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 검사 장면
[대전=일요신문]육심무 기자 = 관세청 인천세관에서는 올해 2월부터 4월 사이에 특별수사반을 편성, 중국과 일본을 빈번하게 출입하며 금괴를 신체 내 은밀한 곳에 숨겨 밀수한 대형 국제 금괴 밀수조직을 적발, 운반책등 조직원 51명을 검거해 이들 중 6명을 구속 고발하고 이 들 외에 또 다른 조직원들을 추적, 조사 중이다.
관세청이 발표한 금괴밀수 사건의 개요는 국내 금괴 밀수 사건 사상 최대 규모인 금괴 2348㎏(시가 1135억원 상당)을 밀수한 국내 4개 조직, 51명을 적발해 이모(60)씨 등 조직원 6명은 구속하고 운반책 45명을 검거해 조사 중이라는 것이다.
범인들은 2015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중국 옌타이와 일본 도쿄를 수시로 드나들면서 금괴를 밀수입하고 밀수출한 혐의인데, 공항의 금속탐지기를 피하기 위해 깍두기 모양으로 만든 금괴를 항문 깊숙이 숨겨 운반했다.
가로 3㎝, 세로 3㎝, 두께 2㎝ 크기로 특수 제작한 금괴를 알코올로 소독한 뒤 한 번에 5 ~6개(약 1㎏)를 항문 속에 밀어 넣고, 금괴가 빠지지 않도록 나사못 모양의 플라스틱 마개로 항문을 막았다.
운반책들은 40~60대로 여성이 45명 중 40명으로 금괴를 한 번 운반할 때마다 왕복 항공료와 숙박비, 식비에 30만~40만원의 운반비를 받았다.
관세청 조사총괄과 김영기 사무관에 따르면 금괴 1㎏을 중국에서 4500만~4600만원에 들여와 4800만~5000만원 정도에 팔아 운반 경비 등을 빼면 1㎏당 150만원 정도 이익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국제 금괴밀수 조직에 포섭되어 결국 수십 차례에 걸쳐 해외를 오가며 밀수를 하다 검거된 운반책 가운데 한사람인 S씨 자매의 범행 전모에 대해 관세청 조사총괄과 한창령 과장 등의 설명을 정리했다.
중국과 일본을 1박 2일이나 당일치기로 80번 왕래 ,
인천세관 수사팀에서는 동일한 여행사를 이용하며 주로 일본과 중국에서 하루정도 머물고 돌아오는 여행자들에 대한 집중 분석을 통해 정황상 금괴 밀수입 혐의가 있는 60대 후반의 여성인 S씨에게 2017년 3월 중순경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S는 하루 종일 전화를 받지 않다가 그날 저녁 늦게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왔는데, 2015년부터 중국과 일본을 자주 다닌 이유에 대하여 묻자 한참 동안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한참을 망설이다 S는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나지막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요약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되어 밀수 조직에 가담해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금괴를 운반하러 해외를 다녀왔다는 것이다.
S는 이번에 인천세관에서 수사해 검거한 금괴 밀수입 조직원들 중 최고령 운반책으로,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일본을 1박 2일 또는 당일치기 일정으로 80번이나 왕래했다.
한번에 1kg씩 금괴 총 80kg을 자신의 몸속 깊은 곳에 숨겨 밀수하였는데, 수사팀에서는 출입국내역과 동행자 분석 등 수사기법을 총동원해 사전 정보를 파악하고 혐의를 추궁하자 범행을 털어놓은 것이다.
S에게 즉시 세관으로 나와서 조사를 받으라고 하자 주중에는 도저히 나올 수가 없고 주말인 토요일에 출두해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
조속히 인천세관으로 나와야 된다고 하자, 현재 별다른 수입이 없어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어 요즘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환자도우미’ 공부를 하고 있는데, 이번 주만 실습 교육을 받으면 환자도우미 수료증을 받아 앞으로 병원에서 일하며 돈을 벌 수 있다며 조사 일정을 조금 늦춰달라는 것이었다.
그녀의 말이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아 3월 25일 인천공항의 세관 사무실에서 만나기로약속하고 세관 사무실의 위치와 수사팀 연락처 그리고 신분증 등 가지고 나올 준비물을 알려주고 전화를 끊었다.
