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해원상생(解怨相生)·화해동맹(和解同盟)의 깃발이 본선 시대정신.
○잔인하고 가혹한 4월을 딛고 오래된 미래 5월로 나아가야 한다.
○‘깡’의 안철수, 시대정신에 목숨을 걸면, 결국 시간은 안철수의 편.
○문재인과 지지도 격차 10% 안쪽으로 좁혀들면, ‘안철수 신대망론’
○범 중도 통합의 이름으로 유승민과 후보 단일화시, ‘안철수 신대세론’
1. 잔인하고 가혹한 4월이다.
2017년 3월 31일, 현직 대통령이 재임 중에 단죄되었다. 살아 있는 육신과 죽어 매장된 정치사회적 생명, 우리가 선택했던 최고 권력자가 드러낸, 양극단의 민 낮이다. 역사와 국민들은 ‘이것이 옳은지, 저것이 그른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같은 시각, 신음의 바다 깊은 펄 밭에 3년 동안 박혀 있던 ‘악마의 관(棺) 세월호‘가 인양·이송되고 있었다. 아직도 찾지 못한 9명의 시신이, ‘눈물의 항구’ 목포로 운구된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한, 가버린 생명들은 되살아 돌아오지 못한다.
하여, 5월은 4월에게 오래된 미래다. 과거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우리 안에 오래된 미래의 단층으로 쌓일 뿐이다. 엄동을 견뎌낸 여린 생명들이 죽은 껍데기를 뚫고 새로운 하늘을 연다. 우리는 잔인하고 가혹한 4월을 접고, 5-9 대선 현장이라는 ‘오래된 미래’를 직시해야 한다.
불과 한 달여, 대선은 우리 운명을 전혀 다른 시간의 세계로 인도한다. 권력이란 나라와 국민의 운명을 결정짓는 힘이다. 운명을 결정하는 권력을 두고, 인간은 다른 사람에게 늑대가 된다. 동물의 왕국과 똑 같다. ‘승자 절대선’, 권력 독식의 제로섬 게임(all or nothing), 단 한 표라도 이긴 자는 국가 권력 전반을 틀어쥐게 된다.
출전 선수들은 당선 가능성, 혹은 승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최종 대진표 분석단위는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등 4명으로 압축된다. 4명의 게임 전개양상을 들여다 볼 수 있다면, 본선 결과 예측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그 가운데 안철수는 5-9 대선의 불변의 상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안철수 페이스북 캡처>
“시간은 안철수 편이다.” 시간은 흐름의 결이다. 흐름은 대선의 맥락과 국면을 주도하는 역량이다. 역량은 지지도와 상호공명한다. 역대 대선에서 국면을 반전시키는데 성공한 후보들은 시간전략에 입각했다. 대표적으로 김대중과 노무현이다.
대권 4수 김대중의 도전은 시간의 미학 그 자체였다. DJT(김대중, 김종필, 박태준)의 시간을 덧셈하고, 이인제라는 중도의 시간을 분할하여, 이회창의 시간을 최소화했다. 승부사 노무현의 시간은 반전이었다. 대선 막바지 정몽준과 후보단일화를 통해 극적으로 이회창을 극복했다.
안철수는 ‘의학과 컴퓨터 공학’을 통해, 현대물리학을 섭렵한 과학자이다. 현대물리학은 시간을 우주의 중심축으로 삼는다. 시간은 전방위적 상관성으로 융합·복합·창진되는 다차원의 세계이다. 안철수의 최근 행보는 시간과 정치의 상관성이 낳는 미학을 깨우친 듯 하다. 한마디로 ‘시간은 안철수 편’이다.
시간은 안희정과 이재명으로 흩어졌던 중도표를 다시 안철수에게로 응집시켜 줄 것이다. 이에 따라 자신감을 회복한 호남의 시간은 안철수에게로 귀결된다. 중도와 호남의 지지는 전국적인 지지의 시간으로 확장된다. 안철수, 결국 정권교체는 안철수의 시간표라고 믿고 있다.
3. 약점
안철수의 최약점은 다름 아닌 정치적 고향 호남과 고향 땅 부산의 지지도이다. 호남의 절대적 지지가 있어야만 부산으로 그 지평을 확장할 수 있다. 호남에서 60% 이상, 사실상 절대적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
호남은 안철수 정치의 존립기반이다. 따라서 안철수는 목숨을 걸고 반드시 호남에서 문재인을 넘어서야 한다. 호남의 절대적 지지는 곧 문재인 지지도의 하락이자, 부산에서의 안철수의 상승세를 의미한다.
하여, 안철수의 최대 약점은 ‘깡’이란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깡 없는 안철수’ 2012년에 자신에게 주어진 시대정신의 깃발을 포기한 적이 있다. 호남과 부산은 이번에도 양보하려는가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여전하다.
