산 옮기기 문제가 ‘바른 사고방식’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시험하고 있는 전형적인 문제다. 후지산의 높이와 밑면적에 관한 지식이나 계산의 정확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논리적으로 타당한 정답을 향해 사고를 전개시켜 나가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다른 문제도 좀 더 살펴보자.
①미국에 있는 50개의 주 중에서 하나만 빼도 좋다고 한다면 어느 주로 하겠는가?
②전세계 피아노 조율사는 몇 명일까?
③저울을 사용하지 않고 제트기의 무게를 측정하려면?
④당신이 빌 게이츠의 욕실을 설계한다면?
하나같이 보통 방법으로는 풀기 힘든 까다로운 문제들이다.
①에 대해서는 그 주가 없어도 상관없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주는 게 중요하다. 유일한 정답은 없겠지만, 책에서는 인구가 적고 천연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노스다코타주’가 답으로 예시됐다. 노스다코타주가 캐나다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는 것도 ‘빼도 좋은’ 논거다. 50개의 주에서 뺀 다음에는 캐나다에 맡기면 좋다는 식으로 논리를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②는 후지산 옮기기와 같은 유형의 문제. 미국의 인구는 3억 명. 한 가구 당 평균 가족수를 세 명으로 잡으면 1억 세대. 그중 유복한 가구를 그 절반으로 가정하면 5천만 세대. 그중 피아노가 있는 가구의 비율은 100%보다는 훨씬 작지만 1%보다는 확실히 많을 것이므로 10% 정도로 생각한다고 하면 5백만 세대(너무 억지라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대략적인 비율을 측정하는 경우에는 허용되는 방법). 이로써 피아노는 5백만 대라는 계산이 나온다.
세계 인구는 60억 명 이상으로 미국의 20배 이상. 전세계에는 미국의 몇 배나 되는 조율사가 있을 것이지만, 20배보다는 적을 것이다. 대략적인 추측으로 유럽에는 미국의 배가 넘는 조율사가 있고, 다른 국가에는 전부 합쳐 미국과 같은 수가 있다고 하자. 이런 과정을 거쳐 미국에 있는 조율사의 수는 세계 전체의 4분의 1 정도라는 추론에 이르는 것. 따라서 전세계 조율사 수는 5천 명×4 해서 2만 명이라는 계산이 된다.
③은 고전적인 퍼즐이다. 우선 제트기를 항공모함이나 페리에 싣고 물의 수위에 표시를 해둔다. 그 다음 제트기를 날리면 배는 가벼워진 만큼 떠오르게 된다. 그후 무게를 알 수 있는 물품을 배에 실어가면서 표시해둔 수위가 될 때까지 실은 물품의 총중량을 계산하면 제트기의 무게가 나온다.
④는 빌 게이츠가 바라는 것으로 대답을 내놓을 것인가와 빌 게이츠가 바라는 것 이상의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는가를 묻는 문제. 일단 빌 게이츠의 습관이나 가족관계 등을 알고 있으면 훨씬 유리하다. 가령 빌 게이츠에게는 딸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보자. 그렇다면 세제나 유해한 물건들이이 들어있는 선반은 잠금장치를 해야할 것이다. 빌 게이츠는 샤워보다 욕탕에 들어가는 것을 좋아한다. 욕탕 안에 들어가 있으면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음성을 녹음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목욕탕은 어떨까?
면접관은 이런 질문을 통해 응시자의 능력을 확연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①번 문제는 논리를 만드는능력을 묻고 있다. 끈기 있게 사고하는 능력이 필수다.
②번 문제를 통해서는 비즈니스 능력을 알아볼 수 있다. 적은 데이터에서 필요한 것을 뽑아내는 능력과 추리력, 그리고 냉정하게 사물을 판단하는 균형감각과 상황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을 시험하고 있는 것이다.
③번 문제에서 시험하는 것은 대응능력이다.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것은 곤란한 상황에서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이다. 무수한 대답이 있겠지만 어떻게 판단하여 빠져나갈 것인가 하는 능력에 성공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④번 문제는 상당히 독특한 문제다. 자기중심적인 현대사회에서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철저하게 알아낼 수 있다면 비즈니스는 더욱 쉬울 것이다.
나운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