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넌 커서 뭐가 될래?’ 초등학교 6학년의 시선을 담은 따뜻한 시집이 발간됐다. 작고 예쁜 별꽃같이 순수하고 맑은 아이들의 모습이 시집에 고스란히 담겼다. 초등학생이 꾸민 시나리오도 나왔다. 가족과 친구처럼 마음 속 보물에 대한 이야기와 12살 고민과 상상의 나래가 시나리오로 다시 태어났다.
# 안심중학교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세상을 읽다’는 지난해 ‘중학생, 논어를 행(行)하다’에 이어 학생들이 일 년 동안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고 신과 인간의 다양한 욕망과 인간 본연의 심리를 중학생의 시선으로 읽어낸 책이다. 고전을 읽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시대를 초월해서 인류가 품어온 근원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하루하루 단단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 ‘슬프거나 위대하거나’. 대구여고 1학년 14개 학급 모든 아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댄 창작연극 대본집도 발간됐다. 때론 엉성하고 때론 실수투성이지만 이 책에는 두 달 동안의 국어 수업 속에서 피워낸 학생들의 열정이 가득 담겨 있다.
# 대구의 대박 가게들을 학생들이 직접 찾아가 마케팅 전략을 파헤치기 위해 조사·탐구한 ‘열여섯 소녀들, 마케터가 되다’도 눈길을 끌었다. 10대 청소년의 눈으로 바라보고 연구한 생생한 마케팅 전략들이 다양한 구성 방식으로 펼쳐져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16일 오후 대구시교육청 행복관에서 ‘2017 학생 저자 책 출판 기념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책 축제에 출품한 학생 저자 책 가운데 우수작품으로 선정된 총 16권의 책이 대구교육청의 출판비 지원에 의해 올해 정식으로 출판하게 된다.
학생 저자 출판기념회는 매년 열리는 대구 책쓰기 교육의 주요 행사 중 하나로, 기념회에는 시교육감을 비롯한 학생 저자와 학부모, 지도교사 및 학교장(감), 출판사 관계자 등 총 350여 명이 참석했다.
대구교육청은 2015년부터 ‘100-100-1 프로젝트’를 교육청 역점 과제로 삼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100-100-1 프로젝트’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12년 동안 인문도서 100권을 읽고, 100번 토론하고, 1권의 책을 쓰는 대구교육청의 고유한 인문소양교육 핵심 정책이다.
이 중 학생 저자 책 출판 기념회는 ‘1권 쓰기’ 정책의 아름다운 결실로 학생들은 지식의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가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됐다.
학생들은 초·중·고 12년 동안 꾸준히 책을 읽고, 친구와 토론을 통해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나는 누구이며, 어떤 삶을 살 것인지’를 성찰하게 된다. 학생 저자가 만든 책은 바로 이러한 성찰의 과정을 거친 값진 결과물로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꿈과 끼를 발견하고 계발하는 가운데 성장의 즐거움을 알게 된다.
시교육청은 학생들이 책을 쓰는 과정에서 더 많은 책을 읽고, 토론을 통해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 교육 전반에 걸쳐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이 양질의 도서를 읽을 수 있도록 인문도서 목록 개발, 아침독서 10분 운동, 인문도서 기부 릴레이, 주제 탐구 세미나 등을 진행하고 있다. 가족과 친구, 이웃과 더 많은 소통의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1교 1토론 동아리를 구성하고 인문학 독서 나눔 한마당, 교육공동체 토론 어울마당을 통해 학생, 학부모, 교원, 시민이 함께 할 수 있는 토론 마당을 열고 있다.
올해 행사는 다른 어느 해보다 학생 저자 한 명 한 명이 주인공이 되어 저자가 되는 기쁨을 마음껏 축하 받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이러한 기획 의도를 반영해 저자 모두에게 교육감이 직접 책을 수여했다.
올해 출판된 책은 대구동도초등학교의 ‘공원엔 화가, 학교엔 작가’를 포함한 초등학생 저자 책 5권, 강북중학교의 ‘행복한 꼴찌’를 포함한 중학생 저자 책 5권, 경덕여자고등학교의 ‘어느 봄날’을 비롯한 고등학생 저자 책 6권 등 총 16권이다.
책쓰기 교육은 2009년 시작된 이래로 대구의 대표적인 교육 브랜드가 됐으며 이제는 전국이 벤치마킹하여 함께 하는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교육으로 대구는 지금까지 7만 여명의 학생 저자를 탄생시켰으며 정식 출판된 책만 178권에 이른다.
특히 2014년부터 전국으로 확산돼 전국의 관심 속에 대구에서 2015년, 2016년 두 해에 걸쳐 전국 책축제를 개최, 대구에서 만든 책쓰기 직무연수 프로그램이 전국에 보급돼 전국의 교사들이 책쓰기의 과정을 배우고 있다.
우동기 시교육감은 “4차 산업혁명으로 교육 분야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대구교육청은 한 발 앞서 100-100-1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책쓰기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 의사소통능력을 길러 왔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을 갖춘 인재가 될 학생 저자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며 앞으로도 책쓰기 교육의 발전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구= 남경원기자 skaruds@ilyo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