깡이란 “시대정신에 운명을 걸고 국민 앞에서 죽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이다. 안철수는 ‘강’철수가 아니라, ‘깡’철수로 거듭나야 한다. 자신을 비월하지 않는 자는 국민을 감동시킬 수 없다.
4.위기
‘절대행위자’ 시간은 말해 준다. 4월 10일경이면 안철수에게 특이점이 온다. ① 안철수가 이때까지 문재인과 지지도 격차 10% 이내로 진입하지 못한다면, ② 그리고 홍준표와 유승민 간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홍준표의 지지도가 상승하게 된다.
범 진보진영의 ’본선 불안감’은 문재인과 안철수의 후보단일화로 눈길이 쏠리게 된다. 물론, 이번 대선에서 안철수의 ‘철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복병은 국민 지지도 양상의 변화이다. ‘본선 경쟁력’을 중시한, 호남과 중도 진보의 지지도가 문재인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 위기다. 안철수 대선필승 로드맵은 끝날 수 있다.
그러나 특이점에서 위기의 시간을 뒤집으면 곧 기회이 시간으로 반전된다. 민주당 경선이 끝난 직후, 안철수는 즉각 중도와 호남의 지명도를 이끌어 내야 한다. 4월 중순까지 안철수와 문재인 지지도의 격차가 10% 이내로 좁혀진다면, 안철수 본선 필승론이 탄력을 받는다.
5. 기회
‘자강론’의 깃발을 세운 안철수에게 집권 기회를 결정짓는 시간이 온다. 4월 초순 민주당 경선이 끝나면, 안희정·이재명 상실효과에 따라, 안철수 지지도는 최소 5% 이상 치솟는다. 격차 10% 이내로 좁히면서 문재인을 맹추격하는 형국이다.
4월 10일을 넘기게 되면, 홍준표와 유승민간 범 보수진영 후보단일화는 난망하다. 오히려 안철수와 유승민의 후보단일화론이 떠오른다. 중도 대통합과 영남과 호남의 컨센서스, 민추협을 매개로 한 박지원과 김무성의 합치, 김종인·홍석현 등 국가 원로급들의 열정적 의지 주문은 역동적이다.
시간은 분명 안철수의 편이다. 그러나 창조적·역동적·냉엄하게 관리해야 한다. 민주당 경선직후 범 중도 지지도를 회복하고, 호남의 절대적 지지를 굳히면, 중도 대통합론의 깃발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결정변수’ 유승민은 홍준표와의 범 보수 후보 단일화론, 안철수와의 범중도 후보단일화론을 놓고 상종가를 구가한다. ‘유승민 단일화 논쟁단계에 이르면, 안철수와 문재인의 지지도는 역전되어 가는 과정이다. 안철수는 정권교체를 위한 범중도 유일대안론의 중심에 선다.
6. 4월 첫 주간 전망
① 5·9대선에서 ‘깡’철수로 변신한 안철수에게 양보나 철수는 없다. 민주당 경선결과는 역설을 말해준다. 안희정·이재명의 망실효과로 인하여 안철수의 지지도 또한 동반상승한다. 상종가를 구가하는 문재인을, 안철수가 10% 포인트 이내로 추격할 수 있는지가 4월 10일까지 관전의 포인트이다.
②“시간은 안철수 편”이란 의미는 심층적이다. 안철수와 문재인간의 격차가 좁혀지면, 87년 대선의 DJ와 YS처럼, 양패구상할 수 있다. 범 진보진영이 패배할 경우, 범 진보진영은 ‘미래권력 안철수’를 중심으로 정계개편이 일어난다. 안철수 ‘2017년판 김대중’이 된다.
③따라서, 안철수 진영은 문재인을 치열하게 공격하면서 중도와 호남의 지지세의 지평을 부산으로 넓혀가려고 도전하는 한 주간이 된다.
④다른 한편, 박지원과 김무성 등은 물밑아래서 유승민과 범 중도 후보 단일화를 도모한다. 10일 께 까지 훙준표와 유승민간 범보수 후보단일화 노력이 물거품이 되면, 4월 15일께 안철수와 유승민 단일화론이 수면위로 부상한다. 안철수로 단일화 된다면, 안철수-유승민 동맹은 부동의 당선권에 진입한다.
⑤‘깡의 철수’가 말하는 ‘자강론’은 “목숨을 걸고 혼자서 간다”는 결기이자 맹서이다. 5-9 대선의 승부를 결정할 결정권력은 시간이다. 시간(hidden actor)이 ‘깡철수’에게 준 선물은 “끝은 곧 새로운 시작”이라는 확정성의 비전이다. 나아가 안철수·유승민, 영남과 호남간 해원상생(解怨相生)·화해동맹(和解同盟)의 중도 대통합의 단일후보 기치를 제작하여 세울 수 있다면, 시대정신의 눈동자는 50대 안철수·유승민에게 꼽힌다.
박요한 선임기자 ilyokorea@ilyo.co.kr
정치학 박사, 숭실대학교 초빙교수, 한국정치학회·북한연구학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