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 천안제2병원 조감도
[천안·아산=일요신문] 박하늘 기자 = 충남 천안시 봉명동에 세워질 ‘순천향대 제2천안병원’을 두고 지역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역민들은 병원측이 지역에서 준 ‘혜택’만 챙기고 지역사회 환원에는 인색하다며 비난하고 있다.
# 지역민 “공영주차장 건립해 주차난 해결하라”
‘천안구도심정비사업연합회(회장 이기세)는 지난 3월 2일 순천향대 천안제2병원 건립시 인근 천안여자상업고등학교 운동장 지하에 공영주차장을 조성해 달라는 탄원서를 천안시와 순천향대병원에 전달했다. 제2병원이 신설되면 인근 지역의 주차난이 극심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순천향대 천안제2병원‘은 천안 봉명동의 순천향대 천안병원 옆 천안여상 부지 등 1만 6529㎡에 1000병상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다. 예산은 4000억여 원에 달한다.
순천향대 천안병원이 자리한 이 지역은 극심한 주차난을 겪고 있다. 885병상 규모에 하루 외래환자가 3000여 명에 달해 내원객, 직원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더욱이 병원 앞 왕복2차로의 좁은 도로 한 켠에는 차량들이 줄지어 불법 주·정차돼 있어 통행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내원객들이 인근 주거지역에까지 주차를 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한다.
탄원서를 받은 천안시는 같은 달 10일 천안구도심연합회를 비롯해 이해당사자인 순천향대병원(사단법인 동은학원), 천안여상(사단법인 천광학원)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연합회는 “순천향대 천안병원 인근 주민들은 병원 직원과 내원객의 이면주차 등으로 교통혼잡을 수 십 년간 겪어왔다”며 “순천향대 천안제2병원 사업초기 천안여상 운동장 지하에 공영주차장을 건립할 계획이 있다고 들었다. 인근지역 혼잡 및 주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천안여상 운동장 부지에 지하주차장을 건립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순천향대병원은 “사업초기 그런 제안을 한 적은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현재 신축예정인 병원이 설계과정에 있고 여러 의료정책 변화로 건축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많다”며 “지금으로서는 병원부지 외 외부주차장 건립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연합회는 자신들의 입장이 관철되지 않는다면 주민서명과 감사원 진정서 제출 등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하겠다고 강하게 맞섰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주차장
# 지역민 “혜택만 챙기고 지역 배려는 뒷전” 비난
연합회의 공영주차장 건립 요구는 지역의 기대에 못 미치는 순천향대병원의 행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지역의 중론이다.
순천향대 인근 봉명동은 공동화를 심각히 겪고 있는 지역이다. 지역민들은 순천향대 천안제2병원 건립이 공동화 극복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았다.
당초 순천향대병원은 천안제2병원을 1500병상을 보유한 전국 6번째(단일병원규모)의 대형 종합병원으로 만들겠다고 호언했다.
지역민들은 이에 따른 지역경기 활성화 및 지역 재개발에 큰 기대를 걸었다.
순천향대병원은 지난 2012년 천안시와 대형 종합병원 건립을 약속하는 업무 협약을 맺었다.
천안시는 지난 2014년 기존 순천향대 천안병원과 주변 부지 등 총 4만5920㎡를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했다.
아울러 순천향대병원 진입도로 133m 개설을 위해 100억 원을 투입키로 했다. 이와 관련 자유한국당 박찬우 국회의원(천안갑)은 지난달 16일 행정자치부 특별교부세 5억 원을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제2병원 건립은 부지매입 단계에서 난항을 겪으며 2년 동안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또한 병원은 정책 변화를 이유로 병원의 규모를 1500병상에서 1000여 병상으로 축소했다. 더구나 이 규모가 기존 천안병원을 포함한 것이라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지지부진한 제2병원 건립이 사실상 기존 천안병원의 증축 수준으로 그치게 될 것으로 예상되자 오매불망 제2병원 건립을 기다리던 지역민의 실망감은 커졌다.
지역에서는 “천안시에게 혜택은 받아놓고 지역과의 약속은 뒷전”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게 됐다.
이윽고 지역민들은 순천향대병원으로 인해 발생하는 고질적인 주차난이라도 해결해 달라며 공영주차장 건립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 공영주차장 요구에는 인근 병원이 유발한 주차난과 교통대란을 감내한 것에 대한 보상의 의미도 담겼다.
순천향대 관계자는 “공영주차장은 연합회의 일방적 요구일 뿐”이라며 건립계획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제2병원의 병상 수 축소문제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1500병상 확보는 어렵겠지만 2단계 사업까지 1500병상을 확보할 것”이라며 2단계 사업을 위해 인근 부지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기존 천안병원 활용방안은 아직 계획 중에 있다“고 밝혔다.
순천향대병원이 ’지역사회에 대한 배려 없이 잇속만 챙기려한다‘는 비난을 받은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 아산시와의 종합병원 건립 약속 혜택만 받고 ’나 몰라라‘
종합병원이 없는 아산시는 순천향대에 병원건립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지난 1978년 당시 아산군은 ’향후 5년 안에 아산군에 순천향대병원 분원을 설립한다‘는 조건으로 순천향대에 국유림 33만㎡를 지정 매각했다. 매각된 국유림은 현재의 순천향대 부지가 돼 종합대학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발판이 됐다.
그러나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도리어 지난 2008년과 2013년 서울 금천구, 천안시와 10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하며 아산시민을 분노케 했다.
아산시의회는 지난 2013년 ”아산시민을 두 번 배반한 부도덕한 행위“라며 순천향대병원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병원건립 약속이행 촉구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아산시는 여전히 순천향대에 종합병원 건립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지역의 이러한 비난에 순천향대는 경영상의 이유를 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순천향대병원 관계자는 ”병원 건립은 막대한 예산이 드는 사업이다. 경영상 고려 없이 병원을 세울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사회 환원을 위해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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