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유승민은 ‘집 나간 아우’가 아니라 새로운 미래, 동맹의 한 축
○‘악마의 관 세월호 목포 도착, 현직대통령의 단죄’의 뜻, 세밀하게 읽어내야.
○무학의 아버지, 문맹의 어머니, 군산출신 아내, 광주 31사단 방위병 홍준표.
○인간혁명의 대명사, 변방의 검사, 비주류 정치인, 친박에게 강압받은 대선후보.
○범보수 후보단일화 뒤, 김종인·홍석현 안으면, 87년 노태우 역전승신화 재현.
1. 잔인하고 가혹한 4월이다.
2017년 3월 31일, 현직 대통령이 재임 중에 단죄되었다. 살아 있는 육신과 죽어 매장된 정치사회적 생명, 우리가 선택했던 최고 권력자가 드러낸, 양 극의 민 낮이다. 역사와 국민들은 ‘이것이 옳은지, 저것이 그른지’ 혼란스럽기 조차 하다.
같은 시각, 신음의 바다 깊은 펄 밭에 3년 동안 박혀 있던 ‘악마의 관(棺)’ 세월호가 인양·이송되고 있었다. 아직도 찾지 못한 9명의 시신이, ‘눈물의 항구’ 목포로 운구된다. 시간을 돌이킬 수 없는 한, 가버린 생명들은 되살아 돌아오지 못한다.
가혹하게도, 5월은 4월에게 오래된 미래다. 과거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우리 안에 오래된 미래의 단층으로 쌓일 뿐이다. 엄동을 견뎌낸 여린 생명들이 죽은 나무 껍데기를 뚫고 새로운 하늘을 연다. 우리는 잔인하고 가혹한 4월을 접고, 5-9 대선 현장이라는 ‘오래된 미래’를 직시해야 한다.
불과 한 달, 코 앞에 닥친 대선은 우리 운명을 전혀다른 시간의 세계로 인도할 수 있다. 권력이란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힘이다. 권력의 주권을 결정하는 선거 앞에서, 인간은 다른 사람에게 늑대가 된다. 동물의 왕국과 똑 같다. ‘승자 절대선’, 권력 독식의 제로섬 게임(all or nothing), 단 한 표라도 이긴 자는 국가 권력 전부를 틀어쥐게 된다.
출전 선수들은 당선 가능성, 혹은 승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최종 대진표 분석단위는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등 4명으로 압축된다. 4명의 게임 전개양상을 들여다 볼 수 있다면, 본선 결과 예측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특히 홍준표는 보수대연합 유일한 필승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홍준표 페이스북 캡처>
“내 아버지는 무학이었고 내 어머니는 문맹이었다”. 사람이 이보다 더 진솔할 수 있을까?. 홍준표의 강점은 “걸어온 길과 걸어가야 할 길을 몸으로 말한다”는 데 있다. 그는 몸으로 말한다. 체험하지 않거나, 걸어가지 않을 길이면, 메시지화하지 않는다.
90년대 초반 무명의 강력부 검사가 당대의 권력자들의 비리를 파헤쳐, 쇠고랑을 채웠다. 박철언을 필두로 하여등 청와대와 법조 출신, 기업인이 다수였다. 그 신화는 95년년대 중반 ‘모래시계’라는 드라마로 재현되었다. 당시 주연으로 열연한 박상원, 고현정, 최민수, 이정재 등을 모두 스타덤에 올랐다.
홍준표는 이후 국회의원 4선, 경남지사 재선,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당대표를 역임했다. 40년 뒤 보수대통합의 담벼락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특이한 점은 홍준표 정치에 계파나 계보가 없어 보인다는 대목이다.
혹자는 홍준표의 화법을 미국 트럼프에 비유하기도 한다. 요한기자는 단언컨대, 트럼프를 오히려 홍준표에 비유하는 편이 적절하다. 홍준표의 어법은 큰 절의 큰스님이나 교회의 원로목사님과 유사하다. 자신의 삶의 여정을 언어로 표현할 뿐이다.
홍준표는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홍준표는 청중이 간직한 메시지를 미리 꿰뚫어 보고, 자신의 ‘가슴 속에서’ 일체화한 뒤, 그 상대방의 수준에 맞춰 꾸밈없고 알기 쉬운 단어와 문장으로 단문화 하여, 되던진다.
깊숙이 들여다 보면, ‘환유적 직설화법’을 즐겨 사용한다. 환유법은 작은 부분으로 전체를 그려내고, 그 내용을 파악하는 데 길고 깊은 여운이 남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속담에 “될 성 부른 나무 떡 잎부터 알아 본다”는 말이 있다.
홍준표는 상대방이 자신의 말 뜻을 알아채지 못하면, 유사한 말과 문장으로 반복해서 쏘아주며 이해를 돕는다. 스스로 이해되면 감동이 오고, 말문이 막혀 반박하지 못한다.
2심 재판 무죄 판결 뒤 20일 만에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에 올랐다. 말 솜씨 때문이 아니라 그가 살아온 여정, 곧 몸이 곧 그의 말이고 행동이다.
깊숙이 들여다 보면, 홍준표 최 강점은 ‘깡’에 있다. 깡은 시대정신에 자신의 운명을 거는 실천 의지이다. 그의 삶과 행동은 언제나 정곡을 찌르는 직관적이고 환유적인 어법으로 변환된다.
홍준표가 안철수,문재인,유승민,심상정이 TV토론에서 만난다면, 심상정 정도가 해 볼만 하다. ‘깡’이 기준이라면, 단언컨대 20분 정도면 다른 신사적인 후보들은 족탈불급(足脫不及, 다리가 찢어저도 따라잡지 못함)이란 말을 목도 할수도 있다.
