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드 머스탱을 상품으로 받은 크리스털 브룩스. | ||
대기업에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경품 행사가 아니다. 이는 다름 아닌 미국의 초·중·고교가 자체 학생들을 상대로 내건 경품들이다. 아니, 학생이 학교를 가고 또 공부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건만 상금은 뭐고 또 경품은 뭐란 말인가. 게다가 성적이 오르면 ‘참 잘했어요’ 도장이나 아니면 선생님과 부모의 칭찬 정도면 뿌듯할 텐데 말이다.
미국 내에서 이와 같은 ‘보상제도’가 실시된 것은 약 3년 전부터. 부시 정부의 획기적인 교육개혁법인 ‘낙후아동방지법’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아직 완전히 정착하지 못한 이 교육법으로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미국 학교의 현주소를 살펴 보았다.
‘낙후아동방지법’이란 부시 정부가 ‘전국의 단 한 명의 학생도 뒤처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시행한 교육법으로 빈부의 차나 흑백의 차를 떠나 누구나 양질의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이 법의 프로그램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매년 전국의 모든 학생들은 정부가 실시하는 획일적인 국어 및 수학시험을 치른다. 학생들의 성적이 주별 기준에 4년 연속 미달한 학교는 아예 폐쇄되거나 벌점을 받거나 또는 정부 지원금이 삭감되는 반면 기준을 뛰어 넘거나 학생들의 출석률이 높은 학교는 대대적인 정부 지원금을 받게 되는 식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각 학교마다 난리가 난 것은 물론이다. 어떻게 해서든 정부가 정한 기준을 넘어서기 위해 각 학교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학생들의 출석률과 성적을 올리고 있다.
바로 그 중 하나가 다름 아닌 ‘보상제도’인 것이다. 인센티브, 다시 말해서 ‘미끼’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있는 것.
지난해 켄터키주 크레스트우드에 있는 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크리스털 브룩스(19)의 경우를 보자. 4년 동안 줄곧 A와 B학점만 받으면서 우등생으로 졸업한 그녀가 학교로부터 받은 상품은 미국 젊은이들의 ‘드림카’인 포드 머스탱 한 대(2만1천달러, 약 2천2백만원)였다. 물론 4년 동안 단 5일만 결석한 것도 그녀가 상품을 타게 된 결정적 요인이었다.
▲ 학교를 빠지지 않아 1만달러를 상금으로 받은 페르난도. | ||
미국에서는 이처럼 학생들의 학과 성적이나 출석을 대가로 ‘보상’을 해주는 학교가 점점 늘고 있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첼시고교는 한 학기를 개근한 학생들에게 25달러(약 2만6천원)를 계좌로 입금해준 후 졸업할 때 한꺼번에 타가도록 하고 있다. 첼시고교 관계자는 “학생들이 학교로 오도록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와서 오래도록 머물도록 하는 것이 교사들의 임무다. 이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현재 90%의 출석률을 ‘보상제도’를 통해 92%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 현재 이 학교의 목표라고.
이런 ‘현금 보너스’ 프로그램은 초등학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코네티컷주 하트포드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페르난도 주니어(9)는 요즘 부자가 된 듯한 기분으로 싱글벙글이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학교를 나간 덕분에 학교로부터 무려 1만달러(약 1천만원)의 상금을 탔기 때문이다. 상금을 타기 위한 어린 소년의 열의는 대단했다. 부모가 하루쯤 학교를 빠지고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가자고 하자 “안돼요. 꼭 상금을 타야 한단 말이에요”라며 뿌리쳤다는 것.
이밖에도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상품권이나 노트북, 아이팟(iPod) 등 학생들이 갖고 싶어하는 제품들을 상품으로 주는 학교도 부지기수. 또한 타 지역으로의 여행 기회를 주는 학교도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꼭 물질적인 보상이 나쁜 것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동기야 어찌 됐든 학생들이 더 많이 학교에 나오고 열심히 공부를 했을 때 얻는 긍정적인 효과는 수없이 많다. 자연스레 성적도 오를 테고, 그럼으로 인해 스스로 만족감이나 자신감도 얻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학교 성적이 오르면 집에서 용돈을 받는다거나 부모로부터 갖고 싶던 선물을 받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좋은 자극제와 동기 부여가 되고 있다는 이런 긍정적인 의견과는 반대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 미국 심리학협회 회장인 세실 레이놀즈 박사는 “이것이 과연 진정한 교육 방법인가. 학생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데 물질적인 보상을 해준다는 게 올바른 일인가”라며 비난하고 있다. 또한 그는 훌륭한 선생님과 유익한 교과 과정을 푸짐한 상품과 맞바꾸어선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아프거나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학생들도 무리하게 학교에 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이처럼 찬반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부시 정부가 30년 만에 야심차게 내놓은 교육 개혁이 과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