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영 천안시장.천안시 제공
[천안=일요신문] 김재원 김정규 기자 = 지난 4월 12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천안시의원 보궐선거 결과의 여파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역 정가의 예측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면서 정계 호사가들의 입에서 떠나가질 않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천안 나·마·바 3개 선거구에서 각각 안종혁(44·국민의당), 방성민(43·바른정당), 정병인(44·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고, 천안에서 시장과 3명중 2명의 국회의원이 포진해 있는 ‘지역의 집권여당’, ‘기득권’ 더불어민주당의 성적표가 너무 초라하다.
관심도와 투표율이 저조한 보궐선거에선 인지도, 조직력이 탄탄할수록 당선 확률이 높다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 보궐선거는 11.7%의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보궐선거 원인 제공을 했다는 이유로 2개 선거구에선 당적을 내건 후보를 내진 않았지만 사실상 정실공천이나 다름없던 인물들을 내세웠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윤종호씨는 구본영(더불어민주당) 천안시장의 선대본부장을 역임하고, 양승조(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선대본부장을 맡은 인물이다. 윤 후보는 선거 공보에 구 시장과 찍은 사진을 올리고 선거 기간 내내 구 시장의 복심을 자처하며 유권자에 호소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유권자들은 정치 초년생인 국민의당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이 선거구 출마자 4명 중 최저 득표라는 뼈아픈 수모까지 겪었다.
더불어 민주당의 텃밭으로 여겨지던 마 선거구(성환·성거·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최장온 후보가 탈락하고 신생 정당인 바른정당 후보가 당선됐다.
바 선거구에서도 박완주(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후원을 받고 있음을 공공연히 내비치고, 민주당 출신 지방의원들의 지원을 받으며 유세를 펼쳤던 육종영 후보 또한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런 결과는 꼼수·정실공천과 현 시정에 대한 불만 등이 두루 투표에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호사가들의 단순한 입방아가 아닌 시민들의 마음, 민심을 대변한 결과라는 것이다.
또한 가장 큰 민심이탈 원인은 현 시장의 측근 비리와 관련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이 최근 발표한 ‘국고보조 하수·폐수처리시설 검증 결과’에 따르면 천안시 백석동의 제3산업단지 폐수종말처리장 개량사업에서 공사비 과다 지급, 시설규모 과다 결정 등으로 수 십 억원의 예산이 낭비됐다.<본보 4월 13일자 보도>
환경부 지침을 어긴 채 33억7200만 원의 공사비를 과다 지급하고, 이와 관련한 고도처리시설에 대한 과잉 설치로 14억 원의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에 부패척결추진단은 과다 지급된 공사비 환수와 관련 공무원들의 징계를 요구하는 사태까지 번지기도 했다.
지난 2월 천안시 정책보좌관실의 유모 팀장과 시장 수행비서인 김모씨가 대전고법으로부터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각각 700만원을 선고받았고, 이와 함께 구 시장의 선거 핵심측근이었던 조강석 전 천안시의원은 2012년 초부터 2014년 11월까지 CCTV 업자에게 7억 2천만원 상당의 CCTV 사업을 알선하고 수주금액의 20%를 받기로 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 확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내년 6월 지방선거와 관련한 지역 정가가 안갯속으로 빠져들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천안지역의 복수의 공무원들은 “이번 보궐선거가 내년 6월 지방선거의 바로미터가 된 것 아니냐”며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현직 시장이 공천을 받지 못하는 사태까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얘기도 나온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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