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번 떨어진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에서 회복되지 않고 있다. | ||
이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강부자 내각’ 등 각종 구설수와 논란에 시달리며 지지율 하락을 면치 못해왔다. 50%대의 지지도로 당선된 이후 10%대까지 급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20%대에 머무르며 좀처럼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과연 이번 ‘대통령과의 대화’를 민심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답보상태에 놓인 이 대통령의 지지도가 추석 이후 하반기엔 지금과는 다른 곡선을 그릴 수 있을까.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와 전문가들의 진단을 통해 추석 이후 정국을 풀어 보았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대체적으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먼저 리얼미터의 주간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지난 8월 20일 조사 이후 계속 내려가는 양상을 보였다. 8월 20일 35.2%에서 29.1%(8월 27일)→27.5%(9월 3일)로 근래 대통령이 내놓는 각종 민생정책에도 불구하고 지지도 회복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는 것.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8월 조사(29%) 때보다 무려 9%p가 낮아진 20%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서치앤리서치(R&R)의 정기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 정체현상이 뚜렷했다. 한 달 전인 지난 8월 12일 조사에서 28.5%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 아주 미묘하게 상승한 28.9%로 나타난 것. 리서치앤리서치의 조사는 ‘대통령과의 대화’가 진행된 바로 9월 9일 실시된 것이어서 이날의 ‘대화’에 대한 민심의 여파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리서치앤리서치의 배종찬 팀장은 “이날 조사는 방송이 진행된 저녁 무렵까지 실시되었는데 대통령과의 대화에 대한 여론이 100% 반영되었다고 볼 수는 없으나 방송에 앞서 불교계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할 것이라는 뉴스 등이 전해진 상황이었다. 어느 정도 대통령과의 대화에 대한 평가가 담긴 여론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과의 대화’ 이후인 지난 10일 실시됐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서도 국민들의 냉담한 반응을 엿볼 수가 있다. 조사결과 방송에 대해 ‘만족한다’는 의견이 27.7%에 그친데 반해 ‘불만족 한다’는 무려 50.0%에 이르렀다.
‘대통령과의 대화’의 시청률도 동시간대에 방송된 드라마보다 현저히 낮았던 것으로 나타나 민심을 진단할 수 있는 현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AGB 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대통령과의 대화’의 전국시청률은 KBS1 11.3%, MBC 6.6%로 집계됐다. 두 방송사 시청률을 합하면 17.9%. 반면 동시간대에 방송된 SBS 드라마 <식객>은 25.5%, KBS2의 <연애결혼>이 5.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날 신문 1면을 장식한 뉴스 역시 ‘대통령과의 대화’에 관한 것은 뒤로 밀리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건강악화설에 관한 소식이 차지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이날 방송에 대해선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는 이들이 적지 않다. 프로그램 진행방식이나 내용 등에 있어서 대통령의 해명이 주로 부각된 형식이어서 흥미를 끌기에 부족했다는 지적.
방송이 끝난 뒤 ‘맥주뒤풀이’를 즐겼을 만큼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는 청와대 측과는 달리 외부의 평가에는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추석민심을 겨냥한 ‘이벤트’ 일환으로 마련했던 ‘대통령과의 대화’는 대통령의 지지도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 지난 9일 ‘대통령과의 대화’를 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 ||
우선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도 조사에서 ‘불교’신자들 사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33.6%, 부정적 평가가 59.4%로 나타났다. 이어 개신교(기독교) 신자는 긍정 38.5%, 부정 56.6%로, 천주교 신자는 긍정 27.7%, 부정 65.8%로 조사됐고, 무교 등 기타에서는 긍정과 부정이 각각 21.2%와 71.5%로 집계됐다. 불교를 믿는 이들 사이에서 부정적 평가가 가장 ‘높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천주교와 무교가 부정적 평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팀장은 “불교를 믿는 응답자층을 일반적인 불교계로 직접 대응해 볼 수 없다는 점과 또 불교를 믿는 응답자층이 대체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실제 불교계와 정부의 갈등 양상으로 짐작되는 ‘예상 지지도’와는 다소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어 종교별 정당지지도 조사에서도 한나라당 지지자 중 불교신자들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끈다. 불교가 45.8%, 개신교(기독교)가 36.2%, 천주교 38.7%, 무교 및 기타 33.3%로 집계된 것. 이는 일반적으로 불교신자가 다른 종교 신자보다 많은 현실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나라당이 불교신자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이와 더불어 여권이 주목해야 할 점은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에서 대구·경북 지역의 ‘부정평가’가 지난 한 달 사이에 9.5%p나 상승했다는 사실이다. 8월 조사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51.3%였다가 9월 조사에서는 60.8%로 급상승한 것. 반면 긍정평가는 31.9%(8월)→28.6%(9월)로 3.3%p 감소했다. 한나라당의 전통적 텃밭인 영남권에서 부정적 평가가 많아졌다는 것은 간과해서는 안 될 결과일 터.
전반적인 흐름을 살펴볼 때 추석 이후 남은 하반기에도 대통령의 인기는 그다지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고소영 내각’ 등 정부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거리감으로 임기 초부터 내려앉던 지지율은 광우병 파동을 겪으며 최악으로 치달았고, 이어 ‘올림픽 반짝 특수’를 얻으며 약간의 상승세를 보였으나 불교계 편향 시비가 불거지며 다시 내림세로 기울고 있다. 청와대는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불교계에 유감을 표명하고 경제문제를 화두로 내세우는 것으로 종교이슈를 ‘봉합’했다고 분석하고 있으나, 불교계는 여전히 정부의 유감표명으로는 미진하다는 입장이다.
불교계는 ‘대통령의 직접 사과’ ‘어청수 경찰청장 경질’ ‘수배자 수배해제’ ‘종교편향 방지법 마련’ 등 네 가지 요구사안에 대해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추가로 지역별 범불교도 대회를 열겠다는 계획. 만약 추석 이후 불교계와의 갈등이 오히려 증폭 양상으로 바뀔 경우 정부는 더 큰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청와대로서는 기대해 볼만한 몇가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9월 위기설’이 무사히 넘어간 것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소식이 그것이다. ‘9월 위기설’이 단순한 설에만 그치고 마무리되는 분위기여서 앞으로의 경제상황에따라 지지율 호전을 기대할 만하다. 한편 북한 내 소식은 국민들의 안보감정을 자극해 보수결집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급락했던 지지율이 급등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한나라당 지지자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는 민심을 되돌리기엔 취임 후 6개월 동안 ‘터진’ 일이 너무나 많다. 이 대통령은 경제 회복에 가장 주안점을 두고 종교 갈등을 촉발시킨 것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고 서서히 지지율 회복을 노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