자매가 함께 세관에 출두
그리고 열흘쯤 후인 3월 25일 오후 1시경 S는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중년여성과 함께 세관 사무실로 들어왔다. S와 S의 여동생 Y였다
. Y는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런 Y를 다독이며 팀장과 함께 테이블에 앉아 두 사람에게 따뜻한 녹차를 한잔씩 건네며 세관이 하는 일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고, 그녀들이 버스는 어디에서 타고 공항으로 왔는지, 요즘에는 어떤 일을 하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등 가벼운 이야기부터 꺼내자 곧 안정을 되찾았다.
사실 세관에서는 동행자분석을 통해 Y가 언니 S와 함께 금괴 운반책(40kg 밀수입 혐의)으로 해외를 다녔을 것으로 미리 파악하고 있었고, S를 먼저 조사한 이후에 따로 조사하려 하였으나 언니인 S가 세관에 나가 조사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함께 조사를 받겠다고 자청해서 온 것이었다.
둘이서 함께 세관에 나가면 혼자인 것보다는 덜 무서울 것 같아서 같이 나왔단다.
S는 비교적 담담하게 조사관의 질문에 답하며 수사에 응하였고, 세관에서 사전조사를 통해 이미 추정하고 있는 혐의에 대해 사실대로 이야기하였다.
S가 털어놓은 금괴 밀수 범죄에 가담하게 된 사연은 이러하다. S는 2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기획부동산(토지 임야의 투자를 권유하는 일종의 사기단)에서 텔레마케터로 일하였으나 계약 실적이 없었고 돈 벌이가 되지 않아 생활비조차 떨어지게 되자, 이 상황을 알게 된 동료의 소개로 중국을 다니기 시작하였다.
금 1kg 운반댓가는 40만원
금 1kg을 중국에서 한국으로 가져오기만 하면 그 댓가로 40만원을 준다는 것이었다.
한 달에 다섯 번만 다녀와도 2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말은 요즘 같이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시기에 아무런 사회 경력이 없는 60대 중반의 여성인 S에게는 달콤한 유혹이었다.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S는 결국 금괴 밀수입이라는 범죄조직에 운반책으로 가담하기로 했다.
사실 S에게는 나이 40이 된 정신 지체장애 아들이 하나 있었다.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아들 때문이라도 돈이 필요하였던 것이다.
당시 수입이 전혀 없던 S에게는 불법적인 일에 가담하기로 결정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생활이 힘들고 절박하였던 것이다.
비록 나이가 많고 2년전 쯤 일이지만 S는 처음 중국에서 금괴를 밀수입 하였을 때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인천공항을 떠나 금을 운반할 일행과 함께 중국 공항에 도착하자 마중 나온 중국인 남자가 있었고 이 사람이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숙소로 이동하였다.
압수된 밀수 금괴
생각보다 쉽게 금괴가 항문에 들어가 놀라
숙소는 호텔이나 여관이 아니라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금괴를 전문적으로 운반하는 사람들이 묵을 수 있게 미리 마련해둔 개인집이었다.
그곳에서 금괴를 한국으로 가져가는 방법에 대하여 교육받았는데, 금괴를 한국으로 무사히 가져가기 위해서는 중국과 한국공항에서 검사대상자가 되는 것을 피해야 하고, 혹시 검사를 받게 되더라고 세관을 속이기 위해서는 금괴를 항문에 넣어야 된다고 하며 그 방법에 대하여 자세하게 알려 주었다.
금괴는 항문에 넣을 수 있게 크기가 큰 골드바가 아닌 작은 조각으로 마치 깍두기 모양의 형태를 띠고 있었고, 금괴 덩어리를 한사람 당 5개씩 끓는 물에 소독해서 건네주며 이름 모를 연고도 받았는데, 흰색의 부드러운 젤 형태로 이것을 금덩어리에 골고루 바른 다음 항문에 하나씩 밀어 넣었는데, 생각보다 쉽게 5개의 금괴가 들어가 스스로도 놀랐다.
금괴 운반 전날 저녁과 아침 못먹게 통제
교육시키며 하는 말이, 이처럼 금괴 5개를 항문에 넣게 되면 속이 편하지 않으니 식사는 절대로 하면 안된다며, 만약 식사를 했다가 화장실을 갈 일이 생기면 일을 망칠 수 있으니 금괴를 가져가는 전날 저녁은 물론 다음날 아침조차도 먹지 못하게 하였다.
그렇게 두끼 식사도 거른 채 힘들게 금괴를 몸속 깊이 숨긴 다음 차를 타고 이동 후 옌타이공항에서 비행기에 탑승해 인천공항으로 도착했고, 공항에 내려 입국할 때 행여라도 발각될까봐 조마조마하고 가슴이 터질 듯 불안하였지만 무사히 공항을 빠져나와 다시 사람들 눈을 피해 일행은 흩어져서 공항철도로 이동해 결국 공덕역 인근 오피스텔에서 안전하게 물건을 소유자에게 전달하고 운반비로 현금 40만원이 든 봉투를 받았다.