3. 약점
홍준표 약점은 두 가지 정도가 꼽힌다. 조직을 만들지 못하고 표정관리가 안 된다. 무리를 만들 수 있는 사람만이 대선을 승리로 견인할 수 있다. 그러나 홍준표는 조직이나 계파를 만들거나 운용해 본 경험이 거의 없다.
조직력의 결핍은 전략 수립과 정책, 홍보전에서 밀리는 직접적 원인이 된다. 따라서 선대 본에서 안상수의 300만개 일자리도시 건설과 가계부채 공약, 조경태 등 미래 리더를 중용하여 젊은 이미지를 보완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홍준표는 대화할 때 표정관리가 되지 않는다. 그의 본심이 전하려는 메시지와는 달리 직설적이고, 높은 톤의 목소리, 비아냥거리는 듯한 제스쳐로 비춰지기도 한다. 홍준표가 토론에서 큰 목소리를 낼 때는 상대방을 깔보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의 본심이 전하려는 메시지와는 달리, 대화화법의 전근대성이 초래한 헤프닝이다.
4. 위기
“시간은 결코 홍준표의 편이 아니다”. 홍준표는 4월 10일경까지 지지도를 20%대-2위권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10% 지지도로는 범 보수 후보단일화론은 물론이요, 4자 구도 필승론을 주장할 수도 없고, 뒤처진 3위권의 위험성까지 있다.
홍준표는 착각하거나 허세를 부려서는 안 된다. 유승민은 돌아와야 할 ‘아우’가 아니다. 오히려 동맹해야 할 새로운 미래이자 전략적 선택의 목표이다. 유승민 깃발은 5-9 대선을 결정짓는 역량을 지녔다.
예를 들어 홍준표와 유승민의 결합, 즉 ‘범보수 후보 단일화론’은 ‘과거적 현재’일 뿐이다. 그러나 안철수와 유승민의 결합, ‘영호남 해원상생·화해동맹’은 오래된 미래이다. 국민들은 ‘기다려온 미래’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유승민과 범 보수 후보 단일화의 타이밍을 놓친다면, 홍준표는 문재인과 범진보 진영이 주장하는 정권교체론에 함몰된다. 게다가 유승민이 던질 안철수와 홍준표 후보 투트랙 단일화 협상전술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치명적이다.
따라서 홍준표와 유승민간 후보단일화는 빠르면 빠를수록 유익하다. 10일께, 늦어도 15일전까지 이뤄져야 한다. 15일을 넘기면. 유승민은 안철수를 선택할 흐름으로 바뀔 수 있다. TV토론에서 1대 3의 구도, 즉 홍준표 대 문재인·안철수·심상정의 구도가 최적이다.
5. 기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홍준표의 부담은 확 줄었다. 홍준표와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정권 실정의 책임론을 상당부분 덜 게 되었다. 또 친박이든, 바른정당을 모두 나무랄 수 있는 탄력성을 갖추게 되었다. 경륜가 홍준표로서는 “당선되면, ‘양아치 친박들’을 척결하고, 오로지 국민계파의 국정을 계승한다”는 프레임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여성 대통령의 구속은 아무래도 보수와 영남권역의 지지층들이 긴장감 속에서 한 표를 행사하는 촉매가 된다. 현직 대통령의 단죄와 구속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 뒤 2개월 내 치루는 선거이다.
분석과 전망, 유불리의 경우의 수를 분류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역대선거가 보여준 중요한 교훈은 선거에서는 세력이 긴장하면 투표당일 ‘단결된 표’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김영삼·김대중의 삶이 인간승리 드라마였다면, 홍준표 삶의 여정은 인간혁명, 그 자체다. 무학과 문맹, 가난 그 자체의 부모님, 전북 군산여상 출신의 아내, 전남 광주 31사 방위병 출신, 모래시계 검사와 4선 의원, 홍준표 대선의지를 알아 챈 친박의 정치적·사법적 강압과 견제, 대구 태생의 경남지사 재선, 2심 재판 무죄판결 뒤 20일 만의 집권여당 대선 후보 당선, 그야말로 인간혁명, 그 자체이다.
6. 4월 첫 주간 전망
① 홍보역량, 근본부터 아예 결핍되어 있다. 홍준표는 인간혁명의 살아 있는 라이프 스토리의 주인공이고, 문재인을 대적할 범 보수진영 필승카드임에 틀림없다는 확신을 국민 속에 심어줘야 한다.
② 정치, 10일 께까지 최 단시일 내 ‘새로운 미래’ 유승민과 동맹해야 한다. 유승민과 후보단일화가 곧, 범 보수진영에게는 진정한 의미의 대선출발이다. 강조컨대, 런닝 메이트 유승민은 ‘돌아올 아우’가 아니라 동맹의 한 축이다.
③ 국민, 범보수 통합능력, 대 문재인 필승카드라는 확신은 곧 지지도 변화로 나타난다. 4월 중순까지 지지도 20%-2위권을 획득해야만 한다.
④ 언론, TV토론에서 홍준표 대 문재인·안철수·심상정일 경우, 홍준표 최강점이다. 조직과 홍보역량은 최약체이다.
⑤ 유승민과 동맹에 성공할 때, 그 때부터 범보수진영의 대선은 시작이다. 범 보수는 통합 속에 범 진보는 분열 속에 투표일을 맞게 된다.
박요한 선임기자 ilyokorea@ilyo.co.kr
정치학 박사, 숭실대학교 초빙교수, 한국정치학회·북한연구학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