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국가대표 센터 양효진. 고성준 기자
[일요신문] “어제 식당에서 연경 언니가 저보고 ‘대표팀의 막내’라고 부르더라고요. 이제는 제가 막내에서 벗어난 지 한참 됐거든요.”
대한민국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 ‘부동의 센터’ 양효진. 앳된 얼굴에 ‘거요미(거대한 귀요미)’라는 별명을 갖고 있지만 국가대표 10년차다. 올해도 지난 10년간 그랬듯이 프로리그 휴식기에는 국가대표팀으로 향했다. 양효진이 속한 대표팀은 오는 7월 7일 개막하는 2017 월드그랑프리 준비에 한창이다. <일요신문>은 지난 6월 29일 대표팀 훈련이 한창인 진천선수촌에서 양효진과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소집된 국가대표 14명 중 7명이 양효진의 후배다. 양효진은 어느덧 중고참 선수가 됐지만 김연경이 그를 ‘막내’라고 부르듯 여전히 동생 이미지가 강하다. 그는 “저도 대표팀에 오면 언니들이 있어서 마음이 편해지는 면도 있다. 김연경이라는 큰 선수가 있다 보니 내가 후배라 그런 면이 더 부각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양효진은 김연경의 룸메이트로도 유명하다. 양효진 정도 경력이면 충분히 후배를 룸메이트로 두고 ‘방장’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김연경과의 인연은 계속되고 있다. 그는 “선수촌에서는 함께 지내지 않지만 해외 원정 나가면 또 연경 언니와 함께 지낼 계획”이라며 “불편할 것 같다는 시선도 있지만 오랜시간 함께해서 특별할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김연경 룸메이트’로 유명한 양효진은 “해외 원정에서 연경 언니와 또 룸메이트로 지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성준 기자
소속팀 현대건설에서는 2015년부터 주장을 맡아 팀을 이끌고 있다. 그는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대표팀에서 언니들을 따르는 입장이라면 소속팀에서는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는 2017-2018 시즌을 앞두고 V리그 여자부에서는 큰 변화가 있었다. 대형 FA 계약과 트레이드가 연이어 발생하며 역대 가장 활발한 이적시장이였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양효진도 “많은 변화가 있어 시즌이 기대된다. 재밌을 것 같다”면서 “우리 팀은 언제나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먼저 플레이오프에 진출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고 싶다”고 했다.
새로운 리그 상황, 우승에 대한 욕심으로 당장이라도 의욕적으로 리그에 뛰어들고 싶은 그다. 하지만 그 이전에 눈앞에는 대표팀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대표팀은 오는 7월 7일부터 23일까지 불가리아, 폴란드, 한국을 돌며 그랑프리 2그룹 9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2그룹 상위 2위 이내에 들면 29일부터 체코에서 열리는 파이널 일정도 남아있다. 그랑프리로 대표팀 일정이 끝나지 않는다. 8월 아시아 선수권, 9월에는 2018 세계선수권 아시아 예선이 이어진다.
양효진은 이번 국가대표 일정에 대해 “이번 목표는 그랑프리 우승이다. 파이널까지 치르면 일정도 빡빡해지고 체력적으로 힘들겠지만 그래도 우승이 좋지 않나”라며 웃었다. 그가 궁극적으로 국가대표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올림픽 메달이다. 김연경이 틈만 나면 ‘올림픽 메달’을 외치듯, 그의 생각도 같다.
양효진은 2008년부터 국가대표에 발탁돼 아시안 게임에서는 2010년과 2014년 은메달과 금메달을 나란히 목에 걸었다. 이와 달리 올림픽에서는 메달이 없다. 3년 뒤 2020 도쿄 올림픽이면 그도 한국 나이로 32세가 된다. 김연경과 함께 뛰는 올림픽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기에 “꼭 메달을 따고 싶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대표팀도 도쿄 올림픽을 바라보며 일부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양효진은 “이전까지 대표팀은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에서 팀워크를 다지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새롭게 팀을 만들어가는 느낌”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표팀은 지난 2016 리우 올림픽에 나섰던 베테랑 이효희, 남지연, 황연주 등이 빠지고 이소라, 김연견, 황민경 등이 합류했다.
양효진은 소속팀 홈구장에서 열리는 그랑프리대회와 관련 “많은 팬들이 응원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성준 기자
이번 그랑프리가 양효진에게 또 한 가지 특별한 이유는 소속팀 현대건설의 홈구장인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경기가 열린다는 점이다. 수원 체육관은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으로 유명하다. 평균 관중에서도 항상 상위권을 차지한다. 양효진은 프로 데뷔 이후 줄곧 홈경기를 수원에서 치러왔다. 그는 “매번 시합이 있는 수원 체육관이지만 국제대회는 처음이라 기분이 색다르다. 많은 팬들이 와서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홈 구장인 만큼 더 좋은 경기를 보여야겠다는 책임감도 생긴다”며 응원을 당부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TV 예능 나들이 중 벌어진 일? 열애 소식 들통 양효진은 비시즌에는 ‘절친한 언니’ 김연경을 따라 TV 예능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비치기도 한다. 지난 5월에는 MBC <나 혼자 산다>에서 김수지, 한유미 등과 함께 김사니 은퇴 파티를 여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그는 방송 출연에 대해 “내가 주인공이 아니기에 부담 없이 나간다”며 “만약 연경 언니 역할이었다면 부담됐을 거다. 이 정도 스포트라이트에 감사한다. 지금의 관심도 과분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방송 중 언니들의 대화에서 양효진의 ‘열애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김수지와 양효진이 김연경을 두고 “연애를 못한다”고 놀리는 과정에서 이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이에 양효진은 “만난 지는 좀 됐는데 공개된 것은 처음”이라며 “예전에도 연경 언니가 방송에서 은근 슬쩍 얘기를 했었다. 제작진이 편집 안해도 괜찮겠냐고 묻길래 그냥 허락했다. 어릴 때는 연애 공개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이제 그럴 나이는 지났다”고 말했다. [상] |
“런던 올림픽 후 해외서 콜…거절했지만 후회 없어요” 수년째 V리그 ‘연봉 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양효진이기에 김연경의 뒤를 이어 ‘해외진출 1순위’로 꼽히기도 한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수차례 “기회가 있으면 나가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6월 29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면서도 “항상 기회가 된다면 다른 리그를 경험해보고 싶은 생각은 여전하다”고 밝혔다. 10년 넘게 현대건설이라는 한 팀에서 꾸준히 활약하고 있지만 그도 해외진출에 근접한 적이 있었다. 양효진은 “런던 올림픽 이후 해외로 나갈 뻔했다. 구체적인 제의가 오기도 했는데 마침 소속팀과 계약을 끝낸 시점이라 정중하게 거절했다. 후회는 없다”며 웃었다. 당시 이적 이야기가 오간 팀을 밝혀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양효진은 “사니 언니와 함께 오라고 했었다”고 귀띔했다. 김사니는 지난 2013년 아제르바이잔 리그 로코모티브 바쿠에 1년간 진출한 바 있다. [상] |