이것이 첫 금괴 운반의 기억, 즉 밀수입 범행의 시작이었다. 이렇게 우려와는 달리 비교적 수월하게 처음 금괴 운반을 성공하자 S는 한 달에 무려 10번씩 중국을 오가며 금괴를 운반하였고, 처음의 그 조마조마함과 불안감은 서서히 없어졌다.
범죄가 반복되면서 차츰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마저도 희미해져 갈 무렵, 급기야 S는 인천에 살고 있는 동생 Y에게도 중국을 함께 다니자고 제안을 하고 만다.
친동생도 운반책으로 끌어들여
친동생에게 밀수라는 범행을 함께 하자고 권유한 것이다. S가 얼마나 자신이 한 행동을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동생인 Y는 꽃가게를 운영하였는데 가게가 망하여 문을 닫고 둘째딸마저 결혼하여 출가하자 심한 우울증이 왔다고 한다.
우울증으로 고생하며 마음을 잡지 못하는 동생에게 항공편과 숙식을 제공받고 기분전환 여행까지 할 수 있다고 하며 자신이 하고 있는 금괴 운반을 제안한 것이다.
친언니인 S가 괜찮다고 하니 동생은 큰 죄의식 없이 언니와 함께 중국을 다니기 시작하였는데, 그렇게 두 자매는 금괴 운반을 시작하여 Y는 무려 40번이나 금괴를 운반하였다
하지만 언니인 S와 달리 Y는 2016년 2월 경 금괴를 운반하는 일을 그만두게 된다.
중국에서 국내로 들여온 방법과 똑같은 방법으로 이번에는 중국서 가져온 것과 똑같이 생긴 깍두기 모양의 금괴를 자신의 몸속에 숨겨 일본 도교로 운반한 후 그곳에서 금괴 판매대금으로 받은 거액의 현금(엔화)을 한국으로 몰래 가져오다 공항에서 적발되어 김포세관의 조사를 받게 되면서 부터이다.
당시에는 증거가 없으니 금괴 운반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세관의 조사를 받은 이후 Y는 다시 불안한 시간을 보내며 점점 우울증이 심해졌고 결국에는 술에 의지해 살면서 알콜 중독 상태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동안 자신이 저지른 금괴 운반 사실이 밝혀질까봐, 그리고 그 사실이 자식들에게까지 알려질까봐 마음을 졸인 것이다.
밀 수출입 금괴 이동 경로
절박한 중년 여성들 노려 포섭
이상 S자매의 사례와 같이 금괴 밀수 총책은 요즘 같은 불황기에 경제적으로 어렵고 나이가 많아 마땅히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중년 여성들의 절박한 심정을 노렸다.
그렇게 포섭된 이들은 자신이 알고 지내는 주변의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범행에 끌어들였다. 지금까지 파악한 금괴 밀수입 조직원 51명중 무려 41명이 60세 전후의 여성으로 대부분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운반책으로 포섭된 조직원들은 무속인, 세신사(때밀이), 보험설계사, 다단계판매원, 미용사, 상조회사 직원 등 다양하면서도 경제적으로는 넉넉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남은 건 우울증과 법의 심판 S는 조사를 받는 내내 후회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자신이 처음 중국을 다녀오면서 자신의 신체를 이용하는 옳지 못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 일을 왜 그만두지 못하였는지... 동생에게 왜 금괴 운반하는 일을 시켜서 친동생을 우울증뿐만 아니라 알콜 중독에까지 빠지게 하였는지... 많이 후회하고 반성하였다.
때늦은 후회이긴 하지만 자신의 불법적인 범죄에 대해 후회하고 반성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들이 지은만큼의 죄에 대해 법의 심판을 피할 길은 없으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한편 이처럼 금괴 밀수가 발생한 이유는 최근 브렉시트, 미국 대외경제정책의 급격한 변화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국내 수요가 늘어나 밀수입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의 소비세 인상(5→8%), 한․일 간 금 시세 변화에 따른 시세 차익 등으로 일본 내 밀수 기대이익이 커져 금괴 밀수출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금괴에 부과되는 세금을 보면 홍콩은 없고, 우리나라는 관세3%, 부가세10%, 일본은: 관세는 없고 소비세 8%가 부과된다.
smyouk@ilyods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