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능열쇠 같은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
[경산=일요신문] 최창현 기자 = 대학 내 학생회관의 두 평 남짓한 공간에서 20년 넘게 열쇠수리점을 해 온 장애인 부부가 억대의 부동산을 경일대(총장 정현태)에 기부키로 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언어·청각장애 1급인 신기환(52)·송춘년(47) 부부.
신씨는 경일대가 대구 효목동에서 경산캠퍼스로 이전하던 해인 1994년 대학 측의 배려로 임대료 없이 학생회관 내에 열쇠수리점을 열었다. 그로부터 23년간 신씨는 경일대에서 열쇠와 도장 제작을 해오며 가정을 이뤄고, 소박하지만 행복한 삶을 가꿀 수 있었다.
부인인 송씨는 남편과 같은 장애를 갖고 있으면서 수시로 수리점에 나와 청소도 해주며 신씨의 일을 도우고 있다.
신기환·송춘년 부부(사진=경일대 제공)
27일 대학에 따르면 올해 초 이들 부부는 대학본부를 찾아와 자신들이 현재 살고 있는 경산시 하양읍 자택(건물면적 51.52㎡)과 대지(180㎡) 일체를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공시지가 기준으로 건물은 6700만원이고, 대지는 6900만원에 달해 총 1억3600만원에 이른다.
장애가 있어 자원봉사자의 영상수화를 통해서만 의사전달이 가능한 부부는 “경일대의 배려가 없었으면 장애인 신분으로 지금의 행복을 누릴 수 없었을 것”이라며 “가진 자산이라고는 집이 전부이다. 하지만 20년 간 경일대에서 받은 사랑이 집보다 더 크지 않을까 생각 한다”고 전했다.
신씨는 “청년취업이 다들 어렵다고 말하는데, 우리 학생들만큼은 어려운 일을 척척 해결하는 만능열쇠 같은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기부자 이들 부부의 뜻대로 부동산 기부채납 절차를 완료하되, 부부의 희망기간까지 무상으로 지금처럼 자택에서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대학은 또 기부자 명의의 장학금을 신설해 매학기 학생들을 선발해 지급하고 부부 무료 건강검진, 사회복지 명예학사학위 수여 등의 예우방침을 결정했다.
정현태 총장은 “장애인을 비롯해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고 보호하는 것 역시 대학의 책무”라며, “기부자산은 학생행복을 위해 사용될 것이며, 기부자의 생활도 불편함이 없도록 대학이 나서서 적극 지원·보호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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