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청소년 영화등급 교실> 진행 모습.
[부산=일요신문] 하호선 기자 = “비속어가 나오는 장면이 있고, 어린아이들에게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12세이상관람가가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7일 부산 남구 대천초등학교 다목적홀. 조목조목 이유를 들어 설명하는 남학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자신이 적은 종이 내용과 비교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발표가 끝나자 다른 여학생이 “다른 것은 다 괜찮은데 폭력성이 높아서 유치원생 동생이 보겠다고 하면 못 보게 할 것 같다”고 하자 “그건 안 되지”, “맞아”라는 학생들의 동조가 추임새처럼 이어졌다.
웅성거림도 잠깐, 곧 시작된 다른 영화 예고편에 시선을 둔 학생들은 진지한 얼굴로 종이를 채워나갔다.
이날 대천초등학교 6학년 학생 120여명이 진지하게 참여하던 것은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이경숙, 이하 영등위)의 ‘찾아가는 청소년 영상물 건전이용 프로그램’(이하 청소년 영화등급 교실).
‘청소년 영화등급 교실’은 청소년 미디어 전문강사가 서울과 6대 광역시, 수도권과 경남지역 초․중․고등학교를 직접 방문해 영상물 등급제도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체험형 교육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이날 하루 새내기 등급분류 위원이 되어 최신 영화 예고편을 보고 직접 관람등급을 매겨보는 시간을 가졌다.
참여 학생 대다수가 ‘부모님과 함께 영화를 보러 한 달에 한 번 이상 간다’고 답했을 만큼, 영화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영화를 보러 가기 전 보호자가 영화가 어떤 유해 요소를 설명해줘야 하는지, 보호자는 누가 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나를 잘 알고 생활을 지도할 수 있는 사람이 보호자”라는 설명에 이어진 “어, 지난번에 ooo 옆집 형이랑 봤는데”라는 학생의 말에 웃음바다가 됐다.
관람등급의 기준과 내용, 관람등급이 정해지는 원리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학생들이 대부분. ‘영화를 보고 따라할 가능성’인 모방위험이 고려된다는 점과 ‘약물에 술이나 담배 등이 포함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는 학생들이 상당수였다 .
특히 “가장 높은 항목을 기준으로 관람등급이 정해진다. 어린 친구들에게 잔인하거나 욕설이 많은 장면을 그대로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폭력성이 15세이고, 나머지가 전체라면 그 영화의 관람등급은 15세이상관람가로 정해진다”는 강사의 설명에 “아~”하는 탄성이 나오기도 했다.
올해 청소년 영화등급 교실은 양적, 질적으로 변화를 꾀했다. 프로그램 운영 이후 처음으로 참여학생이 1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시범운영이 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영등위는 더욱 다양한 영상자료를 활용해 강의의 재미와 집중도, 전문성을 강화했다.
영등위 관계자는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 등을 통해 성인물이나 유해 영상물을 여과 없이 접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일상생활에서 늘 이용하는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있도록, 영화 정보를 미리 찾아보고 주체적으로 선택하는데 초점을 맞춰 내용이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청소년 영화등급 교실에 대한 학생들과 교사들 모두 “느낀 바가 많았다”는 반응이었다.
서 모양은 “매일 영화를 실컷 보면 즐겁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등급분류를 해봤더니 너무 고민되고 어려웠다”며 “앞으로 엄마 아빠에게 ‘이 영화 진짜 봐도 괜찮아요?’라고 한 번 더 물어봐야겠다”고 말했다.
6학년 담당교사는 “같은 나이라도 감수성이 예민하거나 더 성숙하는 등 학생끼리의 정서적 차이가 느껴졌다. 영화를 함께 볼 때 좀 더 주의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청소년 영화등급 교실은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7월 중순까지 상반기, 8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하반기로 나눠 총 125개 학교 10,91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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